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동네

구세계의 할복과 신세계의 레퍼럴 마케팅 사이, 네트워크 스쿨 한 달 회고

월간 네트워크 동네 3월호

2026.04.03 | 조회 102 |
0
|

동북아시아 정부들은 자기들끼리 팝업을 여느라 바쁘다. 일본도 한국도 노마드 '자석'이 되고 싶다! 하지만 정부 주도 프로그램들은 대개 현지인들 뿐이다. 아무래도 팝업은 저출산 해결책은 아닌가보다. 이쪽 동네에서 팝업은 ‘워케이션’이라 불린다. 나는 숙박 보조금이라 부른다.

이번 달 이곳에서 클로드(Claude)의 공식 밋업이 열렸다. 아시아의 허브 싱가포르에서 이 버려졌던 섬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 유령 섬까지 연사들이 찾아왔다. 마치 테크 인재들이 서울에서 남해까지 굳이 찾아가는 꼴이다. 부산 아니고 남해!

이번 주말에는 OpenClaw 밋업과 쇼피파이(Shopify)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AI × 커머스 해커톤이 열린다.

교장 선생님 가라사대: “AI는 딱 자네만큼만 멍청하다네.”
교장 선생님 가라사대: “AI는 딱 자네만큼만 멍청하다네.”

조호바루 현지인들도 낌새를 채고 있다. 섬에서 뭔가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상탈 러닝하다 들켰나보다) 동네 코인 빨래방 아주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고마워요 NS!”라고 외친다. 네트워크 스쿨이 NS 인거 어떻게 아셨지?

입성 이틀 차, 나는 이곳을 ‘공장 기숙사’라고 불렀다. 그리고 27일 차가 된 지금, 나는 이곳의 지독한 실용주의에 반하고 말았다. NS는 끝내주는 제품이다. 노마드들에겐 이만한 베이스캠프가 없다. 위치 선정부터가 치트키다. 싱가포르 바로 옆이라 아시아 어디든 한 큐에 닿는다. 이 (구) 유령 섬의 이름은 '포레스트 시티'이며, 따라서 바다와 녹음을 동시에 품고 있다. 아침마다 새소리에 잠을 깬다. 호사스럽다.

어느 차익거래자의 발코니 뷰
어느 차익거래자의 발코니 뷰


나는 이곳의 저렴한 노동력을 차익거래(arbitrage)하며 5성급 버블 안에서 기거한다. 내 뒤치다꺼리를 남이 해준다. 매일 호텔 조식과 '건강할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된' 식단을 즐긴다. 하루 세 번의 운동 클래스와 24시간 개방된 코워킹 스페이스까지. NS는 노마드를 위한 ‘편안한 삶의 인프라(Easy Life Infrastructure)’ 그 자체다. 이 인프라는 찍어낼(Print) 수 있다! 맘에 드는 유령 호텔을 골라보시라!

 

포모(FOMO)와 포모 사이

NS 구성원들에게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에 대한 포모가 아직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파격적 뽀찌레퍼럴 포모’는 실존한다. 나 역시 몇몇 친구들에게 NS를 추천했는데, 문득 궁금했다. 이들은 내가 레퍼럴때문에 추천한다고 생각할까? 내 추천은 과연 진심일까? 신봉자(Believer)와 마케터 사이 줄타기다. (각주1)

 

"우리가 국가를 만들어보자"

수년 전, 해커하우스의 삶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장기 거주자였다. 우리는 탈중앙화에 취해있던 크립토 부족이었고, 은신처가 필요했다. 우리는 그곳을 ‘미래 반항아들의 베이스캠프(Basecamp for Future Rebels)’라 불렀다.

코리빙 코워킹 멤버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경계는 흐릿해졌다. 우리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였지만, ‘탈중앙화의 환각’은 서서히 깨져갔다. 그래도 여전히 꽤 괜찮은 커뮤니티였다. 평균 거주 기간 15개월, 사람들은 어떻게든 기여하려 하는 FOMO 가 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로서는 젬병이었다. 애초에 비즈니스가 될 생각이 없었던 게 크다. 우리는 부동산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건 건물주 빼고 전부 지는 게임이었다. 우리는 큐레이션을 한답시고 신청자의 절반을 거절했다. 위워크는 그런 짓 절대 안하는데 여전히 망했다.

나의 미션은 이 커뮤니티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커뮤니티는 상호 호혜성 위에 세워진다. 그들에게 세금을 매기는 순간, 동료들은 까다로운 고객으로 돌변한다. 나는 내 팝업이 패키지 관광 상품으로 전락할까 두려워 세금을 매기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히 이벤트 산업은 돈이 되고, 어쩌면 ‘소속감’은 내가 팔 수 있는 궁극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프로토빌의 다음 버전은 동료가 아닌 고객에게 세금을 매기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NS는 두 축 모두에서 맹렬히 달리고 있다. 현재 v3다. 현재 퀘스트는 1,000명의 사람들을 1년 내내 살게 만드는 것. 현재 장기 거주자는 두 달 만에 두 배로 뛰어 200명을 넘겼다. 어느 축을 움직이는 게 더 어려울까? 기간이라는 X축인가, 아니면 머릿수라는 Y축인가?
NS는 두 축 모두에서 맹렬히 달리고 있다. 현재 v3다. 현재 퀘스트는 1,000명의 사람들을 1년 내내 살게 만드는 것. 현재 장기 거주자는 두 달 만에 두 배로 뛰어 200명을 넘겼다. 어느 축을 움직이는 게 더 어려울까? 기간이라는 X축인가, 아니면 머릿수라는 Y축인가?

 

클라우드에서 현실로 사회를 ‘출력’할 수 있을까?

NS는 고객들에게 끝내주는 제품을 팔고 있다. MAU 1,000명 찍으면 이게 진짜 사회가 될까? NS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객이라 여길까, 아니면 신봉자(believer)라 믿을까? 제품 위에 사회적 기능(feature)들을 겹겹이 쌓으면 결국 사회가 될까?

소속감도 '프린트'가 가능할까? 아마 그럴거다. 안 그러면 벌이나 인간에게 벌집을 지키라고 카미카제를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교회만 해도 수 세기 동안 매출에 10% 세율을 떼왔다. 자 그렇다면 이 ‘탈출 부족(exit tribe)’에게는 어떻게 세금을 매길 것인가?

 

NS 커뮤니티 축제. AI로 얼굴을 뭉개놨지만, 행사는 진짜 있었다!
NS 커뮤니티 축제. AI로 얼굴을 뭉개놨지만, 행사는 진짜 있었다!

 

어쩌면 사회같은 복잡계 시스템(complex system)은 어차피 역설계(reverse-engineer)가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고객 기반 같은 아무 집단이나 특정 ‘임계 다양성(escape diversity)’에 도달하면 자연발생적으로 솟아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의식(ritual)을 주최하고, 사람을 초대하고, 연결하고, 책임을 묻고, 사회를 ‘끈끈하게’ 달라붙게 만드는 건 NS 코어 팀의 일이 아니라 장기 거주자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NS 팀의 역할은 그저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 장기 거주자들이 번아웃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 당하지 않게 단속하는 것뿐이다. 그 토양 위에서 수천 개의 작은 사회가 꽃피울 수 있도록.

어쩌면 네트워크 국가의 노드가 되기 위해 굳이 ‘사회’일 필요조차 없을지 모른다. 19세기의 ‘선원 복지(Welfare of Seafarers)’는 선원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였다. 그 인프라는 '뱃사람' 을 매력적인 정체성으로 만들어줬을 거다. 하지만 선원들이 인프라 그 자체에 소속감을 느꼈을까?

 

어쩌면 노마드들은 ‘유저’이고 진짜 '고객'은 인구 감소와 글로벌 이동성 시대에 발등에 불 떨어진 도시나 국가일지도 모른다. 네트워크 국가는 1) 신박하게(토큰) 부동산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는 B2C 가 되거나, 2) 실존하는 인간 사회라는 ‘제품’을 죽어가는 국가에 납품하는 B2B 사업이 될 수도 있겠다.

 

기업이 사회를 서비스(Service)하는 모습이라니. 1열에서 직관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나는 호스트해야 할 팝업이 있다. 꽃피는 남해에서 만나요!

 

protoville.xyz
protoville.xyz

 


 

부록 - 네트워크 스쿨 후기 

다녀와서 나는 이렇게 바뀌었다!

  • 키토 식단 시작. 한 달간 단백질 위주로 먹었더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 글쓰기 방법 전환. 발행 이후 공유가 아니라, 작성 중인 초안을 주변에 던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고치기 시작했다. 혼자 하는 취미 생활이 아닌 생각 교류와 조율의 과정으로서의 글쓰기. (뉴스레터 세션 호스트였던 Elle는 전문가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엮어 글을 쓴다고. 따라해보는 중)

기억에 남는 장면들

  • 섬 한바퀴 천천히 돌겠다길래 (zone2 run) 따라갔다가 심장 터질뻔한 (zone 5) 부분. 아시아 멸치라면 모름지기 더 독하게 운동해야하는데. 안일했다
  • 운동 하러 가면 일단 다들 웃통 까고 시작. 남녀 불문 등 근육에 물결이 친다. 눈을 뗄 수 없는 이두 삼두 복근 등짝 허벅지.
  • 5일짜리 오픈클로 부트캠프 첫 날에 40여 명 북적이다가 둘째 날 안가서 모르겠고, 셋째 날 지나가며 봤는데 5명쯤 있었던 정직한 이탈률
  • 한 달 다 끝나가서 짐 쌀때 되니 보였던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

내가 NS에 다시 간다면, 그 이유는?

  • 지독한 운동과 무설탕 식단을 견디는 맷집 좋은 인간들
  • 공기 중에 떠다니는 AI

내가 NS에 다시 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 난 이미 베이스캠프가 있다
  • 플라스틱 식기와 살충제

 


 

일본은 한때 할복하고 다시 태어나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정확한 세계지도를 그려냈다. (참조: 일본 워케이션 와서 러닝 안하고 세계 지도 그리기) 개방을 거부했던 이웃 나라들은 결국 새로 태어난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역사는 반복된다. 글로벌 엑싯(exit)과 인구 절벽의 시대, 동북아시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할복하고 가이징(gaijin, 外人)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하다 결국 신세계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일본은 노마드 비자를 내주지만 6개월이면 나가라고 한다. 한국도 비자가 생겼다지만 현지 평균 소득의 두 배를 벌어오라고 한다. 어서 오세요, 걸어 다니는 ATM 여러분! 자살적인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들 할복은 어렵다.

네트워크 국가’의 저자인 서양의 테크 억만장자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SEZ) (각주 2) 의 해변가 호텔을 리모델링한 지 1년 반이 흘렀다. 이제 말레이시아의 인재들이 수도에서 이 버려졌던 섬으로 모여든다. 어쩌면 디아스포라들이 NS를 위해 귀환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말레이시아에 말레이 원주민 노드가 생겨날수도 있을까? 한국은 과연 신세계에 경제특구를 열어줄까? 외국인과 현지인 모두를 위한 팝업과 허브를 키워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누가 식민지가 될까?

 


각주

각주 1. 당분간 NS에 다시 돌아올 계획은 없다. 나의 레퍼럴 링크는 일종의 버너 계정(burner account) 다. 그리고 러그풀

 

각주 2. 포레스트 시티는 2016년 중국 부동산 개발사 컨트리가든이 중국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시작한 간척섬 프로젝트다. 그러나 2020년 중국의 자본 통제, 말레이시아의 정치적 불안(2020-22), 그리고 코로나19 삼연타를 맞고 '거대한 돈 낭비의 상징(massive boondoggles)’이 되었다.

2025년 1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의 4.7배 면적에 9개 경제 구역을 포함하는 JS-SEZ(조호바루-싱가포르 경제특구) 협약에 서명했다.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기업 본사들이 조호바루에 산업 배후지를 두어 공급망도 안정화하고 상부상조 하는 계획이다. 양국을 잇는 RTS 링크 셔틀 기차는 올해 말 개통되며, 역 주변 비즈니스 지구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한다.

포레스트 시티는 JS-SEZ 내의 특별 금융 구역으로, 단일 패밀리 오피스에 법인세 0%를 제공한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6년 3월 30일로 예정되었던 JS-SEZ 마스터플랜 발표를 연기했다.

 

빛이 (더 많이) 있으라!
빛이 (더 많이) 있으라!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네트워크 마을 소식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네트워크 마을 소식지

동아시아의 네트워크 마을 소식지. Far East of Eden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