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위고비, 꿈의 다이어트 약이 왔다
아침 알람이 울리자마자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를 끝내고 퇴근을 하면 저녁은 배달 앱을 열어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합니다. 운동은 언제나 '내일부터'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미뤄두고, 주말에는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늘어지곤 합니다. 문득 거울을 보니 조금씩 늘어나는 뱃살과 처지는 몸매가 눈에 띕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운동을 시작해야지', '다음 주부터는 건강식으로 바꿔야지'라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런데 복용하기만 해도 몸무게가 평균 15kg이 빠진다는 꿈의 다이어트 약, ‘위고비’가 등장했습니다. 그동안의 다이어트 약보다 뛰어난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도 사용했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다이어트 시도의 80퍼센트가 실패로 끝나는 오늘날, 마치 그리스인들이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날씬함을 유지시켜주는 약'의 귀환처럼 보입니다.
『매직필』의 저자 요한 하리는 신종 비만 치료제를 직접 사용해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애초에 인류가 왜 이런 약이 필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왜 우리는 다 함께 슬금슬금 뚱뚱해졌을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이토록 절실하게 살을 빼고 싶어 할까요?
오늘의 책 📕 『매직필』, 요한 하리
우리에게 결함이 있다는 속삭임
SNS를 열면 완벽한 복근, 탄탄한 몸매, 군살 없는 팔과 다리를 뽐내는 사진들이 끝없이 스크롤됩니다. 필터로 가다듬어진 피부와 포토샵으로 조정된 허리 라인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상적인 몸을 계속해서 우리 눈앞에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노력하면 당신도 가능합니다', '이 제품으로 3주 만에 변신했어요' 같은 문구들이 따라붙습니다.
소셜미디어에 비치는 이런 완벽한 몸매들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신체에 점점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내가 무절제한 탓이야. 내 의지가 부족해.' 누구나 날씬해질 수 있다는 약속, 하지만 그 약속이 실현되지 않을 때 느끼는 자책감은 현대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감정입니다. 다이어트 산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합니다. "당신에게 결함이 있다", "당신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 "이 제품을 쓰면 완벽해질 수 있다". 이런 메시지는 우리의 몸에 대한 불만족을 자극하고,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저자 요한 하리 역시 ‘오젬픽’을 복용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가 오젬픽을 쓰는 이유가 정말 건강 때문일까요, 아니면 외모 때문일까요? 요한 하리는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만약에 그 약이 똑같이 네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얼굴에 부스럼을 잔뜩 나게 한다면, 그래도 그 약을 쓸 거니?" 이 질문은 그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자신이 건강을 위한다는 논리로 더 멋진 외모를 갖고 싶은 마음을 정당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오젬픽은 GLP-1을 투약하여 인슐린 생성을 자극함으로써 당뇨병을 치료하는 용도로 개발되었으나 다이어트 약으로 변모했고, 이후 위고비라는 비만 환자용 약물도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만에 대한 낙인과 자책감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스스로 과체중이라고 믿는 여성에게 낙인 관련 자료를 보여주자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위안 음식을 훨씬 더 많이 먹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책감과 외모 강박은 실제로 건강한 식습관과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살이 찌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살이 찐 이유, 초가공식품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비만율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갑자기 전 세계 인구의 의지력이 약해진 것일까요? 요한 하리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목합니다.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 특히 '초가공식품'의 증가입니다.
초가공식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단백질과 섬유질은 부족하고 설탕, 지방, 탄수화물 같은 물질들의 강력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초가공식품은 부드러워서 적게 씹어도 됩니다. 씹는 행위는 과식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감소하면 자연히 더 많이 먹게 됩니다. 그리고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면 금방 배가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급작스럽게 에너지와 혈당을 높인 만큼 금방 떨어지게 합니다. 이는 금방 허기를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어 계속 음식을 섭취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먹으면 비가공식품을 먹었을 때보다 하루 평균 500칼로리를 더 섭취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가공식품을 계속 먹는 것이 배고픔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신종 비만 치료제는 초가공식품의 원리와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초가공식품은 우리의 포만감을 훼손하지만, GLP-1를 이용한 비만 치료제는 '포만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즉, 우리는 포만감을 훼손하는 식품 첨가물로 가득한 음식을 먹어왔고, 이제는 반대로 포만감을 되찾아줄 또 다른 화학물질인 약을 만든 것입니다.
의지만 있으면 살을 뺄 수 있을까?
"그냥 적게 먹고 운동하면 되잖아." 과연 살을 빼는 것이 이 말처럼 쉬울 수 있을까요? 비만을 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믿음입니다.
과학적 연구는 이러한 믿음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뇌는 체중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살이 찌면 뇌가 유지하려고 하는 체중이 계속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정서적인 요인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쿠머슈펙(Kummerspeck)'이라는 단어는 '슬퍼서 찐 살'을 의미합니다. 1차 세계대전 기간에 애인이나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많은 여성이 눈에 띄게 살이 찌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트라우마를 얻었던 미국 병사들의 84퍼센트가 비만이었다는 사례는 스트레스와 정서적 문제가 체중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비만 대사 수술을 받은 사람 10명 중 한 명은 추후에 알코올, 도박, 쇼핑, 약물 등에 중독된다는 '중독 전이' 현상입니다. 음식에서 위안을 얻으려던 집착이 다른 강박적인 행동에서 위안을 얻는 것으로 옮겨가는 것이죠. 비만 대사 수술이나 비만 치료제는 정서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과식의 이유가 심리적이었던 사람은 과식을 없애고 나면 그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든 다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 사회는 '비만 유발 환경'으로 가득합니다. 정크 푸드는 값싸고 끊임없이 광고되지만, 건강한 음식은 비싸고 구하기도 힘듭니다. 이렇게 비만이 되기는 쉽지만 되돌리기는 어려운 환경은 단순히 의지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일본의 식습관에서 발견한 힌트
"더 긴 삶. 더 건강한 삶. 더 오래 누리는 기쁨"
흥미로운 점은 비만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에는 비만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비만율은 4.5%로, 영국 26%, 미국 42.5%와 비교하면 매우 낮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낮은 비만율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일본의 어떤 특징이 비만 치료제를 필요 없게 만들었을까요? 일본을 직접 방문한 요한 하리는 일본의 식습관에서 비만 문제를 해결할 힌트를 얻습니다. 일본 음식은 간소하면서도 준비는 어렵습니다. 일식에서는 보통 60~65가지의 재료가 사용되지만, 전통 프랑스식 한 끼는 20가지 정도의 재료만 사용됩니다. 일본 요리는 "줄여나가는 조리법"을 사용합니다. 서양 요리가 주로 무언가를 '첨가'하는 방식이라면, 일본 요리는 없던 것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풍미를 끌어내는 것이죠.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이 오직 비만과 신종 비만 치료제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일본과 같은 건강한 식문화를 구축하는 세 번째 선택지도 고려해볼 수 있진 않을까요?
나가며: 비만이냐, 비만 치료제냐
비만은 그 자체로 치명적이며 심장병과 당뇨 등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요한 하리는 신종 비만 치료제가 실제로 비만을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긴급한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도구임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약물이 가진 위험성도 지적합니다. 비만 치료제는 췌장암, 위 바미, 근육량 감소 같은 부작용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근육량 감소는 나이 들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넘어졌을 때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갈 확률이 올라가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더 심각한 문제는 비만 치료제를 투약하는 아동들도 증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청소년을 대상으로 위고비를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고,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청소년 투여 허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비만 치료용으로 개발된 신약을 10년 혹은 20년간 투약하는 성인에 대한 위험성조차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80년간 투약할 수도 있는 아동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과연 불투명한 부작용을 안고 있는 비만 치료제를 자녀에게 선뜻 투여할 수 있을까요?
요한 하리는 비만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문화적·생물학적 요인이 얽힌 복합적인 문제로 확장해 바라봅니다. 우리가 먹고 소비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형성한 식문화와 산업 구조를 성찰하며,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과연 비만의 위험성과 약물의 위험성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건강한 식문화를 구축하여 세 번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 작성자: 안나
📮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댓글에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오늘의 질문
- 소셜미디어에서 비치는 이상적인 체형이 여러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을 위해 건강한 식단이나 운동 외에 시도해 본 방법이 있나요?
- 비만 치료제와 같은 의학적 해결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약물의 사용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아니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까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크리스탈
우리 사회는 여러 구조적 문제 중에서도 특히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서둘러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인내심의 결핍을 보여줍니다. 캐시 오닐의 저서 『셰임 머신』에서 다룬 것처럼, 이는 마치 연예인의 외모와 체형을 '정상'이라고 규정하며 일반인을 가스라이팅하여 다이어트 약을 판매하는 방법과도 유사합니다. 위고비로 빠르게 노력 없이 살을 빼고 싶은 것처럼, 우리는 어느 시점부터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망각한 채 결과만 좇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토록 원하던 결과를 얻고 나면 종종 허무함만 남게 됩니다. 성취가 진정한 기쁨이 되는 이유는 그 여정에서 경험하는 희로애락과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낭만'이라 부르는 것이지요. 최근 온라인 공간을 보면 "낭만은 사치다", "미래를 위해 현실적이어야 한다", "돈이 최고다", "나이 들어 아프면 어쩔 거냐" 등의 담론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태도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만하게 사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은 삶에서 말입니다. 심지어 '여행'마저 사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는 진정한 여행을 통한 깨달음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편협한 시각일 뿐입니다. 인생에서 '낭만'은 사치가 아닌 필수적 요소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가치만 좇는 과정에서 비인간화된 사고방식이 퍼져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깊은 회의감을 느낍니다. 이 위고비 또한 그 부분 중 하나겠죠. 이 저자의 또 다른 책 『도둑맞은 집중력』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두잉
외모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끌리고, 실제로 외모가 면접 합격률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죠. 저는 ‘위고비’가 이런 사회적 욕망과 외모에 대한 집착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만이 질병으로 분류된 시대에 약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위고비’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문제는, 건강상의 필요가 아닌 외모 개선 목적으로 이를 찾는 사람들과, 돈을 벌기위해 처방을 무분별하게 내주는 일부 의사들의 태도입니다. 뉴스레터에서 나온 초가공식품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결과를 쉽게 얻기 위한 갈망을 키워가는 것 아닐까요?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과 직업윤리는 사라져버린거죠. 고도비만처럼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위고비’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글에서처럼 약물과 더불어 식습관, 운동 습관까지 함께 바꿔나가는 환경적 변화가 동반된다면 더욱 그렇죠. 중요한 것은 결과 그 자체보다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가네요. 좋은 책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키키
위고비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날씬한 외모를 노력 없이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겨냥한 상품에 불과해 보입니다. 가짜란 손에 넣기 참 쉬운 것 같아요. 초가공식품은 먹어도 뇌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가짜 음식이죠. 값도 쌉니다. 미국에 비만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초가공식품은 건강 식품보다 값도 싸고, 양도 많기 때문에 가난할수록 비만일 확률이 높아지게 되거든요. 위고비도 가짜죠. 제대로 먹지 않고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니까요. 위고비가 일시적으로는 비만을 해결해 줄 순 있겠지만, 결국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려면 습관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진짜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 진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 진짜는 내가 직접 지속적으로 행동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정희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영양제 살 돈으로 운동을 배우라구요. 어쩌면, 의학적 해결책보다도 ‘진짜’를 선택하며 사는 인생이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잉혀니즘
얼마 전 슈카월드에서 미국 내 위고비 건강보험 적용 이슈를 다룬 영상이 생각났습니다. 뉴스레터와 다른 분들의 댓글에 전반적으로 공감했지만, 외모가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로 겪어보면서 이 문제가 얼마나 복합적인지 체감하게 됐습니다. 저는 코로나 시기에 이른바 ‘코로나블루’를 겪으며 급격한 체중 증가를 경험했고, 그로 인해 우울감과 위축감을 느꼈습니다. 단순한 체형 변화가 아니라, 외부 활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 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하루하루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외출조차 꺼려졌고, 무기력하게 보낸 하루의 보상은 자극적인 음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죠. 그 위축감은 사회적 시선도 영향을 줬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위고비 같은 약은 단순한 체중 감량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되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비만율이 높은 사회 환경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고 느껴요. 물론 약물에 의존하거나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지지하지 않습니다. 저는 동기(Motivation)보다는 영감(Inspiration)이 이끄는 삶을 지향합니다. 두 개념의 차이를 저는 ‘단기 자극’과 ‘장기적인 삶의 방향’으로 해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과 운동, 건강한 신체를 더 나은 삶을 위한 영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위고비 같은 약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결국 위고비는 유용한 도구지만, 우리가 여전히 대부분의 가치를 동기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감은 느리게 오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팔리지도 않지만, 사회가 동기에서 영감으로 중심 가치를 전환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위고비 열풍은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조금 더 영감을 이야기하고, 영감이 이끄는 소비와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