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

안정감과 열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2025.12.03 | 조회 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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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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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SBS '나의 완벽한 비서'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 SBS '나의 완벽한 비서' 공식 홈페이지

들어가며: 요즘 여성들은 어떤 남자를 좋아하나요?


연애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한때는 강한 남성이 이상형이었고, 어느 순간엔 다정함이 기준이 되었죠. 요즘엔 MBTI, 애착 유형, 심지어는 호르몬 유형인 에겐남 테토남까지 등장했습니다. 사랑 앞에서도 분류하느라 바빠진 시대입니다.

그런데 한 번 질문해볼게요. 우리는 정말 어떤 상대를 원하는 걸까요? 아니, 조금만 더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 걸까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 질문 앞에 선 한 여성의 내면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문장은 음악 취향이 아니라, 사랑의 형태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p.61

오늘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책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출처: 민음사)
(출처: 민음사)

남성1 로제: 익숙한 고통, 그러나 안정감


사진 출처 = tvN 머니게임
사진 출처 = tvN 머니게임

로제는 주인공 폴의 오랜 연인입니다. 일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성숙하고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그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외도까지 합니다. 상처는 깊지만, 오랜 시간 쌓인 익숙함과 안정감은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그녀는 완벽한 안정감과 더불어 자신이 그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그런 안정감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냈다.” 

p.17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떠나면 또 다른 불확실성이 기다립니다. 안정감은 때로 고통과 함께 오니까요.

 

남성2 시몽: 다정한 열정, 그러나 불안정


사진 출처 =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사진 출처 =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시몽은 스물다섯 살의 변호사입니다. 그는 다정하고 솔직하며, 뜨겁게 사랑합니다. 그의 마음은 숨김이 없고, 모든 에너지가 그녀를 향합니다.

“시몽은 그녀에게 보호라도 청하는 것처럼 그녀의 어깨를 베고 잠이 들었고, … 모든 것에 대해 충고를 구했다.” 

p.145

하지만 그 사랑은 달콤함과 동시에 무게를 동반합니다. 사랑이 전부인 사람과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때로 답답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폴은 결국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일을 하는 거야.’” 

p.132

 

시몽은 지금 이 순간의 사랑에 충실한 남자입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다가오며,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폴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계산도 거리도 없고, 그 열정은 솔직하고 뜨겁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의 무게는 점점 의존으로 기울어갑니다. 사랑 외에 그가 붙들고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목표나 커리어, 스스로 구축한 세계가 아직 단단하지 않기에, 그의 삶은 자연스럽게 폴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의 뜨거움은 달콤하지만, 때때로 돌봄과 책임의 형태로 그녀에게 남습니다.

반대로 로제는 사랑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먼저 두는 사람입니다. 그는 묵묵히 일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그 침착함과 독립성은 폴에게 성숙함, 남성성, 안정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 안정감은 동시에 외도, 거리감, 침묵의 벽이기도 합니다. 그는 곁에 있어주지만, 완전히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폴은 그의 옆에서 확신과 결핍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의 차이는 이렇게 분명해집니다. 시몽은 사랑에 몰두하는 사람이고, 로제는 사랑 위에 자기 세계를 두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폴은 조용히 흔들립니다. '지금 뜨겁고 절실하게 사랑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덜 흔들리더라도 나를 안정시키는 사람이 필요한 걸까.'

 

현대 여성의 욕망: 두 남자의 중간 어딘가


사진 출처 = 청룡영화상
사진 출처 = 청룡영화상

폴의 마음은 낯설지 않습니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로제 같은 안정감시몽 같은 열정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원합니다.

“자기 일을 묵묵히 잘 해내면서도,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하지만 현실에는 늘 균형이 부족합니다. 안정감을 택하면 권태라는 그림자가 따라오고, 열정을 택하면 불안정과 피로가 따라붙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랑을 위대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을 이루고 난 뒤 찾아오는 침묵, 공허, 흔들림을 바라봅니다.

 

“사강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다.”

p.162

그래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사랑해서 붙잡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사랑한다고 믿고 싶어서 머무르는 걸까요?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p.61

 

 

나가며: 사랑을 선택하는 일, 나를 먼저 돌아보는 일


브람스의 음악은 아름답지만, 어딘가 무겁고 쓸쓸합니다. 마치 관계의 열기가 지나간 뒤 남는 감정처럼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의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보여줍니다. 우리가 안정과 열정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를 ‘테토남’, ‘애겐남’으로 분류하기 전에, 아마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일 겁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랑을 줄 수 있는가.

벌써 12월입니다. 괜히 설레고 싶은 계절이죠. 하지만 누군가를 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준비되어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

 

그럼 이제, 다시 질문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아니면, 아직 나를 준비시키는 중인가요?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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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안정과 열정 사이에서 늘 망설이게 될까요?
  • 혹시 내가 원하는 사랑은, 사실 상대에게서가 아니라 내 불안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요?
  • 나는 어떤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물어본 건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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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켓빌더의 프로필 이미지

    마켓빌더

    0
    4 days 전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사랑을 선택하는 문제를 단순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로 보지 않고, ‘나는 어떤 사랑을 줄 수 있는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로 확장해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사강의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오늘의 관계와 감정의 결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참 흥미로웠어요. 우리는 흔히 열정과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결국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균형을 찾는 일이 더 본질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덕분에 인간의 사랑과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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