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가 가져올 미래,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들어가며: AI에서 AGI로, 새로운 시대의 문턱

최대 14개의 이미지까지 통합 가능한 나노바나나 프로(사진 출처: 구글)

구글에서 나노바나나 프로 버전 업데이트로 텍스트 삽입 정확도와 이미지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디자이너부터 마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까지 많은 이들의 작업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 생성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 AGI(범용 인공지능)의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이 아닌 시기의 문제라는 게 중론입니다.

그렇다면 AI와 AGI는 무엇이 다를까요? AI가 인간의 특정 능력 하나를 대체하는 기술이라면, AGI는 인간의 거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AI를 통제할 수 있지만, AGI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아직 우리가 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책 📕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김대식

출처: 동아시아

GPU 전쟁: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시대의 왕이 되었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업용 인공지능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출처:중앙일보]

전 세계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왜 엔비디아의 GPU가 이토록 중요해진 걸까요?

엔비디아는 원래 컴퓨터 그래픽과 비디오 게임을 더 빠르게 구동하기 위해 병렬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 GPU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챗GPT의 아키텍처를 설계한 제프리 힌턴의 제자 일리아 수츠케버가 이 GPU에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CPU로는 며칠이 걸리던 알고리즘 계산이 GPU를 사용하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라진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스케일, 즉 규모가 커질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됩니다. GPU는 바로 이 스케일을 키우는 열쇠였습니다. 그래픽 카드 회사였던 엔비디아는 이렇게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를 장악하게 된 것이죠.

로마 제국로 엿보는 미래: 일자리가 사라진 사회

AI 낙관론자들은 장밋빛 미래를 그립니다. 사회 효율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기술 혁신으로 우주의 비밀까지 밝혀내고, 기계가 모든 일을 대신하는 세상. 그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부유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카르타고 제국의 쇠퇴(The Decline of the Carthaginian Empire)》,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그런데 역사는 이미 이런 실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로마 공화정 시기입니다.

로마는 끝없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듭했고,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멈출 이유가 없었습니다. 건장한 남성들은 전쟁터로 끌려갔고, 그들이 떠난 농장은 황폐해졌습니다. 빚더미에 앉은 가난한 농민들은 결국 귀족 '세넥스'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고 노예로 전락합니다.

노예는 무료 노동력입니다. 노동의 가치가 0이 된 사회에서 로마의 중산층은 점점 몰락했고, 실업률은 40%에 육박했습니다. 귀족인 세넥스의 자녀들은 교육과 유학을 통해 더욱 견고한 지위를 누렸고, 불평등은 심화되었습니다. 결국 공화정은 무너지고 제국이 들어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지고 폭동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로마는 역사상 최초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했습니다. 사람들은 일할 필요가 없어졌고, 국가가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할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너무나 많았죠.

끝없는 자극: 엔터테인먼트

거대한 공중 목욕탕인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목욕탕

콜로세움

그래서 로마 제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합니다. 거대한 공중 목욕탕과 콜로세움을 건설했죠. 하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오락은 금세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쉽게 질렸습니다. 자아실현의 방법을 잃은 중산층은 점점 더 극단적인 자극을 원했습니다.

결국 콜로세움에서는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맹수가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이 라이브로 펼쳐졌고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로봇 격투기 시대 열린다? 유니트리 "다음달 생중계" (출처: JTBC news)

만약 AI가 모든 일을 대신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의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모습일까요? 2025년 5월, 중국의 로봇 회사 유니트리는 최초의 로봇 격투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기계들의 충돌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10년, 20년 후에는 어떨까요? 비명을 지르는 로봇, 피를 흘리는 로봇이 등장하며 우리는 다시 콜로세움 앞에 앉아 있지 않을까요?

나가며: 유토피아 or 디스토피아?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굿 플레이스'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일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즉시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든 순간이동으로 갈 수 있죠.

하지만 그곳이 진정한 천국일까요? 인간이 일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 진짜 유토피아일까요?

AGI 시대에 유토피아가 찾아올지 디스토피아가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디스토피아의 대가는 엄청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멈출 수 없습니다. 머지않아 AGI도 챗GPT처럼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천 년간 미뤄왔던 질문들과 다시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우리 사회는 무엇을 원하는가? 개인은 무엇을 원하는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도덕 철학이 오랜 시간 던져온 이 질문들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입니다. AG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AGI는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