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도님의 글입니다.
사진 속에 총을 든 한 남자가 있다. 앉아 있는 그의 뒤 벽에는 여성 속옷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몸에 꽉 끼는 하늘색 혹은 빨간색 원피스를 걸치고 카메라를 향해 신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니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자랑하는 것이 분명한 일단의 군인들이 보인다.
사진들의 배경은 미술관도, 신문 속 뉴스 보도도 아니고, 친구들과의 코스튬 파티는 더더욱 아니다. 출처는 틴더 같은 ‘데이팅 앱’에 업로드된 프로필 사진이다. 말하자면 짝을 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 애쓰는 곳에 올려진 사진들이다. 대체 이 남자들은 데이팅 앱에 왜 저런 사진을 올린 걸까.

(사진1) 2026년 6월 4일 열린 국제평화포럼에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 활동가가 ‘가자 지구 집단학살과 식민지 감옥 내 성폭력’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이미지가 데이팅 앱에 올라온 이스라엘 병사들의 프로필 사진을 수집한 것이다.
탱크 안 모녀는 어디로 갔을까
사진 속 남자들은 이스라엘 군인이다. 그리고 그들이 걸친 옷은 납치 당했거나 혹은 자신들이 죽였거나 내쫓은 여성의 옷이라는 ‘혐의’가 짙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자신들이 가자 지구에서 수행한 ‘작전’ 이후 직접 촬영해 올린 것이고, 납치와 고문, 구금과 성폭력의 결과일 확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또 촬영지는 주로 가자 지구 전투 지역이거나 팔레스타인 구금지 앞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24년 5월, 한 이스라엘 병사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눈을 가린 팔레스타인 모녀가 촬영돼 있었다. 동료 군인 2명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 촬영 장소는 탱크 안이었다. 얼마 뒤 두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사진 속 모녀가 약 6개월 전 가자 지구 북부에서 실종된 어머니 아이샤 알-아까드(당시 78세)와 딸 후다(당시 41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피 명령에 따르지 않고 남아 있던 모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해외 언론들이 취재에 나섰지만 이스라엘 측은 사진 촬영 후 바로 풀어줬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렇게 ‘강제실종’된 팔레스타인인이 3천 명이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더욱이 이런 사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연원에 대한 판단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별개로 가자 지구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전쟁 범죄, 인도주의적 위기의 지극히 일부 중 일부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사진 2) 역시 같은 날 촬영한 사진으로, 발표자의 뒤에 보이는 이미지가 데이팅 앱을 통해 수집한 것이다.
사적 공간에 자랑한 범죄의 증거 붙잡기
그런데 이 사진들은 어떤 연유로 알려진 걸까. 출발은 한 작가가 데이팅 앱에 올라온 이스라엘 병사의 프로필 사진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추적해보니 SNS에도 적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300건이 넘는 프로필 사진이 수집됐다. 작가는 웹에 공개하는 한편 책으로도 발간했고, 어느새 이 작업은 ‘데이팅 앱 프로필 사진 아카이브’라 명명됐다. 나아가 국제인권단체들과 평화 활동가들, 언론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자신의 SNS나 데이팅 앱에 이런 사진을 올리는 것을 ‘국제인도법(제네바 협약 등)이 금지하는 전쟁 범죄를 자랑하는 행위’로 규정, 관련 수집 기록은 국제형사재판소에 전쟁 범죄의 증거로 제출된 상태이기도 하다.
한편, 다양한 형태의 끔찍한 폭력의 증거들이 데이팅 앱과 SNS 프로필을 통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새로운 이해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파기되다 만 문서나 은밀한 매장지, 침묵을 강요받은 생존자의 기억 등 대개 학살과 폭력의 증거는 가해자가 감추려 하는 것을 피해자나 목격자, 조사자가 힘겹게 찾아낸 흔적들이다. 반면 데이팅 앱은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이 집약돼 있는 공간,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잘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작동하는 자리에 가깝다. 그런데 그 사적 욕망의 회로 안에서 전쟁 범죄 이미지를 매력 자본으로 자랑스럽게 활용했다는 것은, 심지어 매력의 증표나 구애의 도구로 전시했다는 것은 가해 병사 개개인이 죄책감이나 은폐의 필요조차 느끼지 않을 만큼 이스라엘 사회 전체의 암묵적 동의와 지지 속에서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데이팅 앱 프로필 사진 아카이브는 개인의 허영과 과시가 뜻하지 않게 남긴 흔적을 붙잡아 공적 기록으로 전환시키는 역사적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다름 아니다. 사적 공간에서 새어 나온 균열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출될 수 있는 자료로, 역사가 기억해야 할 증거로 거듭난 것이다.
사실 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감각이기도 하다. 수많은 국가 폭력과 전쟁 범죄의 역사를 통해 가해자가 남긴 사진과 기록물이 결정적인 증거로 기능해온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나치의 사진첩, 학살 현장을 기념품처럼 찍은 병사들의 스냅 사진들이 재판정의 핵심 증거가 된 경우처럼 말이다. 자연 자신의 폭력을 기록하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한 가해자들의 행위를 포착해 기억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일 또한 아카이빙의 역할이 된다.
아카이브가 또 다른 폭력을 막는 힘이 되길
들려오는 가자 지구 소식과 증언들은 듣기 괴로울 만큼 구체적으로 잔인하다. 일제 식민의 시간까지 소환하는, 말과 글로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고통이 절절히 전해져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데이팅 앱 수집 프로젝트를 주목한다. 증언이 언젠가 잊히거나 부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앞에서 분명 사진이라는 시각적 증거는 다른 층위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가해자 스스로 올린 사진은 그 자체로 반박하기 어려운 물증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기대한다. 데이팅 앱 아카이빙이 오늘의 항의이자 미래 법정을 향한 준비된 증거가 되어 오래된 불균형에 균열을 내길, 가해자의 과시욕이 역설적으로 피해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되길, 그 무심한 프로필 사진 한 장이 언젠가 정의를 향한 증거로 다시 소환되길, 기어이 그 기억이 또 다른 폭력을 막는 힘이 되길!
*이 글은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평화포럼에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가 발표한 내용 중 데이팅 앱 프로필 사진 아카이브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자료를 더 조사해 재정리한 것이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