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주 (익산시 기록관 기록연구사)
지난 2025년 11월 1일(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한신대학교 경기캠퍼스 늦봄관 20501호에서 70여 명의 기초지자체 소속 현직 기록연구직과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7회 전국기록인대회 제2일차 프로그램 중 한 세션으로 ‘기초지자체 기록관 발전연구모임(기기모) 출범모임 겸 제1회 연구공유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기초지자체 기록관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필자는 사회자였다.
전국에 흩어진 채 함께 모일 방법이 없었던 기초지자체 소속 기록연구직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눈,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다. 각자 다른 지역,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이 되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난 3월 27일부터 5명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고, 8월 27일부터는 12명으로 커진 준비모임 구성원들의 감회 또한 남달랐다.

제1주제 ‘기초지자체 기록관 발전연구모임의 경과와 방향 그리고 계획’을 신유림 증평기록관 기록관리팀장이 발표했다. 개인 발표 형식이었지만, 내용 중 ‘모임이 방향’과 ‘향후 계획’은 그동안 준비모임에서 논의해온 것을 소개한 것이었다(발표문 준비도 4명이 협업했다). ‘모임의 방향’으로 ① 지방기록 특수성 기반 법제도 제·개정 ② 행정·민간기록 통합관리와 주민의 기록문화 복지 발전 ③ 협력과 성장의 공간을 소개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힘들었다. 계속 다듬을 예정이다. 발표에 이어 준비모임 구성원들이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 개인별 실적을 자료로 만들어 소개했는데, 각자 자기자랑 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런 일을 해온 사람들이 모임을 시작합니다. 서로 믿고 격려하면서 함께 모임을 해봅시다’라는 제안을 책임있게 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소개하려는 마음을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진행했다. 시간도 촉박하고 분위기도 다소 굳어서 질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기모를 드러내고 기기모를 이해하면서 훗날을 도모하는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제2주제 ‘전국 기초지자체 기록물관리 기본계획을 통한 공감과 이해’는 이경국 영광군 기록관 기록연구사가 발표하고, 이주연 김제시 기록관 기록연구사가 토론했다. 지난 8월 15일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에 최근 기록물관리 기본계획을 정보공개청구하여 수집한 기록을 분석한 결과였다(5명이 협업했다). 발표문 슬라이드 쪽수가 92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산출했다. 전국에서 외롭지만 분투하면서 의미있는 모범실무와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을 발견하고 집대성한 자료로서, 모두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필자도 큰 자극을 받았다. 국가기록원이 기록관 현황을 조사하고 집계하지만 공개·공유하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타개하고 우리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전국의 기본계획을 날것 그대로 공유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고 중요 업무별로 구체화하여 비교분석해보는 것으로 심화해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많아졌다.
제3주제 ‘기초지자체 기록관의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의 발전 비교분석’은 이생동 이천시립기록원 기록연구사가 발표하고 채현태 가평군 기록관 기록연구사가 토론했다. 2025년 기록관리 핫이슈 중 하나였던 이천시립기록원 설치를 주도한 당사자가 5개국 18개 기록관리기관을 출장과 자비여행으로 견학하면서 보고느낀 것이 영구기록물관리기관 설치의 큰 원동력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형화된 사고 틀을 벗어나 각 기관의 실정에 맞게 기록관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희망적으로 다가왔고, 기록관이 단순한 보존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함께 담아내는 열린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선물증정’ 아이디어가 나왔다. 총 41점을 경기 이천시, 충북 증평군, 전북 김제시, 전남 보성군·신안군·영광군·진도군·화순군에서 지역 특산품과 아카이브 기념품으로 준비했다. 제일 큰 관심은 영광군의 굴비 20미 선물이었다. 엑셀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추첨을 해서 공정하게 큰 소란 없이 조용하게 나눌 수 있었고, 행사장을 떠나는 손은 훈훈했다.

짧은 2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은 ‘1인 기록관’의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에게 힘이 된 자리였다. 세션을 함께하며 계속 떠올랐던 단어는 ‘데칼코마니’였다. 지역은 달라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절망의 닮음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닮음이었다. 어딘가에서 같은 고민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든든할 줄은 몰랐다.
준비모임의 소소한 노력들도 기억해두고 싶다. 토론자와 발표자의 소속을 기재하면서 기록관 이름을 붙여주려는 시도를 했다. 더 다양한 명칭을 기대하면서, 증평기록관 기록관리팀장, 영광군 기록관 기록연구사, 이천시립기록원 기록연구사 등의 표현을 썼다. 기기모의 모임은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므로 녹화가 용이하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모임도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 행사를 녹화했다.

이번 만남이 단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질 작은 실천과 협력이 또 다른 기록이 되어, 다음 2025년 1월 20일 온라인 모임으로 예정하고 있는 창립총회에서 다시 만나 오늘의 이야기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우리의 기록이 결국 서로를 연결하고,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아래 웹포스터를 참고하여 많은 분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주시기 바랍니다.

- 기기모 회원가입 신청 페이지 https://bit.ly/48UNzzM
- 기기모 메일링서비스 신청 페이지 https://bit.ly/47UkQJl
- ‘기기모 출범모임 겸 제1회 연구공유회’ 자료집 내려받기 https://bit.ly/43oKT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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