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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에 각인된 ‘발전’의 이미지들

공업화에 대한 역동적 이미지가 담긴 <우리의 공업>

2025.02.11 | 조회 6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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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에 대한 문제제기

이 연재는 정부에서 생산한 영상 기록물을 중심으로 근대화라는 목표를 지탱하고 있는 발전개발그리고 성장이라는 역사적 개념에 대한 지배적인 상상의 이미지들을 살펴본다. 정부가 생산한 이미지라는 사회적 조건 중 한 사례를 통해, 이는 발전에 대한 통념적 사고와 정서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었고 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찬찬히 되짚어보는 일이다.

비판발전학(Critical Development Studies)은 서구 중심적인 자본주의적 근대화론의 인식 체계와 역사 서술에 대해 문제제기로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발전에 대한 보편주의적 인식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미국의 대외정책과 개발원조 등을 분석하며 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는 역사적 지식과 실천에 주목한다(김상현, 2021). 여기서 비판적이라는 표현은 서구 중심적인 근대화 과정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과 저항이라는 문제를 인식론적 실천으로 확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Veltmeyer & Wise, 2013).

이러한 점에서 발전사(History of Development)’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지배적 형태의 역사적 실천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다룬다(김상현, 2021). 이를 위해 이 글은 사회기술적 상상(socio-technical imaginaries)’이라는 개념을 렌즈로 삼아 이 문제를 살펴본다. 이는 특히 국가, 시장, 시민사회 등 행사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기술적 변화를 통해 다가올 미래 사회의 모습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상상적으로 구성하고 주조하는 표상을 지칭한다(Jasanoff, 2015).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등 발전/개발의 이미지

'문화영화'는 해방 이후부터 80년대까지 정부에서 제작한 선전영화이자 계몽영화이다. 특히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도시화와 관련된 여러 기술적 변화를 다루고 있는 문화영화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이에 대한 특정한 사고방식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파하려고 했는지, 그 형식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 기록물이다.

문화영화는 교육영화’, ‘계몽영화’, ‘선전영화’, ‘기록영화’, ‘과학영화’, ‘산업영화’, ‘긴급지도영화등 여러 명칭으로 불렸다. 형태면에서 문화영화는 사실의 기록을 위주로 한 비()극영화에서부터 극적요소를 도입하거나 아예 극영화로 기획된 것 등 다양했고 심지어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도 다수 존재했으며, 한때는 광고영화나 SF영화도 문화영화로 취급되었다. 문화영화는 단순한 사실의 전달보다는 어떠한 사건의 자세한 면모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외국소식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사료이다.”(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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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에 대한 역동적 이미지가 담긴 <우리의 공업>

우선 하나의 사례로 1956년 공보실 선전국 영화과에서 제작한 27분짜리 홍보영화인 <우리의 공업>(감독 이형표)를 보자. 1956년은 비록 구체적으로 설계되고 실행되지 못했지만 경제개발계획이 처음으로 구상되었던 시기라는 점에서, 전후 재건 과정에서 정부가 내세우고자 했던 발전과 성장의 역동적 이미지들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이 영상물은 급성장한 섬유공업 분야에서는 <제일모방>에서 생산하는 양모지, <태창방직> 면방직 공장에서는 직포기를 통해 생산하는 옥양목 같은 옷감, 부산의 <락희화학>에서 압출기를 통해 만들어내는 비닐·치약·파이프 등. 대구의 <석산 나일론 공장>에서는 나일론을 염색하여 직조기로 양말, 수입한 원당을 정화하여 각설탕을 만들고 건빵, 군산의 <고려제지>에서 종이와 갱지 등이 생산되는 공장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한 교통수단의 발전을 이끈 <시발자동차>, <흥아 타이어>, <삼천리 자전거>,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던 <한국 화약>, 기본적인 건축 재료를 생산하는 <삼척 시멘트><문경 시멘트>, 농업 발전의 기초인 비료를 만들어내는 <충주 비료공장>. 못 등의 강철제품을 생산했던 <영등포 조선중기공업>, 용광로를 이용하여 금은광석과 동광석 등을 통해 전기동판 만들었던 <장항 제련소>, 당시 국내 최대의 매장 석탄을 보유하여 전국 각지로 석탄을 유통했던 <삼척탄광>, 마산, 영월, 부산, 삼척, 당인리 등의 화력발전소, 괴산, 화천, 청평 등지에 세워진 수력발전소 등의 모습을 조망한다.

비록 수립되고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이승만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구상하던 1956년 전후 재건 과정에서, 이 이미지는 낙후된 국가에서 공업화를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산물이다. 전국 각지에 설립된 공장에서 국산 생산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공업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상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미국의 원조를 받고 있는 국가에서 직접 생산하는 생산력을 가진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 인간 혹은 자연의 힘만으로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의 작동을 카메라로 포착하여 기술의 마술적 성격과 기술적 숭고미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의 공업> 보기

https://theme.archives.go.kr/next/movie/movieDtail.do?archiveEvntId=0052500951

 

참고문헌

김상현 (2021). ‘발전을 문제 삼기 - ‘발전사(History of Development)’ 연구의 전개와 동향. <역사비평>, 134, 120-145.

Jasanoff, S. (2015). Future Imperfect: Science, Technology, and the Imaginations of Modernity. S. Jasanoff and S.-H., Kim (Eds) (2015). Dreamscapes of Modernity Sociotechnical Imaginaries and the Fabrication of Power.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Veltmeyer, H. & Wise, R. D. (2013). Critical Development Studies - An Introduction. Fernwood Publishing & Practical Action Publishing.

문화영화의 개념과 범주’, <문화영화로 보는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URL: https://theme.archives.go.kr/next/movie/concept0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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