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동네

일본 워케이션 와서 러닝 안하고 세계 지도 그리기

월간 네트워크 동네 25년 11월호

2025.11.13 | 조회 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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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마을 소식지

동아시아의 네트워크 마을 소식지. Far East of Eden

안녕하세요!

 

일본 시모다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워케이션 원조 국밥집에서 말아주는 ワーケーション (Workation) 프로그램을 먹어보기 위해 바다를 건넜습니다.

시모다는 일본 최초로 가이징 개항한 도시입니다. 미일협정이 맺어진 료신지 사 스님이 재밌는 지도를 여럿 보여주셨는데요. 왼쪽은 일본이 그린 초기 세계지도입니다. 온 세상이 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난쟁이들의 섬, 중국인들의 섬, 인어들의 섬 등등 다양합니다.

유럽 해양 제국들은 좀 돌아다녀봤다고 제법 지도처럼 그려놨습니다. 오른쪽 지도에서 일본(Zippangari, 스님이 가리키는 곳)은 인도와 신대륙 사이에 있습니다. 북미에 좀 더 가깝네요.

섬 눈에는 섬만 보인다
섬 눈에는 섬만 보인다
꼬레아 없습니다 찾지 마세요
꼬레아 없습니다 찾지 마세요

 

2025년 네트워크 도시들은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14세기 지구인들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다만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7세기에 걸쳐 퇴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소식지는 네트워크 도시들의 지도에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말투 왜 니혼징

마네킹 지도. 실제 사람이 아니므니다
마네킹 지도. 실제 사람이 아니므니다


위 그림은 발라지의 상상도입니다. 기존 국가들과 달리 물리적으로 뭉쳐있지 않고 동떨어져 있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국가'입니다.

그럼 진짜 지도를 살펴볼까요,

첨부 이미지
인구랑 GDP랑 면적 적어준다며
인구랑 GDP랑 면적 적어준다며


왼쪽은 네트워크 국가 대시보드입니다. 25년 11월 12일 기준 117개의 '네트워크 국가' 허브들이 있군요.

오른쪽은 네트워크 국가들의 대문을 자처하는 웹사이트입니다. 둘 다 지도보다 목록에 가깝습니다. 아무래도 지도를 그릴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점을 과거로 돌려서 네트워크 국가들의 조상님을 살펴봅시다. 아래는 규모와 지속 기간으로 나누어진 '클라우드 사회 구분표'입니다. 아직 나타나지 않아 적당한 예시가 없는 것들이 오른쪽 아래의 클라우드 커뮤니티, 마을, 도시, 국가입니다.

한사모는 어디에 들어갈까요?
한사모는 어디에 들어갈까요?


시모다 워케이션은 한 달 동안 진행되며, 저는 이벤트가 몰려 있는 '메인 주간'에만 참여합니다. 한 달&한 주 형식이 유행입니다. 동시 참가자는 3-50명이고 잠시 다녀가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백 명쯤 되려나요? 위 표에 따르면 해커톤과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 사이 그 어딘가가 되겠습니다.

저는 100여 명이 평균 15개월 동안 같이 살고 일하는 대형 해커하우스에 몇 년간 살았습니다.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논스(nonce)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n번째 이상한 사람으로서 다른 곳에서 맛보지 못한 진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집에 살고 일하며 함께 먹고 자고 밤새 수다를 떨었고, 멤버들은 이 곳에서 사업 파트너, 인생 친구,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습니다. 결정사 했으면 돈 많이 벌었다

하지만 논스 운영팀으로서는 불안했습니다. 논스는 부동산업에 종사했습니다. 강남 건물주에게 비싼 임대료를 주고 공간을 빌려서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쪼개 전대했습니다. 비용은 천장에 고정되어 있고 수입은 들쭉날쭉했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쩐주들의 이야기지 임대업자들은 낄 자리가 없습니다. 임대업으로 살아남으려면 규모의 경제를 챙겨야 하고, 이 역시 쩐주들의 게임입니다. 커뮤니티의 게임이 아닙니다.

게다가 집은 오피스보다 서비스 난이도가 높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찬물 샤워 코워킹이었으면 툴툴대고 넘어갔을 문제도 코리빙이면 ㅈㄱㅂㄹ

그래서 저는 '하드웨어는 나중나중에'라는 철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절실하다면 마을 회관 코워킹만, 그리고 그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알아서 그 주변으로 이사오지 않을까요?

이것 바로 캐빈의 방식이었습니다. 논스처럼 하나의 주체가 금전적 법률적 리스크를 전부 떠안는 게 아니라, 나와 마음이 맞는 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와 함께 땅을 사고 각자가 캐빈을 지어 마을을 이루는, 그리고 그런 마을들끼리 연결된 오두막 네트워크!

그런데 올해 여름 캐빈이 문을 닫았습니다. 캐빈은 살아남기 위해 강도 높은 실험을 반복했고, 마지막에는 직접 동네를 키우지 않고 '이웃 동네 엑셀러레이터'에 올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모델도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2020년대에는요.

지난 한 달 동안 제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네트워크 국가에 대한 제 접근 방식이 논스와 캐빈의 방식, 본격 모여살기 방식에 치우쳐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바야흐로 한 달&한 주 짜리 팝업이 유행이거든요. 네트워크 국가들의 지도가 그려지기 전인 2025년, 클라우드 커뮤니티 초기 실험 단계에 더 적절한 모델은 팝업인가 봅니다. [1], [2]

네 지금까지가 서론이었습니다. 월간 네동네는 한 달 동안의 실험과 배움에 대한 기록이거든요. 그럼 지금부터 빠르게 나머지 배움들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말투 왜 지피티

1. 한국에 3개월 이상 살고 있는 비한국인들과의 대화에서 배운 점

  • 주로 1) 집을 어떻게 구했는지와 2) 친구나 동료가 없는 곳에서의 외로움과 업무 생산성(routine/accountability)에 대해 물어봤다
  • 20대 워홀을 오거나 배낭여행 (3개월 무비자) 중일 경우 가격에 민감하며 고시원에 만족한다. 코워킹을 주기적으로 하기엔 커피값이 부담스럽다
  • 전세 시스템은 충격 그 잡채다. 그 큰돈이 어디서 나서 생판 모르는 남한테 건네준단 말인가? 월세 보증금도 부담스럽다
  • 한국은 에어비앤비가 왜 이렇게 적어요? 한국어 할 줄 알아도 직방 어려워요!
  • 한국 몇 년째 살고 있지만 부동산 계약할 때는 한국인 친구랑 같이 간다. 한국 변호사/세무사 네트워크 필요하다
  • 노마딩 n년차와 한국 거주 n개월차는 이미 현지 네트워크가 있어서 자체적으로 1, 2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 '우리는 원격 근무자다' 로만 묶인 공동체는 이탈이 빠를 것. 공통 관심사, 커뮤니티 구심점이 뭐가 되면 좋을까? 창업? 솔로프르누어? 이게 말이 돼야 한국인들까지 한 데 모을 수 있다. [3]
  • 결론: 30대 원격 근무자를 위한 초기 정착 지원(soft landing) 서비스나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하려 했었던 부분은 초록불. 후자는 망원 지역 한정으로 시작해서 매물 등록과 검증을 해볼까 했지만 J커브를 그려야 하는 플랫폼 사업이 내키질 않는다. 발품 팔아야 하는 건 두 개 똑같음.

 

2. 코워킹을 8회 진행하며 배운 점

  • 가격을 붙이지 않았을 뿐, 나는 경험을 팔고 있다
  • 가격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점점 손님이 줄어든다
  • 새로운 손님을 모시기 위해 온라인 전광판을 사야 한다. 근데 그게 인스타가 맞나?
  • 나는 어떤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가?
  • 원격 근무 하는 사람들. (가산점: 호기심. )
    • 참고로 엣지 시티의 인재상은 호기심, 친절, 주도성(high agency)
  • 지금 현재 서울에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면 모수가 너무 적다 [4], [5]
  • 서울에 없는, 한국에 없는 사람들을 모시려면 상품이 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협업, 파이 키우기가 필요하다.
    • 참고로 태국에는 총리 직속 디지털 노마드 담당 부서가 있다. 일본 워케이션 협회도 활발하다
  • 한국은 왜 국가/도시 차원의 노마드 페스티벌이 없지? 내가 해보자!
  • ..마음이 앞섰다 우선 노마드 커뮤니티 운영자들의 토크쇼부터 추진해 보자

 

다음 달에는 토크쇼에 집중하면 되겠네요!

 

다음 주에는 중국 뀌린에서 열리는 노마드 리트릿에 갑니다.

워케이션과 노마드 리트릿의 차이는 뭘까요?

중국에서 원격 근무가 가능하긴 한 걸까요?

신선들이 거니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췄다는 뀌린은 장차 디지털 노마드 성지로 자라날 수 있을까요?

다음 호에서 확인해 보세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할 지 아시죠?

함께 해요, 멸치 떼 헤엄!! 🐟🐟🐟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압승을 거둬 백 년 넘게 이어지던 다이묘들의 내전을 끝낸다. 1603년 천황으로부터 국방위원장 쇼군의 칭호를 받고 뒤통수 수도를 천황이 있는 교토가 아닌 에도(오늘날 도쿄)로 옮긴다. 250년 간 이어지는 도쿠가와 막부(幕府, 무사 정권)의 에도 시대의 시작이다.

에도 막부는 바다를 금지하는 해금(海禁) 정책, 일본인과 외국인의 출입국(?)을 금지하는 정책을 폈다.[6] 250년 후, 1853년, 미 해군의 페리 제독이 커다란 증기선을 타고 에도 근처 우라가 앞바다에 나타난다. 당시 나무로 만든 돛단배를 타던 일본은 까무러쳤다. 바로 다음 해 미일화친조약이 체결된다. 이는 당연히 불평등조약이었다. 힘의 차이를 확인한 젊은 사무라이들은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한 자기 파괴,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으로 1868년 봉건제를 끝낸다. 증기선이 나타난 지 15년 만이다.

1854년 해금을 끝내고 개항하겠다, 미국에 최혜국 대우를 해주겠다는 조약이 체결된 곳이 바로 시즈오카현 시모다의 료신지 사찰이다.

료신지 스님이 마지막으로 보여준 그림은 와인과 사케, 램프와 촛불, 쌀포대와 빵 등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그림이었다. 250년 간 굳게 닫혀있던 문을 처음으로 연 항구 도시 시모다에서는 일본의 전통과 서양 문물 사이 밀당이 일상이었다. 

일본에 상륙하기 전 미국은 이미 완벽에 가까운 세계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기존의 섬뿐이던 지도를 갈아엎고 이 혼란을 받아들였다. 메이지 유신을 이끈 젊은 사무라이들은 더 이상 지방 영주가 아닌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들을 길러냈고, 그렇게 사무라이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할복에 가까운 혁명을 이뤄낸 덕분에 일본은 결국 정확한 지도를 그릴 수 있었나 보다. 

너 죽고 나 죽자
너 죽고 나 죽자

각주

[1] 같이 살면 같이 사는대로, 혼자 살면 혼자 사는대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혼자 쉬고 싶지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신경쓰기 싫잖아요? 하지만 혼자는 외롭죠. 우리는 벌이 아니라서 벌집에서 살면 우울증이 걸립니다. 일장일단이 명확한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현대인들은 압도적으로 후자를 선택했고, 180도 방향을 틀어 같이 살기에 도전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2] 팝업 도시란 무엇인가?

요즘 주변에 러닝 하는 사람이 안하는 사람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한 제 첫인상은 '사람들이 할 게 없나 다들 그냥 뛰기만 하네' 였는데요. 이제 조깅은 한국의 문화가 되어 아침 조에 뛸 깅자를 씁니다.

전 세계적으로 6억 명이 러닝을 즐기고, 매년 백만명 이상이 마라톤을 완주합니다. 파크런(Parkrun)은 매 주 동네 공원에 모여 함께 5km 를 뛰는 모임인데, 전 세계적으로 2,500개 이상 지역 거점이 있습니다.

런케이션(Runcation) 이라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워케이션처럼 러닝과 휴가를 합친 단어입니다. 뛰는 걸 싫어하는 저도 새로운 곳에 가서는 동네 구경하기도 좋고 운동 시설도 필요 없고 해서 러닝을 그래도 안합니다. 도쿄 마라톤, 파리 마라톤, 전 세계의 열혈 러너들이 유명 도시 마라톤 대회를 향해 날아듭니다. 2025년 런던 마라톤에는 84만명 이상이 신청했다네요.

내년 2026년 3월에는 서울 마라톤이 있습니다. 한국 봄날 참 예쁘죠. 한국은 러닝 트레일도, 도시 인프라도 잘 갖춰져있습니다. 볼거리 먹을거리 할거리도 넘쳐납니다. 그렇다면 서울이 3월 한달 동안 전 세계 러너들을 위한 팝업 도시가 되면 어떨까요? 매일 아침마다 함께 뛰며 30개 코스를 깨고, 맛집 탐방과 카페 투어 하며 실컷 러닝 이야기를 하고. 밤에 또 뛰고. 숙소를 서로 가까이 잡으면 온 동네에 뛰는 사람 뿐일겁니다. 러닝에 미쳐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3] 블록체인처럼 특정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해당 커뮤니티에서 찾는다. 다시 크립토?

 

[4] 코워킹 vs 홈오피스, 정착이 끝났거나 본인만의 루틴/accountability 확보 방식이 있거나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후자를 선호. 그게 아니어도 취향의 문제라 코워킹만으로는 모수가 적다.

 

[5] 관련 통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1) 워케이션 오는 사람들 중 의외로 원격/하이브리드 근무자는 얼마 안 된다. 2) "제주도가 파악한 워케이션 올해 9월까지 참여 인원은 동반 인구를 포함해 모두 8만 258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의 평균 체류기간은 4박 5일이고, 1인당 평균 지출액은 74만 원으로 조사됐다." 라는데 원격 근무보다 국내 기업 복지 프로그램에 가까워 보인다

 

[6] 동아시아 3국 모두 다른 시기에 해금&쇄국 정책을 폅니다. 민간 무역을 죽여서 왕조에서 독점 무역을 하기 위해서도 있고, 기독교 확산 억제와 내부 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있습니다. 중국이 가장 먼저 14-17세기 명나라 때 간헐적으로 시행했지만 밀무역이 짭짤했고요. 일본은 에도 시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조선은 다 늦은 1860년대에 척화비 세웠다가 1876년에 강화도 조약 맺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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