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5Whys 분석법을 아니사요?
워싱턴 DC의 제퍼슨 기념관에 대리석 부식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관리자들은 쉽게 이유를 찾았습니다. 비눗물로 자주 세척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질문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비눗물로 자주 씻은 이유는 비둘기의 배설물을 지우려 했기 때문입니다. 비둘기의 배설물이 발생한 이유는 먹잇감인 거미가 많아서 입니다. 거미가 많았던 이유는 거미의 먹잇감인 나방이 황혼 무렵 점등되는 기념관 불빛 때문에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들은 점등 시간을 두 시간 늦춤으로써 손쉽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렇듯 문제의 근본 원인에 도달하기 위해 질문을 반복하는 방법을 5Whys 분석법 이라고 합니다. 5Whys 분석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때로는 우리가 흔히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금 ‘왜?’ 라는 질문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1. 왜? 기록관은 많아졌지만 사람들은 기록관을 모를까요?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이 제정된 1999년 이후 벌써 25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기록문화진흥을 위하여 많은 노력이 있었고 공공기록관리 영역 안팎으로 많은 성과도 나타났습니다.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기록관에 배치되기 시작하였고, 어느덧 1,355개 기관에 기록관이 설치되었습니다.
민간영역에서 아카이브 대한 관심의 증가는 다양한 현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공공기록물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관의 아카이브를 설치, ‘아카이브’란 단어를 사용하는 방송프로그램, 상호, 제품들이 202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록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상 곤란함을 겪을 때도 생깁니다. 홈페이지를 제작 할 때나 책자의 표지를 만들기 위하여 디자인 컨셉을 디자이너에게 설명할 때 역시 기록관을 설명하는 일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도서관과 비슷한 컨셉의 시안을 보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왜? 도서관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까요?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통계를 보면, 현재 지자체와 교육청에 설치된 도서관 현황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도서관법』을 통해서는 교육위원회에서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설치하였고, 『도서관진흥법』을 제정한 이후에는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설치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공공기록물법이 제정된 1999년 이후에 약 900개 도서관이 설치된 것을 보면 기록관과 도서관의 양적 성장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 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답을 지자체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도서관의 정책이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고, 도서관이 주민과 가깝게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되면서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인식하기 쉽게 되었습니다.
반면 광역지자체의 대표도서관은 이제야 점진적으로 설치해 가고 있습니다.
3. 왜? 정부 정책의 시행을 기초지자체에서 할까요?
아래 [그림1]은 전국 지자체 현황입니다. 정책 시행 순서는 정부에서 광역지자체로 그리고 기초지자체로 하향식으로 진행 됩니다. 그리고 기초지자체에서는 읍·면·동 하부행정기관을 운영하고 있어서 주민과 접하는 다양한 민원업무를 수행합니다.
비단 기록관과 도서관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지자체는 정부로 부터 자치권을 부여 받아서 정부의 기능을 관할 지역에 행사하는 기관입니다. 중앙부처의 산하기관 또는 시·도 광역지자체에서 직접 민원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의 정부 정책의 시행은 시·군·구 기초지자체에서 읍·면·동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민원업무의 일선에 있는 읍·면·동에서는 이(리)·통을 관리하고, 각 사회단제 조직과 협력합니다.
일례로 코로나-19 시기 방역, 안내전화, 자가격리자 관리, 지원금 신청 접수 등 일선의 다양한 업무를 시·군·구의 처리과인 보건소, 읍·면·동에서 진행 했습니다.
결국 기록문화진흥을 위한 정책에 민원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기초지자체가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록관 기능으로는 기초지자체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 입니다.
유관기관인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 달리 기록관리체계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 기록관으로 이원화 된 체계입니다. 기록관으로는 기록물을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없는 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기초지자체도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제10조의 후단에 따라 기초지자체가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설치하면 기록관을 따로 두지 않고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이 기능을 수행합니다.
현실적으로 기초지자체 기록물을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사례도 드믄데, 그렇다면 기초지자체에 기록관 또는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두고 선택하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4. 왜? 광역·기초 지자체간 이관이 어려울까요?
대한민국 정부는 선출직 기관장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정부의 기능을 나눠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그 중 국가기관 기록물의 영구기록보존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제도는 국가기록관리체계에는 매우 부합하는 제도입니다.
반면, 지자체는 조금 다른 사정이 있습니다.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의 설치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2006년)을 통해 시·도 광역지자체의 의무(강행)규정이 되었습니다. 이후 경상남도기록원과 서울기록원이 개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군·구 기초지자체의 기록물 이관이 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정이 있습니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는 별도의 기관입니다. 앞서 정부의 예와 같이 광역지자체는 시장 또는 도지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각 실·국 단위를 중앙부처 수준으로 볼 수 있고, 각 처리과에서 업무를 나눠서 수행합니다.
기초지자체 역시 시장·군수·구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각 실·국 단위를 중앙부처 수준으로 볼 수 있고, 각 처리과에서 업무를 나눠서 수행합니다.
지방분권화 시대에 따라 지자체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는 것처럼 기초지자체 기록물을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은 장점에 비해 여러 문제를 발생 시킬 수 있습니다.
이과 관련하여 박찬승(2000), 「외국의 지방기록관과 한국의 지방기록자료관 설립 방향」, 기록학연구 1.의 연구를 보면,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의 경우 기초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체계가 없습니다. 각 지자체별로 직접 보관하고 아카이브가 역사 보존의 중심을 맡습니다.
특별시·광역시에 살고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시’의 지방기록물관리기관에 방문하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므로 지금의 기초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이관하는 체계가 이상적으로 보일지도 모습니다.
하지만 광역지자체인 ‘시’에 사는 인구보다 많은 인구가 도·특별자치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서울시 면적보다 넓은 시·군도 많이 있습니다. 도·특별자치도에 사는 사람이 ‘도’의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길게는 차량이동으로도 2~3시간이 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더 긴 시간을 소비해야 방문할 수 있게 됩니다.
5.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기록관리의 대중성 문제로 시작해 다양한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도서관에서 공공, 학교, 대학, 전문 도서관 등으로 관종을 구분하는 것처럼, 기록관리도 ‘기록관’으로는 묶여 있지만 모기관의 유형에 따라 각자의 어려움과 고민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록관’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렇게 해야 한다.” 라기 보다는 “‘**유형 기록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처럼 모기관 유형별로 관종을 구분 하고 맞춤형 해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이야기 했는데요. 사실 기초지자체 이야기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1인 기록관 체계는 여러 기록관 유형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다른 기관 유형에 비해 여전히 임기제공무원 또는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비중이 높은 곳아 근무 환경이 열악한 곳이 기초지자체 기록관입니다.
반면에 다른 유형의 기록관 보다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곳이 기초지자체 기록관입니다. 중앙부처의 기록관리기준표는 각 부처별로 특정 정책분야(1단계)에 해당하는 업무가 세분화되어 작성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모든 업무기능을 각 지자체별로 수행하기 때문에 기록관리기준표에 '공공질서및안전'부터 '환경보호'까지 15개의 정책분야로부터 하위 단계로 내려가는 수 천 개의 단위과제가 있습니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법정 사무로 기초지자체 기록관의 사무에 지역의 역사 관리를 명시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기록물 평가·폐기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아닌 기록관에서 이루어집니다.
과거 사관이 사초를 선별하여 실록을 남기던 시대에서 기록관의 기록연구사가 기록을 선별하여 영구보존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이상 지역의 역사는 결국 그 지역 기록관 소속 기록연구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민간기록문화가 활성화 되어가는 이 시점에 시·군·구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같은 기관 내의 처리과인 박물관 또는 도서관에서 기관에 소속된 기록연구사(아키비스트)와 협의 없이 ‘아카이브’사업을 진행합니다. 또는 시·군·구 단위로 설치되어 있는 민간조직인 문화원에서도 ‘아카이브’사업을 진행합니다.
이처럼 유관기관에서는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민간아카이브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데 우리는 아직까지도 광역지자체가 설치해야하는 지방기록물관리기관으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적정 인원 배치, 기관 건립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고 참을 일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 이야기를 대나무 숲에 온 것처럼 조금씩 풀어 보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한 번 더 질문을 던져 보고, 기록학의 관점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지식을 통해서도 해법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때로는 엉뚱해 보이는 것에 답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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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여행자
지자체에서 아카이브 교육이나 컨설팅 요청하는 곳은 도서관, 박물관, 문화원, 비영리지원센터, 도시재생센터, 구청 관광과 등입니다. 기록관은 거의 드물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관내 도서관, 박물관, 관광과가 모두 아카이브 사업을 하니 우리 부서의 차별화된 아카이브 사업을 제안해 달라더군요. 그 때도 기록관은 논외였습니다. 기초지자체 기록관이 아카이브 역할을 하게 되어야 기록문화 판도가 바뀔 것 같습니다. 법 개정되려면 이런 논의와 함께 증평군 같은 사례가 늘어나 성공 케이스로 들이밀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할많하않
말씀해 주신대로 상황이 많이 열악하다 생각 합니다. 물론, 다양한 기록의 보존을 위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아카이브 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공공기록물법이 규제로 작용하여 생겨버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기록관이 걸음마를 내딛고 있는 동안, 문헌정보학, 역사학, 향토학에서는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도서관 쪽은 제3차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에서 아카이브에 주목한 것에 이어, 제4차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에서는 (2-2-2)‘사람과 마을을 잇는 지역아카이브 구축’ 이라는 추진과제의 실행계획으로 ‘도서관 중심의 지역공동체 아카이브 구축 및 운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방문화원 지역문화자원 아카이브 구축 매뉴얼을 2021년에 발간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민간기록물 관리 조례(최초 2020년)를, 박물관에서는 아카이브 조례(2019년)를 제정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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