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다. 검색해보면 infrastructure, 사회간접자본(社會間接資本), SOC(Social Overhead Capital)와도 유사하게 사용된다. 사전에서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발전소, 통신시설, 학교, 상하수도. 민간/개인이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모두를 위해서 꼭 필요하기에 공공의 예산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시설들이다. 이런 시설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하루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마치 공기 같은 존재들.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없으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들. 좁은 의미로는 위에서 언급한 물리적인 시설을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비물리적인 시스템, 관계망, 체계까지 아우른다.
상수도를 예로 든다면, 우리는 집 안의 수도꼭지, 샤워기, 변기, 싱크대를 마주하며 '상수도'라는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지만, 이 깨끗한 물은 한강의 물을 끌어 올리는 취수장, 물을 정화하는 정수장, 물을 여러 지역과 가정으로 이동시키는 가압장과 배수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집에서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다. 이런 상수도시설은 우리가 도시에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입구 표지판과 회색빛 담장 정도로만 스치듯이 인지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상수도시설과 같은 '인프라'는 도시 곳곳에 티 나지 않게 존재하고 묵묵히 맡은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살아갈 수 있게 우리 생활에 이미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동네 기록의 인프라. 두 사람.
'기록문화 생태계'란 체계에서 이런 인프라는 무엇일까. (민간의 영역에서 보면) 시민 혹은 주민들이 어떤 공간을, 동네를, 도시를 기록한다면, 무엇이 인프라일 수 있을까. 동네를 기록하는 작업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 티 나지 않지만 묵묵하게 서포트해 주는 이들. 마치 '왼손을 거들 뿐'이라는 강백호의 명대사에서 왼손 같은 존재. 두 사람들이 떠오른다. 한 사람은 '동네 어르신', 또 한 사람은 '아키비스트'이다. '동네 어르신'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동네와 관련한 일은 웬만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그리고 자꾸 어디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동네 주민과도 친해 그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간들이 연결된다. 무뚝뚝해 보이고 직접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자꾸 누구를 만나보라고 얘기해준다. '아키비스트'는 특정 사업 혹은 개인 활동으로 동네 주민들과 기록 활동을 함께 하기 위해 들어간 이들이다. 이들은 때로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때로는 주민의 관점으로 동네를 이해하려 하고 주민(공동체)와 관계를 맺는다. 기존 동네의 기록문화와 주민들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고 같이 고민을 나누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논의하고 보조하며, 그간의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두 인프라(동네 어르신, 아키비스트)가 한 동네에서 만난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인.프.라. 동네 곳곳에 '인프라'인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인프라의 특성처럼 이미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데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인프라가 되고 또 다른 인프라를 행운처럼 만나서 서로에게 적당한 속도로 스며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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