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다시 찾아 온 《오토포이에틱 시티》 입니다.
지난번 소식지 기억나시나요? ‘물질과 합금철’을 조우시켰죠. 내연산과 이가리, 뇌성산, 상정리 일대의 뇌록과 벤토나이트, 화산암과 같은 대지 광물, 또 포스코에서 ‘크롬’ 산화에 쓰이는 생석회, 알루미늄, 페로실리콘, 페로망간과 같은 합금철들을 보았습니다. 스테인리스강을 만드는 데는 ‘크롬’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가를 줄이기 위해 크롬을 회수하는 데 쓰이는 또 다른 광물들을 본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 광물과 합성 광물을 비교해 보고자 했습니다.
《오토포이에틱 시티》는 이번 주에 시작됩니다. 12월 14일에는 국제심포지움 <Marine Ferrous Human City>가 개최될 예정이며,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전시가 계속됩니다. 소식지를 받아보신 분들이 꼭 들러주셨으면 합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포항은 자연스러움과 인공스러움과 어정쩡함이 섞여 있는, 뭔가 이상하게도 느슨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그 한가운데, 그리고, 포스코가 있습니다.
📆 2023년 12월 11일
📝 7호. 포항의 대표적 공공미술 ‘포스코’
철강산업과 포항
형산대교를 건너다보면 바다를 향해 늘어선 화로들이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포스코입니다. 1968년 4월 1일 공식 창립한 포스코는 국가 중요 시설(국가 보안 시설)로, 민간인이 출입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러나 이가 언젠가 개방된다면 웅장한 공장 지대, 고로, 용광로, 또 갖가지 설비들은 국제적으로 보기 드문 공공미술 사이트가 될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외지인으로서 ‘포항’ 하면 ‘포철’이 생각나고, 포철 하면 ‘철강산업’과 ‘아파트’가 생각납니다. 거의 문법처럼요. 최근 ‘인류세’ 논의에서 ‘기후 위기’와 ‘지구 생명종 다양성의 위기와 지속 가능성의 위기’가 같이 논의되고 있죠. 그리고, 그 원인으로 인간의 어떤 행위를 논합니다. 주목되는 것이, 근대화, 도시화, 화석원료의 지나친 사용 등입니다.
‘철강산업’은 마치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큐레이토리얼 팀은 생각해 봤습니다. 기후 위기에 있어 ‘인간 자체’는 무엇이 문제인가? ‘근대 도시화’에 있어 ‘철’ 자체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인간 자체와 철 자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도시’ ‘포항’도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리서치하면서, 포철을 빼고 포항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포철을 빼고 남한 근대화 또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개발 중심의 근대화. 그 핵심에 유럽에 산업혁명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개발 위주의 근대화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포철의 포항, 포항의 포철은 그리고 주로 1970년대입니다. 아직 포항에 1970년대의 느낌이 남아있고, 그 풍토성과 문화와 향수와 습관이 남아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각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포항의 1970년대는, 여러모로, 여러 변화와, 다짐과, 노력과, 말 그대로의 피땀이 도시 곳곳에 각인된 시기였으니까요.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는데 말이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로 편입되고, 이것은 이후 아시다시피, 올림픽, IMF, 2차 금융위기, 그리고 양극화, 서울 중심, 지방소멸, 그리고 기후 위기와 팬데믹으로 휘몰아쳐 왔죠. 참으로, 스펙터클합니다.
포스코 제1고로의 변신
포스코의 역사는 중요합니다. 그 역사의 증거물 중 하나는 포스코 제1고로입니다.
2021년 12월 29일 포스코가 제1고로의 종풍(終風)식을 치렀습니다. 1973년 6월 9일 처음으로 쇳물을 쏟아낸 이후, 48년의 세월을 뒤로한 채 불을 끈 것인데요. 이는 201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감축한다는 포스코의 정책과 더불어 끝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1고로는 총 5,52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해 내며 자동차 산업, 건설업, 선박업 등의 기반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사실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뎌야 하는 고로는 통상 15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기 힘듭니다만, 이는 보수 작업을 통해 이제껏 수명을 연장해 왔습니다. 이미 예전에 종풍식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제1고로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상징성은 은퇴 결정을 번복하는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1고로는 곧 철강역사박물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곧 시민들은 이 고로를 통해 포스코와 근대의 역사를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포스코에 들어가 그 녹슨 커다란 고로들 사이를 다니면, 고담시가 따로 없습니다. 언젠가, 여기는 영화 촬영 장소가 될 것이고, 언젠가 또 여기는 인류세의 기념비적인 공간으로 소개될 것입니다.
근대라는 역사의 시공간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포항의 포스코. 그 웅장함은 여러모로 마음을 찡하게 합니다. 포항을 넘어, 지구의 근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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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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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 《오토포이에틱 시티》 큐레토리얼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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