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영광군 기록관 기록연구사)
지난 2026년 1월 20일 오후 8시 ZOOM 회의 공간에서 ‘기초지자체 기록관 발전연구모임(이하 기기모)의 창립총회 겸 제2회 연구공유회’가 있었다. 2025년 11월 1일 제17회 전국기록인대회에서 출범선포 겸 연구공유회(후기 바로가기)를 개최한 지, 불과 2개월여만의 일이다. 당시 12명의 준비모임 구성원들로 출범을 선포한 기기모는 그 사이 기초지자체 소속 기록연구직, 기초지자체 기록관 관련 연구자,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자격 취득자들이 신규회원으로 더해져 44명이 회원가입 신청을 했다.
필자는 준비모임 구성원으로 창립총회를 준비해서 그런지 가슴에 뿌듯함이 남았다. 돌아보니, 출범부터 창립총회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논의가 있었다. 회원의 자격과 모집방안, 구체적인 활동 방법을 논의하고, 신청서와 설문지, 운영규정을 만들고, 창립총회를 실제로 준비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던 것과는 반대로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만큼 기기모 준비모임 구성원들의 열정과 추진력이 대단했다.
ZOOM 회의는 1부 기기모 창립총회와 2부 연구공유회로 이루어졌고 전체 사회는 김미주 익산시 기록관 기록연구사가 맡았다.
1부 시작과 함께 창립총회를 주재할 임시의장으로 한은정 평택시 기록관 기록연구사를 선출하고 총회를 개회하였다.(자료집 내려받기)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의 성원 보고를 통해 44명(기초지자체 소속 기록연구직 등 31명(29개 지자체), 기초지자체 기록관 관련 연구자 6명, 기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자격증 소지자 7명)이 회원가입 신청을 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창립총회를 무리없이 진행하기 위하여 창립회원은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으로 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성원보고 시점의 참석 회원 수는 18명으로 보고되었다. 총회 종료 후, 참석 회원 수 집계를 담당했던 심 전 관장에게 문의하니, 최종적으로 참석하여 투표에 참여한 회원 수, 즉 창립회원 수는 29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총회 참석 회원 확인과 회원 투표는 회원들만 가입되어 있는 텔레그램 그룹(단체 채팅방)에서 기명 또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도 ZOOM 화면을 통하여 실시간 공유되었다.) ZOOM 회의공간에는 회원이 아닌 분들도 다수 참석했는데, 동시접속자가 40명에 육박하는 순간도 목격되었다.
첫 순서는 신유림 증평기록관 기록관리팀장으로부터 기기모 구성 배경부터 출범까지 추진 경과와 향후 방향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시민의 기록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사회적 변화와는 다르게 여전히 1인 기록관, 행정지원의 업무 성격, 그리고 개인의 희생과 헌신에 의존하고 있는 기초지자체의 기록관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었으며 그래서 현장의 문제를 함께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발적 네트워크인 기기모가 필요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필자와 같이 2009년 전후로 임용된 흔히들 말하는 1세대 기초지자체 기록연구사들은 이 필요성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아니, 세대를 넘어 최근에 임용된 기록연구사들에게도 변화 없는 현장은 똑같은 공감대를 쌓아 올리고 있다. 1세대들이 10여 년이 넘어가고 20년에 가까워지는 지금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수동적으로 흘러가야 할 것인지, 기록물관리의 초심과 자부심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서로 손을 잡고 생각해보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 논의들은 더욱 고도화 되어 ‘기록자치가 지방자치의 핵심 기반인데도 현행 법 제도가 지방의 가치와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의’, ‘행정기록과 민간기록은 함께 관리돼야 더욱 온전해질 수 있다는 논의’, ‘지역의 기록문화와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 시키는 것 또한 기초지자체 기록관의 중요한 역할이며, 기록은 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문화복지의 재원이 될 수 있다는 논의’,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립되어 있고, 실패와 시행착오가 개인의 부담으로 남기 쉬운 기초지자체 기록연구직의 고충에 대한 논의’ 등으로 정리되었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이런 논의를 통해 기기모는 ‘지방기록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법 제도 제․개정’, ‘행정기록과 민간기록의 통합관리와 주민에 대한 기록문화복지 향상 기여’, ‘기초지자체 기록연구직의 협력과 성장 공간’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설정하게 되었다. 방향에 따른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방법도 제시하였다. 먼저, 비회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ZOOM 회의 공간을 통해 격월로 다양한 방식과 주제의 연구공유회를 계획하였다. 7개의 관심 분야별로 자율적 연구분과를 운영하며, 회원간 일상적 의사소통을 위해 텔레그램 그룹을 운영하고, 회원모집은 상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회원자격: 기초지자체 소속 기록연구직, 기초지자체 기록관 관련 연구자, 기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자격 취득자)
이런 기기모의 고민과 방향은 김미주 익산시 기록관 기록연구사가 제안한 창립선언문 전문에 명확히 드러난다. 창립선언문은 기기모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향후 활동의 방향성을 확정하고 소개하기 위해 작성되었고, 제안된 창립선언문은 곧바로 표결에 부쳐 회의에 참석한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다음으로는 이생동 이천시립기록원 기록연구사의 제안으로 기기모 운영규정을 채택하였다. 총 5장 14조로 이루어진 기기모 운영규정은 꼭 필요한 조항만 두고, 나머지는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운영진 회의에서 결정하는 수준으로 고려되었다. 모임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규정이 필요했지만, 성격상 최소 규모의 규정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정관’이 아니라, ‘운영규정’을 준비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후 공동대표회원으로 이생동 이천시립기록원 기록연구사와 이도순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기록학과 객원강의교수가 각각 추천되었고, 회원들의 실시간 투표로 선출되었다. 운영규정에서 기기모는 공동대표회원으로 기초지자체 소속 기록연구직 1인과 기초지자체 기록관 관련 연구자 1인을 각각 선출하기로 한데 따른 결과였다.

이생동 공동대표회원은 “기초지자체 기록관이 성장하여야 대한민국 기록관리가 성장한다.”는 개인의 신념을 말하며, 그렇지 못한 현실과 고군분투하는 기초지자체 기록연구직의 외로움과 아픔을 토로하였다. 더불어, “각자도생하는 현장이 아니라 연구모임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하며, 이제 더 이상 행정의 보조자가 아니라, 기록관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관과 지역의 정책성을 바로 세우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기초지자체 기록관이 각자의 모델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의 장을 만들고, 기초지자체 기록연구직의 권리 신장에도 힘쓰겠다는 약속과 ‘기록은 과거를 담는 그릇이지만, 기록관은 미래를 설계하는 그릇’이라는 시각 속에서 기기모를 이끌어갈 열정이 엿보였다.
이도순 공동대표회원 역시 기기모가 “서로의 현장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기록자치와 기초지자체 기록관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정리해 나가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실무현장의 경험이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렇게 1부 기기모 창립총회가 60분만에 예정된 시간을 지켜 마무리되고, 2부 공동연구회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록관리기준표 자동 점검 실무 및 시연”이라는 제목의 홍덕용 부산 수영구 기록관 기록연구사 연구발표가 시작되었다.(자료집 내려받기)
홍덕용 기록연구사는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해 온나라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록관리기준표를 점검하고, 전자기록물의 오편철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무형 도구를 개발하였다. 특히, 전자기록물의 오편철 문제는 손쉽게 진단이나 검출이 어려워서 그동안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기대감이 높은 연구발표 주제였다.
홍덕용 기록연구사가 개발하여 시연한 툴은 온나라시스템 문서등록대장의 목록을 분석하여 유사도가 높은 군집으로 키워드를 추출하고, 기록관리기준표와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어떤 단위과제에 어떤 키워드들이 들어가는지를 정리․검출하는 실용적인 도구였으며, 미사용 단위과제를 검출하기도 하고, 보존기간을 표준화하기도 하는 등 사용범위가 넓었다.

해당 연구에 대한 토론자인 최주환 서울 성동구 기록관 기록연구사는 정보기술 변화에 따른 기록관리 체계 발전의 시의성과 데이터 기반 점검 체계의 실효성에 대하여 긍정적 의견을 제시하였다. 과제카드까지의 범위 확대와 AI 딥러닝 등을 통한 고도화 또는 기능개선에 대한 질의가 있었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기록의 가치를 행정 내부에서 사회적으로 확대하는 시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필자는 이 툴이 편철이 진행된 이후에 실행하는 사후관리에 관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업무자들이 편철을 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과제카드 선택을 도와주는 성동구의 업무관리시스템과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면 좀 더 기능적으로 오편철에 대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또한, 사용된 분석 방법들을 활용한다면 특정 기관의 기록관리기준표를 전국의 기록관리기준표와 비교하여 정비하거나, 오랜 기간 누적된 기록물평가심의서의 심사의견과 비교하여 현재의 기록물평가심의서 심사의견을 작성하는데도 쓰일 수 있겠다는 짧은 생각들을 해봤다. 이후에도 청중질의와 답변이 이어지면서 이렇게 ‘기초지자체 기록관 발전연구모임(이하 기기모)의 창립총회 겸 제2회 연구공유회’는 마무리 되었다.
창립총회를 마친 늦은 시간 가슴에는 뿌듯한 온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망이 남았다. 아마도 작년 8월부터 준비모임 구성원으로 참여해 들였던 품에 대한 보답인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언젠가 읽었던 책 구절이 머릿속에 고민으로 맴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신영복의 <담론> 중에서
기록이 주는 가치와 효용성에 대해 현재 나의 입장은 어떠한가? 나는 부단히 노력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내게 여전히 열정과 애정이 존재하고 있는가? 머릿속이 복잡한 이런 질문들에 아직 자신이 없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신유림 증평기록관 기록관리팀장의 경과보고 마지막 말처럼,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이제 질문을 함께 던지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고, 오늘 이 자리가 각자의 기록관으로 돌아가 혼자가 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등을 확인하고 다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니 전국의 기초지자체 기록관이여! 홀로 하는 고민을 멈추고, 머리와 가슴과 손과 발을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기기모 창립총회 겸 제2회 연구공유회’ 자료집 내려받기 https://bit.ly/3NAxHtq
- 기기모 자료 공개·공유공간 바로가기 https://bit.ly/4qZWsNY
- 기기모 회원가입 신청 페이지 https://forms.gle/ufLuUiLySaso6skf7
- 기기모 메일링서비스 신청 페이지 https://forms.gle/6qrGV4ZaKFeLfpn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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