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왜 아직도 비효율을 사랑할까?

2025.06.04 | 조회 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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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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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프레히트가 묻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실존


“빨간 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파란 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의 이 유명한 대사는, 25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에서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진실을 직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매트릭스가 그린 디스토피아는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규정하기 시작한 시대를 예고합니다.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이 아닌, 더 편리한 세상을 추구한 결과 도달한 미래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수록, 인간은 점점 삶에서 멀어집니다.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합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오늘의 책 📕 <인공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


(출처: 열린책들)
(출처: 열린책들)

 

인간은 왜 비효율을 사랑하는가


(출처: 구글) 
(출처: 구글) 

인공지능이 바둑 챔피언을 꺾었지만, 인공지능은 바둑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더 나아가, 인간이 왜 바둑을 두는지도 모릅니다. 이건 단순히 기술적인 한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사고는 논리적 문제 해결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보다 ‘어떻게’ 보는가에 더 민감합니다.

"우리는 와인을 효율적으로 마시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구도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골이 들어가지 않는 실패의 예술에 열광한다. 그런 실패가 없다면 골의 가치도 없다." 

p.62
(출처: 모든 장면이 레전드 '역대급 명경기'…아르헨티나의 36년 만에 우승 이끈 '축구의 신' 메시 / 스포츠머그)

하나 더 예를 들어볼까요? 산꼭대기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를 두고도 굳이 걸어서 오르려는 인간의 선택은, 정상에 도달하는 것 자체보다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기술이며,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과정을 목표로 삼는 인공지능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있다고 여겨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AI의 도움과 결정이 점점 더 큰 역할을 하는 사회를 꿈꾸는 거의 모든 환상가들을 하나로 묶는 주장이 있다. 삶은 곧 문제 해결이라는 것이다. 

p.147

하지만 삶이 정말 문제 해결에 불과하다면, 모든 것이 이미 기계에 의해 최적화된 세상에서 인간에게 남겨질 몫은 무엇일까요?

 

진화의 끝, 도구가 된 인간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oration)은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미국의 뉴로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이식 가능한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한다. 이 기업의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2016년 시작하였고 2017년 3월 처음 공개 보도되었다.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oration)은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미국의 뉴로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이식 가능한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한다. 이 기업의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2016년 시작하였고 2017년 3월 처음 공개 보도되었다.

현대의 기술 담론에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트랜스휴머니즘입니다. 과학기술로 인간의 능력을 기계 수준까지 끌어올려야만 미래의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는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는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해 AI와 직접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고 기계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이것이 인류의 ‘진화적 필연’이라고 말합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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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포스트휴머니즘인간 중심의 질서가 끝나고, 기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삶의 형태가 펼쳐질 것이라 주장합니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Singularity)’ 개념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2045년쯤이면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초월할 것이며, 그 이후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디지털 의식으로 전환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라, 기술 진화의 일부로 재정의됩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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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자신이든 타인이든 항상 그 속의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하지만 현대 기술 이데올로기는 정반대의 원칙을 따릅니다. “인간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라.”

트랜스·포스트휴머니스트들에게 인간의 존엄, 개성, 행복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류의 진화’입니다. 그들의 미래 설계에는 분명한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유용성만 따질 뿐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끝없는 효율의 논리에 따라 살 수 없습니다.

"인간의 가장 큰 추동력은 팽창 욕구가 아닌 인정 욕구다. 부유한 사람들은 계속 팽창하려고 무수한 자녀를 낳지 않는다. 물질적인 욕구가 충분하게 충족될수록 생물학적 팽창 욕구는 적어진다. 더 많은 것을 탐하는 욕구는 결코 근원적인 충동이 아니라 경제 논리일 뿐이다." 

p.94

 

감시와 자율성의 죽음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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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타인이 설계한 코드에 따라 우리의 가치를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자유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AI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들인 자율, 독립, 사생활을 점점 잠식합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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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된 미래, 만약 누군가 교차로에서 교통을 방해하고 있다면, 그의 핸드폰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5,000유로 벌금. 이후 1분마다 1,000유로 추가.”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 사람의 신원과 번호를 경찰이 어떻게 알았는지를 묻자, 개발자는 그냥 싱긋 웃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차량은 네트워크로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며, 완벽한 감시 없이는 원활한 교통 흐름이 불가능합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교통 방해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중대한 범죄가 될 것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는 도로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윤리적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만약 독일 총리가 탄 차와 일반 차량이 충돌 위기에 처했다면, 과연 누구의 생명을 우선순위로 둘 수 있을까요?  기술자들은 당연히 총리를 살리는 쪽으로 코드를 짜겠지요. 그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요? 유명 연예인? 억만장자? AI 시대에 윤리적 기준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첨부 이미지

그 순간, 윤리적 평등은 무너집니다. 헌법의 기본 정신이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지요. 국가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소수의 목숨을 희생할 권리가 없습니다. 자유주의 사회는 인간 독재자의 등장을 두려워하면서, 기계 독재자에 대해서는 이상할 만큼 관대합니다. 우리는 큰 편의를 위해 자유를 팔지는 않지만, 작고 사소한 편의를 위해서는 자유를 기꺼이 양도합니다. 문제는, 기술이 한 번 앗아간 자유는 거의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나가며: 다시, 인간다움이라는 질문으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류의 미래를 이끄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도덕’과 ‘사랑’ 같은 인간적인 자질이라고요.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감정의 예민함과 가치를 구별하는 능력입니다. 세상이 점점 기계화될수록, 인간에게 오랫동안 의미 있었던 많은 가치들이 사라질지 모릅니다.

중국에서 세계 첫 로봇 격투대회 (출처: 2025.05.26 youtube, 뉴스데스크/mbc)

최근 중국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산업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열린 세계 첫 로봇 격투 대회는 TV 생중계를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샀고,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 로봇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8월에는 축구와 마루운동 등 19개 종목을 겨루는 로봇 체육대회도 준비하고 있어, 이제는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스포츠의 감동마저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인간은, 세상에 흘러넘치는 의미들을 알아채지도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기계와의 공존을 논의하기에 앞서, 동식물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기술을 거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길을 잃지 말자는 철학적 제안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요?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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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적 가치는 무엇일까요?
  • 비효율과 실패를 사랑하는 인간의 특성은 왜 중요한가요? 이러한 ‘비효율성’은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요?
  • AI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점점 잠식해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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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리의 프로필 이미지

    준리

    0
    24 days 전

    '개성'이 점점 사라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 같은 음식을 먹거나, 볼펜 혹은 자동차를 사더라도 각각의 개성에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데 AI가 이게 제일 효율적인거야 이걸로해! 라고 하면 정답과 하나의 길만이 정해져 있는 사회로 진입할 수도 있을듯하네요... 저는 축구,야구 자주 챙겨보는편인데 스포츠가 주는 극적인 순간이 로봇에게 느낄수 있을까?? 나중에 월드컵이 국가대표 로봇끼리 경쟁하는 대회가 되면 지금만큼의 감동이 있을지ㅋㅋ 고민해볼 주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 독재자를 두려워하면서 기계 독재자에게 관대하다는 말. 기억에 남을꺼 같습니다.이번주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ㄴ 답글 (1)
  • 금채의 프로필 이미지

    금채

    0
    24 days 전

    아주 오래 전에 봤던 다큐가 떠오릅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하고 도로와 인도가 구분이 없던 시기에 교통사고가 났을 땐 사람들이 자동차만을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가 잘 판매가 되지 않자 자동차 회사에서 '도로'라는 것을 만들면서 길은 이제 고철(자동차)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만히 길가를 내다보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길 한가운데 있고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가장자리에 있습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와 '교통방해죄'를 보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처럼 새로운 전환을 앞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가치가고 볼 순 없지만 제가 사랑하는 인간의 특성은 '틈'입니다. 인간은 계속해서 실수를 합니다. 그게 업무에서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일 수도 있고요. 그 실수를 반복하면서 개선하고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기뻐하기도 하다가 다시 또 그 실수를 반복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가끔은 모순에 빠지기도 하는 이런 모든 과정이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특성이 아닐까 합니다. 현 시대에 꼭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짚어주는책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과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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