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다시 찾아 온 《오토포이에틱 시티》 입니다.
지난 소식지에서는 포항 지형의 형성, 또 그 중심에 있는 내연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융기와 폭발은 내연산 12폭의 절경을 만들었고, 서고동저형의 지형 때문에 동해안으로 흘러내린 용암은 해안에 닿아 식으며 이가리 해안과 달전리 주상절리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따라가 보면 호미곶 둘레길에 이르기까지 스펙터클한 해안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상정리 벤토나이트 광산에서 뇌성산 뇌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광물이 출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포항 지층의 모양과 형질을 이러한 돌들을 통해 유추해 보려 합니다. 한반도에서 젊은 땅에 속하는 포항에는 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뇌록, 벤토나이트, 산성백토, 불석, 규조토 등 다양한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 2023년 11월 30일
📝 4호. 물질과 합성물의 창발적 세계
대지의 운동으로 탄생한 자연 물질
포항 장기면에 위치한 뇌성산은 남한에서 유일한 뇌록 산지입니다. 뇌성산 뇌록 산지는 지질학적으로는 신생대 제4기(260만 년 전∼현재) 포항 지역 일대에서 일어난 화산 분출로 형성된 현무암질 화산쇄설암 내에 분포합니다. 이는 한반도 지각 진화 이해에도 주요합니다. 뇌록은 조선 시대부터 사찰과 같은 건축물의 단청 색으로 쓰인 천연 안료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이유로 뇌성산 뇌록 산지는 그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12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54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포항의 떡돌’이라 불리는 벤토나이트가 있습니다. 벤토나이트는 철강과 자동차, 의약품, 화장품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어 온 물질입니다. 포항에는 이 벤토나이트가 1천만 톤이나 매장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포항시는 이를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벤토나이트에 미용 효과도 있고, 심지어 체내 면역력도 증진하며, 해독 살균 효과도 낸다고 합니다. 이에 포항시는 벤토나이트를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쓰기 위해 해당 생산 시스템을 갖추려고 합니다.
불로 탄생한 또 다른 물질 🔥
식민지 근대화 이후, 전쟁, 그리고 독립이라는 화두는 남한이 근대 독립 국가를 형성하는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독립’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에 있지만요. 남한의 근대 독립 국가 수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 속에서 포항도 근대 산업 도시로 재탄생했습니다. 1968년 4월 1일 공식 출범한 포항제철은 생각해 보면 그 태동부터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3차 산업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었습니다. ‘철’이라는 물질의 전 지구적 쓰임새 때문이죠.
철공업 기술로 인해 철광석은 여러 합금철로 재탄생합니다. 물론 그 순도를 제련하여 순철의 단단함을 활용하여 건설업에 주로 쓰이게 되고, 크롬, 알루미늄, 니켈, 망간 등과 혼합하여 강철 합금이 되어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가전제품, 실내 디자인, 자동차 등 여러 방면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인간의 도시 생활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철과 합금철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 원리만 보면 대지와 바다가 지구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공업도 인간 도시 생활 생태계에 필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달 큐레토리얼팀은 포스코에 방문하여 제강업과 스틸 제강업에서 다시 사용하는 합금철들을 보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제강부는 철을 고로에서 쇳물 형태로 녹인 다음 순도를 높이는 제련 과정을 거쳐, 식히고, 가공할 수 있는 상태로 내보내는 부서이고, 스틸 제강부는 합금철(영어로 약자 'Fe'라 부르는 'Ferrous'가 붙는 여러 물질)들을 만들어 내는 곳인데요. 철과 합성물질을 이루는 물질 중 중요한 재료인 크롬이나 니켈 등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크롬산화물질인 페로 실리콘, 알루미늄, 페로 망간 등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실제 만져보고 들여다보니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쇳물이 강판이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제련하고 남은 쇳물을 식히는 과정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고로 슬래그라 불리는 이 부산물이 기존 시멘트들을 대체하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물질로 제시되고 있더군요. 또한 제강 부산물인 생석회, 코크스 탄재도 볼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인 만큼 부산물도 버리지 않고 아껴 쓰는 모습, 또 그것을 시스템화하는 ‘그린 투마로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환경에 최대한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물질과 모든 생명에는 죄가 없다 ❕
지금 시점에서 ‘인류세’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지질학적 시대 구분을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 인간이 지구의 지질과 생태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기를 일컫습니다. 사실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인류세에 있어 왜 ‘인간’을 주목하는가라는 점은 특히 유의미합니다. 인간이라는 지구의 한 동물 종의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는 때이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 지구 환경에서 문제적인 것은 어쩌면 인간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어떤 활동’들입니다. 그 ‘어떤 활동’이 지구라는 행성의 환경과 생태 시스템에 막대한(부정적 차원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활동’을 재고하고, 다른 종류의 활동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문제적 활동은 대부분 근대화, 도시화, 전지구화, 화석연료 연소 등으로 지목됩니다. 그렇기에 철이라는 재료가 문제가 아니라, ‘근대 도시’라는 형태와 근대 도시적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의 생활 형태가 문제라는 것이죠. 그 형태를 바꿔나가면, 철은 언제나처럼 철다운-아름다움을 다시 우리에게 선사해 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철의 물질적 차원을 주목해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 물질의 생태와 비교해 봅니다. 생겨나고 합쳐지고 또 변하는 과정에서 해당 물질들은 그 물질이라는 속성을 버리지 않습니다. 단지 ‘형태’들이 바뀌는 것이지요. 그 형태는 어떤 디자인-어떤 습관-어떤 문화에 속하는지에 따라 유익하고 예쁘다라고 할 수도 있고, 추하고 해롭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질의 생애 주기는 인간의 생애주기보다 훨씬 깁니다. 그들의 생애 주기에 기대어 살아온 인간이 지금은 물질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될 때가 된 것입니다.
'물질과 합성물의 공존 지대, 포항'
대지의 운동으로부터 태어난 자연 물질, 고로에서 재탄생하여 인간의 근대 도시 생활의 쓰임에 제공된 합성 물질은 사실상 현재 지금 시점에도 공존합니다. 그 공존 자체를 외면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기존 근대화를 이룩했던 철공업이 인류세의 지구 시스템으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이에 모든 기업과 정부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인간을 공존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애쓰는 일꾼으로 다시 불러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다채로움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자들이 포스트 휴먼 도시에서 융합의 기술을 발현시킬 자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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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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