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alogue13.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이상합니다. 다만, 최근 들어 글을 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 탓에 넉넉한 마음의 크기를 조금 잃었달까요. 무엇보다 휴대용 키보드가 작동이 잘 안되는 상태이고, 이와 더불어 2019년부터 함께 해온 아이폰 11pro가 요즘 들어 부쩍 말을 안 듣는지라.. 정리해 보자면 전자제품의 원활하지 않은 뒷받침과 노무사 2차 시험 준비로 인해 글을 쓰는 시간을 조금 잊고 살았습니다.

블로그나 인스타의 공간에서는 공부를 포함한 일상과 관련된 짤막한 글들을 올리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글을 쓰는 공간인 메일리와 편집하는 시간이 소요되는 유튜브에는 자주 찾아오는 것이 어쩐지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3개월간 글을 발행하지 않을 경우, 멤버십 기능이 해제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서야 알아차리게 되었고(저의 멤버십 기능이 사라져있더군요 허허), 이 정도로 메일리라는 공간에 무심했던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은 꼭 글을 남겨야겠다는 그런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이어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하루하루 해내야 할 공부들의 양 역시 무시하지는 못하는 터라.. 소설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이어 쓰는 것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본인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살고 있나요? 누군가와 함께 살았던 시간 속에서도,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 살아온 시간 속에서도 저의 취향은 늘 단정하고 단순한 쪽이었던 터라 언제나 필요 이상의 물건은 들이지 않는 삶을 택하곤 했는데, 신혼집에 와서도 그 마음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 다만, 최근 들어 빈티지에 깊이 마음을 내어주어버린 탓인지, 며칠 전에는 평소라면 매우 꺼려 하던 쇼핑을 (제 기준) 아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운동을 할 때 자세를 확인하거나 외출 시, 옷매무새를 다듬기 위해서는 전신거울이 필요하다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졌고, 이왕이면 나의 취향이 담긴 거울이었으면 한다는 생각에 기다란 타원형 모형의 원목 전신거울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김에 거울 밑에 놓아둘 빈티지 미니 카펫도 홀린 듯이 결제하게 되었고(제가 정말 좋아하는 디자인이라 어쩔 수 없었답니다), 참, 우드 우드 한 원목 미니 선반(꼬꼬 핀으로 부착 가능한)도 함께 배치해두면 좋을 것 같아 추가로 배송 주문을 넣어둔 상태입니다.(선반 윗면에는 제가 키우는 다육이를, 선반 밑부분은 가방이나 옷을 걸어둘 수 있게끔 4개의 고리가 달려있는 터라 그곳에는 빈티지 옷들을 배치해둘 생각입니다. )

제 방 안에는 작은 드레스룸이 자리해있는데(심지어 자리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인데) 원목 선반에 굳이 빈티지 옷을 걸어 두려고 하는 저의 심리상태는 왜일까라는 생각을곰곰히 하게 되었는데, 그저 좋아하는 대상을 자주자주 보고 싶어서라는 마음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여러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고 직장 생활을 하는 루틴들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아무래도 내가 머물렀던 공간에는 자연스레 나의 취향이 반영될 마음의 여유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앞으로는 저의 취향을 조금씩 담아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단정하고 깔끔한 방도 물론 쾌적하고 좋지만,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편안한 방의 분위기가 풍기지 않아 어떠한 것들로 빈 공간들을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마침 필요한 것들로 하나하나 그 공간들을 메우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무더운 여름에 태어났지만, 그 동시에 한 해의 시간 중 여름이라는 계절을 가장 기다리고 사랑하는 저인지라 윤슬이 담긴 여름바다의 장면의 포스터와 액자를 함께 구매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에 걸어둘 생각입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에 들르는 시간을 아주 큰 행복으로 여기는 저이지만, 현재 부산 시립미술관은 새로운 개관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실내 전시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이기도 하고, 가장 애정 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거리상의 간격으로 자주 방문을 할 수가 없어서 인스타로 열심히 덕질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저는, 저의 첫 번째 직업이었던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전입 공모 면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면접을 마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전입 공모 면접은 1:1 인사 교류와는 달리 맞교환 없이 새로운 부처로 전입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성사되기가 많이 까다롭기도 하고,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는 인기가 많은 부처라 경쟁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각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서류(자소서를 비롯한 개인별 인사 기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서류전형을 통해 꽤 많은 인원을 떨어뜨린 뒤, 면접전형을 통해 뽑는 방식인데 그 때 당시 면접 경쟁률은 10:1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면접을 봤던 장소가 사무동이었는데, 역시 국립중앙박물관답게 사무동 역시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곳에서 일을 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저는 사실상 필수 전보제한 기한이 지나지 않고서 지원한 것이라, 그쪽에서도 아마 뽑기 많이 부담스럽고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서류 합격과 면접 응시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특히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한 분이 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며 전보제한 기간이 걸려있는 것을 정말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셔서 무언가 그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 저에겐 의미가 컸던 장소인 동시에 행복한 기억인지라 여전히 그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남아있습니다. 오히려 그때 나의 바람대로 나의 삶이 흘러가지 않아, 그 이후의 삶에서도 더 많은 도전을 시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것 역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면접을 봤던 시기가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몇 해가 흘러도 여전히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더운 여름이 어느덧 점점 다가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8월에 있을 2차 시험을 생각하다 보면 분명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도 함께 공존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최선을 다할 뿐 결과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시험이 끝나고 발표일까지 3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터라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면 그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며 행복하게 보내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책을 쌓아두고 읽고 싶기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이미 7번 정주행했지만 10번 정도는 채우고 싶기도 하고(<닭강정>도 다시 정주행하고 싶습니다.) , 당연히 국립 중앙 박물관을 들러 덕질을 하고 싶기도 하고, 매일매일 등산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친구들, 직장동료와의 만남도 마주하고 싶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 글로 쓰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군요. 각 지역을 여행해 보면서 가장 좋았던 곳이 구례였던 터라, 구례도 다시 방문해 보고 싶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전 요즘 이렇게 살아갑니다. 앞으로 찬찬히 나아가지만, 너무 많은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그만큼, 그저 그만큼의 몫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지점에 도착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은 채- 

24년의 한 해도 무사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투표하는 것도 잊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