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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도슨팅은 무엇이 특별해야 할까?

2024.11.12 | 조회 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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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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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Docent)는 일반적으로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된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가르치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들은 관람객이 작품이나 유물 속에 담긴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

본래 전시는 기록관보다는 박물관, 미술관과 친숙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박물관, 미술관 뿐만 아니라 기록관에서도 소장 기록을 활용한 전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다른 문화기관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아카이브를 대중에게 홍보하고, 기록물 수집 또는 열람, 활용까지 이어질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아키비스트의 역할도 전시 기획 및 해설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기록관도 소장 기록을 활용한 상설 전시를 진행 중이다. 나의 의지와는 달리 입사했을 때 이미 전시실이 갖추어진 상황이었다. 관람객은 적지도 많지도 않은 편이지만, 최근 전시실 리뉴얼과 함께 단체관람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났다. 전시 콘텐츠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더불어 우리 기록관에서 제공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재고하게 된 것이다.

아키비스트의 전문성을 반영한 도슨팅은 무엇일까 물음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록관의 존재 가치를 알릴 수 있을까? 다른 전문가가 아닌 오직 아키비스트만이 전시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고민의 과정에서 뻔하지만 놓치기 쉬운 아키비스트의 도슨팅 전략 5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전시 목적을 파악한다.

첫 번째 전략은 (당연하지만) 전시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 기관은 전시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기관을 홍보 및 브랜딩하고자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개인적으로는 관람객들에게 기록관의 존재 가치를 알리고 입증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다.

도슨팅을 준비할 때 전시 목적을 염두에 두고 기록을 해석하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기록을 통해 기관의 역사를 증명하고, 신뢰성을 제고시키기 위함이라면 수많은 기록 중에서도 기관의 발전 과정이나 영향력을 나타내는 핵심 기록을 미리 선별하고 강조하는 방법이 있다. 관람객은 도슨팅의 목적이나 관점을 기록에 투영해 바라보며,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기관의 가치와 역할을 파악하게 된다.

 

2. 주요 기록의 출처와 이력을 설명한다. 

기록은 고유한 출처와 이력을 갖는다. 관람객에게 주요 전시 기록이 누구로부터 생산되었고, 기관이 어떤 이유로 해당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아카이브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기록의 신뢰성을 증명하고, 기관이 기록을 선별하고 보존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전문적인 아카이브의 필요성 또한 대변할 수 있다.

 

3. 기록의 맥락을 설명한다.

단순히 개별 기록에 대한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록이 생산된 맥락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키비스트는 기록군에서 기록건까지 이어지는 아카이브의 다계층적 구조를 바탕으로 기록이 만들어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역사의 흐름이나 사회 변화 속에서 기록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며, 다층적이고 복잡한 아카이브를 이해하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어떤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반대로 어떤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기록이 없다면, 그 기록이 의도적으로 파기되었는지, 존재했지만 유실되었는지, 아니면 수집되지 않았는지 등 기록의 부재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기록은 단지 수동적으로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대상임을 관람객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 아카이브의 불완전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건 부끄럽지만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5. (마지막으로) 전시 이후 아카이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우리 기관을 찾는 관람객 다수는 기록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기록관에서 더 많은 기록을 직접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이런 경우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거나, 참고문헌 또는 관련 기관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면서 관람객의 방문 경험을 풍부하게 해준다. 만약 관람객이 기관의 구성원이라면, 기록물 기증을 유도하는 등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다.

 

아키비스트의 도슨팅은 단순한 해설을 넘어, 기록이 가진 맥락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 글은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 아키비스트의 전문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면, 나의 도슨팅도 어딘가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산더미 같이 쌓인 기록물을 분류하고, 굳이 시간을 들여 전수조사를 하고, 우리 기관에 부재한 기록의 행방까지 여기저기 찾아다녔던 경험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기록을 오래 들여다본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나의 전문성은 더욱 빛나기를,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전략적으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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