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에서 ‘인류의 힘, 자원봉사를 통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세계자원봉사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UN이 정한 ‘2026년 세계자원봉사의 해’를 앞두고 자원봉사의 중요성과 전 세계의 행동을 촉구하는 ‘부산선언’이 발표되기도 했다.
자원봉사는 ‘개인이나 단체가 지역사회, 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자원봉사는 우리나라의 복지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안이기도 하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활동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시민은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정신적·정서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으며,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함으로써 시민의 사회 참여가 촉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원봉사기록은 국가 사무인 자원봉사 관련 정책, 사업, 행사 또는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사건, 사고, 인물 등과 관련한 기록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보편적 덕성으로 자율성, 호혜성, 신뢰 및 공정의식 등의 시민성이 실천으로 구체화된 것이기도 하다. 자원봉사기록은 자원봉사단체가 특별한 사건이나 공동체에 미친 장기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의 결과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기도 하며, 자원봉사 역사에 대한 경험 및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대외적인 관심을 높이는 것 외에도 빈곤, 장애 또는 차별과 같은 우리 사회의 이슈를 둘러싼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편, 자원봉사기록은 자원봉사 수익자나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삶의 흔적일 수 있다. 영국 자선단체인 Children’s Society가 소장한 기록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어린이들의 숨겨진 삶에 관한 것으로, 영국 정부의 공공기록물이 담지 못한 어린이 보호와 관련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단체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전역의 도시 및 시골의 어린이들을 돌보았는데, 1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약 22,500명을 돌보았다. 단체가 소장한 사진기록은 당시 영국 사회에서의 가난했던 일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단체의 보호를 통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영국 TNA는 ‘자선 아카이브 발전 계획(Charity Archives Development Plan, 이하 발전 계획)’에서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제3섹터 조직의 기록을 제도적 정체성, 기억과 설명책임성의 필수적인 원천이라고 정의하였다. ‘발전 계획’은 자선기록의 이러한 중요성이 종종 간과되고, 기록이 제대로 이용되지 않고 심지어는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 해당 부문이 국가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였다. ‘발전 계획’은 자선단체를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집단을 지원하며 중앙 및 지방 정부와 기타 공공기관에서 대표성이 제한되거나 전혀 없는 광범위한 운동을 옹호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어떤 규모의 자선단체든 이 분야에서 수행해온 역할과 해당 조직의 아카이브가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대신해서 자원봉사단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말 많은데 특히, 자원봉사단체 상당수가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때의 기록은 수익자 개인에게 중요한 개인적이면서도 집단기억에 대한 접근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원봉사단체 기록에 대한 장기적인 법적 보호가 부족하여 소수의 자원봉사단체만이 조직적인 기록관리를 하고 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자원봉사기록의 과소평가로 이어지며,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오히려 기록 자체의 존립 위험에 처하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의적절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하여 자원봉사 활동의 약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TNA는 자선기록에 관한 위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자선 아카이브 발전 계획’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영국의 공공 및 민간의 자선기록, 자선단체가 보유 및 활용하고 있는 기록, 지자체, 교육기관 및 전문 아카이브에서 보존하고 있는 자선기록을 대상과 범위로 두었다. ‘발전 계획’ 프로젝트는 자선 아카이브 네트워크 및 이니셔티브와 협력하여 작업함으로써 보관은 되어 있으나 적극적으로 관리되지 않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선단체의 기록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발전 계획’의 전반적인 목표는 자선기록의 인지도를 높이고, 자선 아카이브 부문 및 기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TNA가 기존 네트워크 작업을 보완하는 것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학제간 운영 그룹이 구성되었다. TNA, 학술 관련 구성원 뿐만 아니라 자선단체에서 일했던 또는 자선 아카이브를 이용한 사람들도 포함되었다. TNA 홈페이지에 공개된 ‘발전 계획’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월 사이 수행된 작업의 결과가 포함되었으며, 프로젝트에서 TNA는 사무국 역할을 하였다. 운영 그룹의 구성원은 프로젝트 전체 기간 동안 참여할 의무는 없으며, 구성원 자격은 정기적으로 검토되며, ‘발전 계획’과 함께 작성된 참조문서는 모든 구성원과 공유된다.
TNA는 주요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운영 그룹과 협력하여 ‘발전 계획’을 출판 및 홍보하여 정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으로 세 가지 주요 주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 번째는 연구에 관한 것으로 자선 컬렉션을 사용하거나 자선기록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지원하여 학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자선기록 관리를 위한 컨설팅 지원이다. 자선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의 신청과 유지를 위해 지원 및 장려한다. 마지막으로 자선 아카이브 관리를 위한 파트너십에 관한 것이다. 자선 아카이브 관련 기존 및 신규 네트워크와 이니셔티브의 개발과 연결을 지원한다.
‘발전 계획’ 운영 그룹은 자선 아카이브의 위기관리팀 역할을 하면서, 위험에 처한 자선기록을 관리하기 위한 간단하고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자선단체의 폐쇄, 구조조정, 파산, 합병 및 자선기록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기타 상황의 경우 자선 아카이브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보의 공유를 극대화하여 위험에 처한 자선 아카이브에 긍정적인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국회 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아동 기록물 관리 부실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아동권리보장원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폐업한 아동복지시설들에 흩어진 기록을 통합 관리해왔다. 입양의 전 과정을 국가가 담당하도록 하는 입양특례법 및 국제입양법 시행으로 내년부터는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알선기록도 모두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된다. 민간의 자선단체에서 수행해 왔던 입양 관련 기록물은 우리 사회의 아동복지 현황뿐만 아니라 전쟁 등 우리 현대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입양아동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중요한 기록이기도 하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민간단체 중 상당수는 복지, 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대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서비스를 대신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등의 기록이 잘 관리되고 공유되면, 이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 수 있다. 또한 이 기록들을 잘 관리하여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공공기록물에서 누락된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취약하고 소외된 집단을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며, 우리 사회의 평등, 다양성, 포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록의 공공성, 기록관리의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국가기록원, 지방기록물관리기관 및 기록관, 학계 등 기록공동체의 다양한 주체와 구성원들이 이 기록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의 실천을 위한 노력이 이제는 필요한 때이다.
참고자료
TNA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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