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시절,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부르던 놀이노래를 떠올려봅니다. 그 놀이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그 골목으로 나를 데려다 놓기도 하지요. 이제 와서 가사를 되새기다 보면 이게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래도 있고, 간혹 섬뜩하게 느껴지는 노래 가사도 있습니다.(특히 고무줄 놀이하며 부르던 노래들을 떠올리다 보면!) 동네마다 다른 놀이 규칙처럼 놀이노래도 지역마다 다르더군요.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전 세계 공통적인 노래들도 있고요.
여러분들 동네에서는 술래를 정할 때, 혹은 물건을 고를 때, 어떤 노래를 부르며 골랐나요? 코카콜라 맛있다~로 시작해서 척척박사님을 부르며 끝나는 노래 아닌가요! 이 노래는 외국 어린이들도 부릅니다. eeny meeny miny moe, catch a baby by the toe, if it squeals let him go, eeny meen miny moe! (물론 이 노래 가사도 지역마다 다릅니다)
내가 부르던 노래를 내 아이가 부르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생경한 경험입니다.
이러한 노래가 이어지도록 수집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 Dialect in children’s play - Recording made at Christopher Hatton School in 2010
- A time for nursery rhymes - Children singing recorded in Capri, Italy.
그리고 지역마다 다르게 부르는 단어들도 수집하고요.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슬리퍼를 지칭하는 단어로 Baffies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의 사용을 통해, 표준 영어 이외의 영어가 필요한 이유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 Baffies Wordbank
심지어는 핼러윈 주간에 맞춰, 야생동물이 울부짖는 무서운 소리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 Things that go howl in the night
귀여운 고슴도치 사진과 함께 고슴도치가 내는 소리를 수집하여, 이 귀여운 고슴도치가 안전하게 도로를 건너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강구해 보자는 캠페인을 제안하기도 하고요.
- Have you heard a hedgehog huff?
이 외에도, 지역 공동체의 경험을 구술로 수집하거나, 전쟁과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구술 음성 파일, 음악가의 일생에 관한 자료와 그의 음악들을 들려주고, 민속음악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은 British Library의 Sound Archive입니다. 도서관이 소장한 방대한 녹음자료에서 보물찾기 하듯 카탈로그화하고 대중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British Library가 주축이 되어 Unlocking Our Sound Heritage 프로젝트로 확장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 도서관, 웨일즈 도서관, 런던 메트로폴리탄 아카이브를 비롯하여 10여 개의 아카이브 및 문화기관이 참여하여 펀딩을 받고 전문 인력, 장비를 공유하여 전문적인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 영어 악센트와 지방 방언의 소리를 찾아 녹음하고 컬렉션을 구축하여, 언어학자의 학술연구, 교사와 학생, 그리고 외국어로서의 영어 학습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본래의 프로젝트 페이지는 연결되지 않고 있지만, 새로운 블로그에서 사운드 아카이브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ritish Library - Sound and vision blog
British Library는 Save Our Sounds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물리적 손실위험에 처한 음성파일을 디지털화하여 보존하기 위함이었지요. 여러 단체, 기관, 회사, 개인 수집가로부터 수집한 사운드 컬렉션을 파악하고 이를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British Library가 사운드 아카이빙에 집중한 이유는 소리가 저장되어 있는 매체의 취약성에 있습니다. 매체가 갖는 특성상 보존 조건이 까다롭고 훼손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디지털화의 시급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소리는 장소정체성을 구성하는 자원이기도 하며, 현상을 개인의 세계로 가져와 기억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Sound and vision 블로그에서 소개한 ‘found sounds’ 이야기를 함께 보고 싶습니다. 뮤지션 Paul Cheese는 2019년 영국을 자전거로 5천 마일을 여행하며 녹음한 4,000개 이상의 ‘found sounds’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 Paul Cheese - What does the UK sound like?
Paul은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소리, 그들의 친절함, 건축물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소리, 일상의 소리 등을 녹음하여 음악으로 만들고, 고화질 원본과 메이킹 비디오 등을 기증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 중, 녹음한 사운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질문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는 소리는 오늘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의 우리소리아카이브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방언아카이브 등이 있기는 합니다. 아카이브에서 아카이브가 소장한 기록들과 함께 수집한 사운드를 함께 서비스하는 일이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기록하고 싶은 소리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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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여행자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하구나~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가자~ 전 고무줄 놀이 하지도 않았는데 몇 곡은 기억이 나네요. 여자애들 옆에서 구슬치기하며 하도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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