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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아카이브 개방에 앞서 해야 할 일(What to do)

공개콘텐츠 만들기와 서비스 메타데이터 정리

2026.07.23 | 조회 4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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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필자는 지난 4 KTV한국정책방송원의 국정영상 대국민 개방과 관련하여 <'공공'아카이브 개방, 책임과 부담 사이에서>를 통해, 영상아카이브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저작권과 초상권, 공공성, 그리고 기관의 책임에 대해 살펴보았다. 최근 KTV를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은 소장기록을 국민에게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전보다 뚜렷해졌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소장기록을 "공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공개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쉽게 찾고, 이해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많은 영상을 공개하더라도 제목만 나열되어 있거나, 영상 속 인물과 장소, 사건을 알 수 없다면 이용자에게 그 기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이 글에서는 공공아카이브 공개에 앞서 해야 할 여러 과제 중 이용자에게 제공할 콘텐츠, 개방콘텐츠만들기와 메타데이터 정리.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아날로그 매체 디지털화, 그 다음은?

지난 20여 년 동안 공공기관의 시청각 기록관리 사업은 아날로그 매체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필름이나 비디오테이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적으로 열화되고 재생장비마저 단종되면서, 디지털화는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KTV 역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7 3천여 개의 방송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고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에 등록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방송콘텐츠의 장기보존 기반을 마련하고, 아날로그 매체에 의존하던 관리체계를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디지털 파일의 생성과 품질검수, 저장체계 구축은 공공영상 아카이브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였다.

그러나 디지털 파일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제목이나 방송일 정도만 비디오테이프 라벨에 기재된 경우가 많았고, 영상 속 등장인물과 장소, 사건, 정책, 주요 발언 등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다. 그 결과 영상은 보존되었지만, 원하는 자료를 찾거나 특정 장면을 재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KTV 보유 방송테이프 외부 라벨 : 테입번호, 제명(제목), 부제(에피소드명), 일자, 담당PD이름, 수록시간, 해당 에피소드 내 세부 아이템 요약 등 기재
KTV 보유 방송테이프 외부 라벨 : 테입번호, 제명(제목), 부제(에피소드명), 일자, 담당PD이름, 수록시간, 해당 에피소드 내 세부 아이템 요약 등 기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TV는 최근 디지털 변환 중심의 사업에서 디지털전환(DX)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단순히 파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다시 분석하고 메타데이터를 보완하여 이용자가 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개콘텐츠를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된 것이다. 이는 공공영상 아카이브의 중심이 '보존'에서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영상내용 기술(description)을 위한 KTV CMS 메타데이터 항목 (출처: KTV 디지털 영상메타데이터 고도화 및 확산 컨설팅, 2025)
영상내용 기술(description)을 위한 KTV CMS 메타데이터 항목 (출처: KTV 디지털 영상메타데이터 고도화 및 확산 컨설팅, 2025)

공개콘텐츠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공개한다고 하면 디지털 파일을 유튜브 등에 올리는 것을 떠올린다그러나 이용자가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파일'이 아니라 '콘텐츠'이다. 콘텐츠는 이용자가 원하는 기록을 쉽게 찾고, 내용을 이해하며, 필요한 장면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야 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e영상역사관에서 제공하는 <대한뉴스>이다. e영상역사관은 한국정책방송원에서 <대한뉴스>, <문화영화>, 대통령 기록영상 및 기록음성 등을 스트리밍 형태로 대국민 공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현재 e영상역사관의 이용자는 통합검색 기능을 이용해 키워드를 입력해 대한뉴스를 검색하고 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제목과 간략한 설명, 제작연도 등의 기본 정보를 확인한다.

하지만 연구자나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새마을운동'을 검색하면 관련 대한뉴스는 확인할 수 있지만, 영상의 어느 시점에서 새마을운동 장면이 등장하는지, 함께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무엇인지, 관련 정책이나 사건과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는지까지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여러 편의 대한뉴스를 일일이 재생해 원하는 장면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e영상역사관 '대한뉴스' 메뉴 호수별 영상스트리밍 서비스
e영상역사관 '대한뉴스' 메뉴 호수별 영상스트리밍 서비스

이처럼 현재의 메타데이터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도록(Search)' 하는 데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이해하고 활용하도록(Discovery & Reuse)' 돕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앞으로의 공공영상 아카이브는 단순한 목록 정보에서 나아가 영상 속 인물, 장소, 사건, 주요 발언, 장면별 시간정보(Timecode), 관련 기록과의 연결정보 등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메타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메타데이터는 기록을 관리하기 위한 정보가 아니라, 이용자가 기록을 발견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메타데이터가 이용을 결정한다

보존 메타데이터가 기록의 진본성과 장기보존을 위한 정보라면, 서비스 메타데이터는 이용자가 기록을 발견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정보이다. 특히 시청각 기록은 문서와 달리 기록의 내용을 이용자가 직접 확인하더라도 생산자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다. 영상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는 메타데이터를 통해서만 내용을 예상하고 필요한 자료를 선택한다.

대한뉴스와 같은 역사영상은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대한뉴스 제392와 같은 번호 체계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했지만, 오늘날 이용자는 '새마을운동', '독일 광부', '경부고속도로', '서울올림픽'처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검색한다.

따라서 개방을 위한 서비스 메타데이터는 기존의 관리정보를 넘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 영상 속 주요 인물과 기관
  • 촬영 장소와 현재의 지명
  • 사건과 정책명
  • 촬영 시기와 방송일
  • 연설과 인터뷰의 주요 내용
  • 장면별 설명
  • 이용자가 사용하는 검색어와 주제어
  • 권리정보와 이용조건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음성을 전사하고 인물과 장소를 자동 인식하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역시 표준화된 메타데이터와 전문가의 검토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서비스 메타데이터,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지난 2025KTV는 국정영상 대국민 개방에 앞서 다양한 직군(역사학자, 독립영화감독, 역사교육학 교수 등)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역사학자는 "대한뉴스와 정책영상은 단순한 방송자료가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1차 사료"라고 평가하며, 영상기록의 공공적 가치가 충분히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역사교육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은 많지만, 필요한 장면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며 현재 서비스 환경의 한계를 지적했다. 독립영화 감독은 "영상은 있는데 찾을 수 없으면 결국 없는 것과 같다"며 메타데이터와 검색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또 다른 전문가는 "연구자나 창작자는 제목보다 인물·장소·사건으로 영상을 찾는다"며 이용자 중심의 메타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조사 참여자들은 현재 KTV가 제공하는 e영상역사관 및 KTV나누리에서 가장 수정이 필요한 메타데이터 항목으로 ‘제작년도’ 항목을 지적했다. 대한뉴스는 원래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이므로, ‘상영일자’라고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e영상역사관에서 제공하는 ‘제작일자’, ‘제작연도’라는 말은 사실 촬영된 영상에 대한 정확한 날짜도 아니다. 상영일자는 해당 영상이 공개된 날짜이고, 그것도 정확하지 않으며, 실제로 언제 촬영되었는지 확 인하여 해당 날짜를 적어야 한다. 

영상의 정보가 정확히 정리.기술되어야 하는 점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대한뉴스 제22호 <경복궁 청소> 편에는 제작연도(상영일자)가 1953년 6월23일로 기재되어 있고, 영상의 내용은 '휴전성립을 계기로 학생들이 경복궁 청소를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 해당 영상은 한국전쟁 휴전회담(1953.7.10-7.27) 기간 이전에 제작(상영)된 것으로 잘못된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1953년 7월23일자를 참고하면 1953년 7월 21일부터 서울시내 남녀 중등학생 2800명이 고궁 제초 청소에 참여하였다는 기사('고궁의 제초작업', 조선일보 1953.7.23)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한뉴스 제22호 <경복궁 청소> 편    
  대한뉴스 제22호 <경복궁 청소> 편    

공공아카이브 공개의 다음 과제

공공영상 개방은 단순히 파일을 공개하는 정책이 아니다.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정책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의 개방 정책도 "몇 건의 영상을 공개했는가"보다 "얼마나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화 이후에도 메타데이터 보완, 콘텐츠 재정비, 권리정보 정리, AI 기반 검색 고도화와 같은 지속적인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Public)아카이브의 개방은 이용자인 공공(Public)이 필요한 기록을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서비스 메타데이터의 고도화이다. 기존의 관리 중심 메타데이터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검색과 활용을 고려한 정보가 구축되어야 한다. 영상 속 인물과 장소, 사건, 주요 발언, 시간정보(Timecode), 관련 기록과의 연결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국가기록원 국가기록포털 메타데이터
국가기록원 국가기록포털 메타데이터

둘째, 공개콘텐츠의 재구성이다. 단순히 원본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용 목적에 맞는 콘텐츠를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하이라이트 영상, 주제별 큐레이션, 시대별 컬렉션, 교육 콘텐츠 등은 일반 이용자가 역사기록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KTV나누리 주제큐레이션 <나누리's 픽>
KTV나누리 주제큐레이션 <나누리's 픽>

셋째, AI 기반 서비스의 고도화이다. 음성인식과 객체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자막 생성, 인물 및 장소 추출, 장면별 검색 등 기존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작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다만 AI가 생성한 정보는 전문가의 검토와 표준화 과정을 거쳐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벨기에 공공영상아카이브 Meemoo의 '공유된 인공지능(Shared AI)' 프로젝트
벨기에 공공영상아카이브 Meemoo의 '공유된 인공지능(Shared AI)' 프로젝트

공공영상 개방은 디지털 파일을 공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비스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기록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 공공아카이브가 지향해야 할 다음 단계이다. 결국 공공아카이브 개방에 앞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상을 더 많이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개방콘텐츠로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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