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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트윗 하나가 던진 질문
2026년 1월 말 이재명 대통령이 X(엑스; 트위터)에 캄보디아어로 트윗 하나를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 해프닝처럼 보였던 이 일은 예상 밖의 파장을 낳았다. 안철수 의원(국힘)은 대통령 기록물을 개인 계정에 남기고 절차 없이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수진 의원(국힘)은 대통령기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 대통령은 틱톡에 가입했다. 결재 서류에 '틱톡 가입하기' 항목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영상을 공개하며 "팔로우, 좋아요, 댓글까지 아시죠?"라고 인사한 이 장면은 화제가 됐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취임 직후부터 70명이 넘는 장관, 청장, 비서관 등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새벽 두 시에도 업무 지시를 주고받는 이른바 '24시간 온라인 국무회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대통령의 SNS, 숏폼 영상 플랫폼, 개인(private) 메시징. 이 현상은 매체는 다르지만 비슷한 질문을 공유한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대통령의 국정 소통은 어떻게 기록되어야 하나
1. 대통령이 SNS를 하면 생기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인 2010년부터 X(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재명 스타일답게' 그는 X에서 솔직하고 과격한 논쟁을 주고 받기도, 빠른 행정력을 뽐내기도 했다.(10여년전 그의 트윗은 종종 리트윗되기도 한다. 보면 놀랄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국민이 하는 겁니다"라는 말은 그가 오랫동안 해 온 직접 소통의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문제를 파악하면 현장으로 달려가는 행정가, 정치인이었고 이는 디지털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직접, 아주 활발히' 활용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jaemyung_Lee 계정은 대통령의 계정이 되었다. 팔로어가 104만명이고 누적 트윗 게시물이 63,000개 이상이다. 이쯤되면 계정 자체가 이재명의 디지털 자서전이 되는 셈이다. 매일 몇 개씩 게시물이 올라오고 시간대를 보건대 누가봐도 대통령이 직접 포스팅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설탕 부담금 도입 검토처럼 굵직한 정책 현안이 공식 브리핑보다 X에서 먼저 공론화된다. 대통령의 트윗이 곧 정책 신호이다.

이 기조는 국무위원 전체로 확산됐다. 대통령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겠고, 국무위원들은 그 의도를 공유했을 것이다. 19개 부처 중 17개 부처 장관이 X 계정을 개설했고,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사이에만 장관들이 올린 게시물이 317건에 달했다는 집계도 나왔다.¹
SNS를 활용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논점 왜곡이나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뉴미디어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성향과 능력도 한 몫 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대통령의 디지털 소통은 일상이 됐다.
그런데 공개 SNS와 개인(private) 메시징은 다르다.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은 제한된 곳이다. 거기에서 대통령이 장관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장관들이 작은 설전을 벌이며, 새벽 두 시에도 업무 지시가 오간다면, 그 현상은 형식은 메시징이되 실은 국정 운영과 결정 과정의 일부이다. 기록관리의 관점에서는 어쩌면 공개 트윗보다 훨씬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이 그 방 안에 있(을 수 있)다. 내가 그 방의 멤버라면 수시로 백업하고 캡쳐할 것이다.
2. 법의 언어와 현실의 틈
안철수 의원의 주장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트윗 삭제는 위법인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제2조 제1호는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생산하는 기록물"로 정의한다. 핵심은 '생산'이다. 공문서처럼 결재, 등록 절차를 거치며 공식적으로 생산된 문서를 상정한 규정이다. 하지만 SNS 게시물은 이 등록 절차 밖에서 만들어지고 변경, 삭제되기도 한다.
동시에 주목해야 할 것은 법적 판단의 핵심이 계정의 공식, 개인 여부가 아니라 해당 게시물의 대통령 직무수행 관련성이라는 점이다. 개인 계정에 올린 글이라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는 온라인과 실재 세계의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경우 성남시장 시절부터 꽤 됐다.
다른 해석도 있다. 같은 법 제26조를 근거로 대통령의 SNS 콘텐츠를 우선 '개인기록'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면 퇴임 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수집,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퇴임 전에 이관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퇴임 대통령이 선뜻 동의할까.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디테일이 더 있다. 퇴임 후에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안철수 의원의 주장대로 대통령의 트윗 삭제를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회색 지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주장 안에 담긴 문제의식, 즉 대통령의 공개 정책 발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 법적 의무가 불분명해 사후 수집이 퇴임 대통령의 의사에 좌우된다는 점은 유효하다. 비판을 굳이 정치적 공격의 무기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대통령 SNS 기록을 대통령기록물 정의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자동 수집·보존 의무와 임의 삭제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법적 해결을 통해 불명확성을 해소하겠다는 시도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충분한 해법인가?
3. 대통령은 직무 관련성과 공적 책임을 확인하고
SNS 기록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자는 제안은 타당하다. 하지만 입법 만능주의에는 한계가 있다. 테크 플랫폼은 법률보다 빠르게 진화한다. X, 틱톡, 텔레그램을 법에 열거하는 순간, 또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한 대통령기록관리 전문가는 '필수보존기록물'과 '재량보존기록물'의 구분을 제안했다. 전자는 직무 수행과 직접 관련된 공개 정책 발언, 국정 운영 방침, 외교적 메시지처럼 반드시 보존되어야 하는 기록이다. 후자는 일상적인 소통 메시지, 취소, 수정된 게시물, 사적 성격이 강한 내용처럼 전문가 판단에 따라 보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 구분은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는다. X든 틱톡이든 텔레그램이든, 기준은 플랫폼과 계정이 아니라 직무 관련성과 공적 책임에 있다.

이 원칙은 미국의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운영된 @POTUS 계정은 공식 대통령 SNS 채널로서 공적 지위를 제도화한 사례다.(물론 트럼프는 이 모든 걸 파괴했다) 임기가 끝나면 게시글 타임라인이 초기화되어 다음 대통령에게 관리권이 넘어가는 방식으로, 개인 계정과 공식 계정을 분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구분은 엄격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라면 모든 형태의 말과 글을 미래로 남겨야 한다는 원칙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텔레그램 국무회의도 같은 기준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정된 그룹에서의 토론은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이다. 영국 내각부(Cabinet Office)는 2023년 3월 왓츠앱, 개인 이메일 등 비공식 채널의 업무 사용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이 해당 채널에서 오간 '중요한 정부 정보'를 공식 정부 시스템으로 이전·보존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확히 했다.²
핵심은 소통이 어떤 채널에서 이루어지든 공적 성격의 내용은 별도로 기록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자들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법률로 강제하고, 기술로 도울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원칙은 직무 관련성과 공적 책임이다. 이 말은 따분하게 들릴 수 있지만, 공공의 일이란 대개 따분한 것을 지루하게 지켜야 성과를 낼 수 있기도 하다.
4. 기록관리 전문가는 윤리와 독립을 무기로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직무 관련성과 공적 책임을 확인했다면 남은 것은 기록관리 전문가의 책임이다. 앞서 말한 필수보존과 재량보존의 구분은 이론적 틀이지, 현장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준이 아니다. 어떤 트윗이 정책 결정의 일부인지, 어떤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적 의사결정인지, 삭제된 게시물 중 무엇을 국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지, 이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바쁘다. 대통령비서실도 부처도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중동전쟁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고, 기름값도 물가도 겨우 묶여 있다. 대통령 기록을 남기는 일은 이에 비하면 관념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다만 기록관리 전문가는 매일 쏟아지는 대통령의 메시지와 기록을 수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더라도 미래로 보낼 기록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한다. 국정기록비서실에, 대통령기록관에,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전문가가 있다면 윤리와 독립을 무기로 기록관리 일을 주장하면 된다.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대통령이 어떤 채널로 소통할지는 국정 운영 방식의 문제이고, 기록관리는 그 소통을 사후에 잘 보존하는 역할이다. 기록관리 부담을 이유로 국정 운영과 소통의 도구를 제한할 수는 없다. 기록관리는 소통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챙기면 된다. 이 일은 누구 말마따나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일"이다.
플랫폼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삭제된 트윗 하나에서 질문이 시작됐다. 오래된 질문이다. 공직자의 말과 결정은 어디까지 공개되고 보존되어야 하는가? 민주주의 체제에서 기록은 권력에 대한 사후적 책임 부과의 수단이다. 그 수단이 작동하려면 기록이 남아야 한다.
대통령의 트윗은 보통의 일이 되어가고, 이제 법률과 제도가 미비하다고 그것이 대통령기록인지 아닌지를 논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대통령은 트윗으로 발언하고, 기록관리는 그 트윗을 모으는 일이 공직자 각자의 일일 뿐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트위터를 즐겨 쓰든, 다음 대통령이 전혀 다른 플랫폼을 택하든, 국정 소통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 이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긴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조건이다. 오늘의 트윗은 내일의 역사다, 라고 말하는 것은 머뭇거려지지만 누가 그것을 지킬 것인지는 지금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신중하게 조금 천천히, 기록관리 조직은 재빠르게 서둘러야 한다.
¹ 서울경제, "李 따라 SNS 소통…장관들, 두달간 317개 폭풍 업로드" (2026.3.8)
² UK Cabinet Office, "Using non-corporate communication channels (e.g. WhatsApp, private email, SMS) for government business" (March 2023).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non-corporate-communication-channels-for-government-business
+ 2월 4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기록물법을 들어 안철수 의원 등의 '위법' 주장에 반박을 했다. 대통령기록관과 국가기록원이 행안부 소속기관이니 직접 나서 반박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실이 틀렸다. 아래와 같이 반박한다.
- 대통령기록물은 임기 종료 1년 전부터 이관 목록을 작성한다. 종이기록물, 행정박물, 선물, 전자결재문서 등이 그렇다. 하지만 SNS, 행정정보데이터세트 등은 목록을 작성한다는 개념이 없다. 지금부터임기 종료 1년 전까지 기록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이관대상이 아니고, 대통령기록물이 아닌가. 만들어지면 생산된 것이다. 그것을 이관하는 것이다. 생산되었는데 이관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이거 왜 이러나.
- '행정-공공기관 웹사이트 구축-운영 가이드'(2021)에는 웹사이트 게시물의 관리에 관한 조항이 있다. 하지만 SNS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둘은 법에서 웹기록물로 묶이지만, 기록물의 생산 구조, 관리 절차 등 세부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같은 걸로 퉁치면 안된다.
- 윤호중 장관에게 자료를 제공했을 대통령기록관의 빈약한 전문성과 아전인수식 해석은 놀랍다. 담당자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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