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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의 전기는 박물관의 전기보다 비.싸.다.

아카이브의 사회적 위치 : 개념과 현실 사이의 간극

2025.04.24 | 조회 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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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1. 전기요금의 비밀

 

아카이브의 전기요금은 박물관보다 비싸고, 도서관이나 미술관보다도 높다. 이는 아카이브가 24시간 365일 항온·항습 환경을 유지하며 많은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아카이브가 상당한 전기를 소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의 전기 사용량이 이에 비해 적은지, 많은지, 비슷한지는 명확한 통계가 없다. 다만 전기 사용량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아카이브는 더 높은 요금을 낸다. 왜일까?

국내 전기요금 체계는 한국전력공사 전기공급약관 제55조에 따라 전기의 사용 용도에 따라 6가지*로 구분된다    * 주택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일반용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은 '교육용' 요금을 적용받는 반면, 아카이브는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는다. 같은 양의 전기를 써도, 아카이브는 평균 15~30% 더 많은 요금을 부담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요금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아카이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위치를 드러내는 문제다.

박물관과 도서관은 '문화시설' 또는 '교육시설'로 제도적으로 명확히 자리 잡은 반면, 아카이브는 여전히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다. 공공의 기억을 보존하고, 정보 접근권을 실현하며, 국가와 사회의 책임 있는 기록 관리를 수행하는 아카이브는 개념적으로 명백히 문화기관이자 기억기관이다. 그럼에도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그 어디쯤에 머물고 있다.

 

2. 기부와 기증 – "함께"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문화기관의 본질은 단순한 보관소가 아니라 사회적 기억의 활성화 공간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이 만나고 공명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곳, 그것이 진정한 문화기관의 모습이다. 시민들이 공공 기억의 형성과 보존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서관과 박물관 등은 시민의 참여 통로로써 기부·기증을 제도적으로 장려하는 법적 조항을 갖추고 있다:

  • 「도서관법」 제47조 "누구든지 도서관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을 도서관에 기부할 수 있다."
  •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8조 "법인·단체 및 개인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설립·운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금전, 부동산, 또는 가치 있는 소장품을 기부 또는 기증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도서관과 박물관은 기부금과 기증자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반면 아카이브는 기관 주도의 수집만 언급될 뿐, 공공과 함께 수행하는 구조는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

 

3. 저작권의 벽 – 수집에서 멈추는 기록들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기억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서관은 '공익 목적' 아래, 저작권 장벽을 일부 넘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저작권법」 제31조에 따르면, 보존 목적이나 연구 요청이 있을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복제가 가능하다. 덕분에 도서관은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아카이브는 다르다. 기록을 수집하더라도, 활용 단계에서 벽에 부딪힌다. 전시, 교육, 디지털 아카이빙 등 공익적 활용 시에도 모든 저작물에 대해 개별적으로 저작권자를 찾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고아저작물'(저작권은 유효하나 권리자를 확인하거나 연락할 수 없는 저작물)의 경우에는 활용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아카이브가 가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심각한 제약이 된다.

 

4. '알아달라'보다 '인식하자'는 자세로

 

우리는 종종 말한다. "아카이브도 문화기관이다." "기억기관으로서 중요한 일을 한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왜 대중은 잘 모를까?

사실 우리도 안다. 아카이브는 아직 사회 속에서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 인식의 부재는 전기요금 체계, 기부·기증 법령, 저작권 조항 같은 제도적 결핍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지 법을 바꾸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아카이브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를 사회에 알리고, 인식의 기반을 쌓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문화기관은 스스로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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