반가워~! 연달아 전시 콘텐츠를 가져온 퍼니야! 요즘 볼 만한 전시가 많아서 이렇게 또 소개하러 왔어!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취미를 가진 사람을 일명 ‘식집사’🌿라고 부르잖아. 식물은 인테리어 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기도 해. 더 나아가 조경을 따로 담당하는 직업이 있을 정도야.
그만큼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고 있는데, 오늘 전시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않고 꼭 보러 가면 좋을 것 같아. 식물에 관심이 없더라도! 오락가락 정신없는 날씨에 지쳤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전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 소개할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정영선 : 이 땅에 숨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야. ‘정영선’ (1941~) 조경가는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로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 곳곳의 큼직한 조경을 담당하셨어.
이번 전시는 반세기에 걸친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정영선 조경가의 개인전으로 1980년대부터 구축해 온 프로젝트들을 소개해. 또 이번 전시를 기념하여 서울관을 위해 제작한 조경 작품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야.
난 정영선 조경가의 작품을 만난 게 이번 전시가 처음이 아니야. 지난 2021년 피크닉(piknic)에서 열렸던 ‘정원 만들기 GARDENING’ 전시에서 처음 알게 됐어. 그전까지 조경 분야에 대해 무지했고 건축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해당 전시를 통해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어. ‘조경’이란 우리 삶에서 빠트릴 수 없고, 조경과 함께한 도시의 모습이 비로소 완성된 형태라는 걸 알게 되었지. 그래서 이번 국현미에서 열린 개인전이 무척이나 반가웠어.
전시관에 가는 길에 이번 개인전의 첫 작품을 만나게 돼. 바로 전시마당 정원인데, 국현미를 여러번 방문했던 관람객으로서 해당 공간은 사실 큰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곳이었어. 가끔 설치작품이 있는 건 봤던 것 같은데 크게 임팩트가 없던 공간이랄까.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정영선 조경가의 손길이 닿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어! 우리나라의 야생화와 자주 보는 돌들을 배치하여 이 정원 안에 ‘우리의 자연 한 토막’을 잘 정리해서 넣고자 하셨대.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와서 출입이 제한됐어. 요즘 장마철이라 개방되는 날이 많지는 않겠지만, 향후 3년간 유지관리될 예정이라고 하니 날이 맑을 때 직접 들어가서 보면 좋겠어. 점차 변화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무척 기대되는걸!
또 미술관의 뒷마당이기도 한 종친부마당에도 정영선 조경가의 손길이 닿아 있어. 아쉽게도 난 직접 보지 못했지만, 방문하게 되면 놓치지 말고 확인하길 바라😉
전시를 본격적으로 관람하기에 앞서, 7 전시관 입구에서 큐알코드를 통해 이번 전시의 오디오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었어. 특별히 이번 오디오가이드는 배우 '한예리'가 참여했다고 해. 평소에도 굉장히 목소리가 좋은 배우님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전시의 깊이를 한층 더 해준 것처럼 느껴졌어. 큐알코드를 찾지 못했더라도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오디오가이드를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해!
전시의 가장 첫 번째 파트인 ‘들어가며 Intro’에서는 정영선 조경가가 누구인지 소개해. 1970년대 초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1호 대학원생이었던 시절 사진부터, 그때 적었던 메모 등 자료들이 모여 있어.
한쪽 벽면에선 인터뷰 영상이 나왔어. 보통 전시장에서 영상을 지나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인터뷰 영상은 다들 집중해서 보시더라고. 나도 영상을 집중해서 봤는데, 점차 조경가님이 나이를 드시며 이제 꽃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시는 부분에 괜히 울컥하더라. 전시를 관람하기 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보는 걸 추천해.
전시관에 입장하면서 색다른 디스플레이에 놀랐어. 여러 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봤지만, 이러한 배치는 처음이었거든. 거의 50년에 걸친 많은 양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것 같은데, 덕분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어. 벽면의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파노라믹 영상은 정영선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의 작업 영상으로, 세부적인 것 하나까지 신경 쓴 모습이 보였어.
바닥까지 활용하여 전시할 생각을 어떻게 한 걸까... 관람하면서 조금 고개가 아팠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좋았어. 아래 전시실 구성을 보면 총 7가지의 주제로 나누어서 작품이 배치되어 있어. 각 주제에 따라 정영선 조경가의 대표 작품을 소개하며 도심 속에서 자연적 환경이 설계되는 과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인데, 원래는 주차장 혹은 축구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땅을 조경가님께서 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고 해. 습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조류·어류·식물학자들이 협업해서 생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지.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워지자 자신이 받을 설계비까지 대신 주며 만드신 공간이 바로 이곳이야. 단순히 조경이라는 게 보기 아름답거나 관리가 용이하거나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생태 조성 역시 넓은 의미의 조경에 포함됨을 알게 되었어.
그 밖에도 ‘탑골공원’, ‘경춘선 숲길’, ‘예술의전당’, ‘광화문광장’, ‘제주 오설록’, ‘서울 아산병원’ 등 한국의 방방곡곡 정영선 조경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야. 이렇게 전시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일반인 대상으로 공개해 주신 게 감사할 따름이었어. 진짜 돈 주고도 못 볼 만큼 가치 있는 자료니까.
이 전시는 단순히 작품만 나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조경가 정영선의 삶과 노력에 대해서도 함께 느낄 수 있었어. 따라서 한 명의 관객으로서 공감할 수 있었고, 그녀에게 있어서 조경이란 어떤 존재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어. 그 점이 참 좋았던 것 같아. 정말 조경이 삶 자체였던 정영선 조경가의 진심이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봐왔던 주변의 공원들이 치밀한 계획 속에 어떤 식으로 조경이 진행되는지 과정을 알 수 있었어. 이 땅에 살아가며 꼭 한 번쯤 봐야 하는 전시라고 생각해!
그럼 다음 번에 더욱 알찬 전시, 음악 소식 들고 찾아올게~! 습하고 더운 여름도 콘텐츠의 힘💪으로 잘 넘겨보자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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