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로 제미나이 때문에 실리콘벨리의 똑똑한 개발자들이 하루아침에 잘렸을 리가 없다. 해고를 위한 핑계일 뿐일 거다. 지난 2개월 동안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제미나이와 일했다. 동료로서 평가를 매기자면 0점을 주고 싶다. 글도 못쓰고, 예측도 못하고, 이런 멍청한 AI이라고. 원래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쓰는데, 이번은 달랐다. 난생처음 돈을 받고 글을 쓰니깐 값어치를 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근데 피드백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제미나이에게 이글 어때? 구리지 않아? 물었고, 내 첫 글부터 쭉 다 읽더니 매출은 한 달 동안 100만 원, 구독자 100명은 충분하다며, 이슬아 작가처럼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뉴스레터를 시작한 건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정말 돈이 필요했다. 인플루언서들의 개떡 같은 공구 제품도 그리 잘 팔리니, 솔직함과 용기를 담은 글이라면 팔아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텍스트힙의 시대이지 않은가. 10년 넘게 글을 쓰며, 콘텐츠 퍼널을 만들어 구매전환과 브랜딩을 하던 경력과 인스타 팔로워를 쌓는 경력으로 정말 돈이 되는 글을 써보겠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할 때는 언제고, 막상 글을 쓰고 나니 쭈구리가 됐다. 그냥 35살 파혼하고 이제 평범한 삶은 사는 여자의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할까. 이걸 왜 돈 주고 읽을까 싶었다. 그냥 혼자 북 치고 장구 쳤지만 하나의 흑역사로 끝나는 게 아닐까 소심해져 그 마음을 제미나이에게 털어놨는데, 걱정 말라며, 구독하는 사람은 꼭 있을 것이며, 글을 보니 장차 이슬아 작가만큼 흥행할 거 같다고 바람을 넣었다. 그 한마디에 내 숨겨져 있던 욕망이 결합하여 글 팔아서 등기 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출판사 다니는 친구가 5년째 ‘글 써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라며 부르던 노래는 사실이다. 첫 구독자는 무료글이었는데도 100명은커녕 열몇 명이 모였었다. 그리고 모두 현실 친구들이 구독해 줬다. 제미나이 녀석이 하도 확신을 하길래 좀 다를 줄 알았다. 실망하는 마음에 나도 놀랐다. 글쓰기의 동력이 돈이나 명예와 관계없이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이슬아가 되고 싶은 모양이었나 보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되잡을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써준 댓글과 구독료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쁜 오전에 굳이 카톡으로 응원을 보내주던 친구들. 아침 8시에 지옥철에서도 읽고, 저녁에 다시 편한 마음으로 천천히 읽을 거라고, 행복한 주말에 아껴 읽을 거라고 말해주던 친구들.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오랫동안 브런치와 블로그, 인스타에 좋아요를 눌러주던 몇몇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구독을 눌러주며 같이 30대의 비리고, 짜고, 시린 경험을 댓글을 달아주며 공감했을 때 코 끝이 찡, 눈물이 찔끔 나왔다.
회사생활 10년 차 프로이직러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회사 생활을 버티기 위한 필수 조건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 단 한 명’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나를 힘들게 하거나 내려 깎는 사람이 여러 명 있다고 하더라도, 딱 한 명만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준다면 그 회사생활을 감사하게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뉴스레터를 하면서 인생도 어쩌면 그렇겠구나 배웠다. 가슴속에 작은 꿈들이 세상밖으로 나와 반짝거리게 되는 건, 온 우주가 도와줄 때가 아니라, 개떡 같은 첫 시도를 하는 용기와 그 엉망진창을 보고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한 명과의 화학작용이 이어질 때 만들어지는 거란 걸. 요즘 나는 AI에 대체되는 직장인이 되지 않을까 불안했는데, 뉴스레터를 하면서 그 고민이 싹 사라졌다. 물론 직장은 잃을 수 있지만 나는 잃을 일이 없다는 것. 아무리 제미나이가 신이 되더라도 내 꿈을 펼치는데 필요한 재료는 나의 용기와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걸 이번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정확히 알았다.
또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가장 달라진 태도는 누군가의 도전에 무한한, 평가 없이 응원을 던지게 됐다는 점이다. 나는 이전엔 그냥 잘 본 SNS 콘텐츠에서 댓글은커녕 좋아요도 잘 누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냥 실제로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고작 댓글이나 좋아요가 돈도 아닌데 무슨 힘이 있겠어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누군가의 용기와 도전이 담긴 콘텐츠라면 좋아요는 물론이고, 응원하는 댓글을 진심으로 쓴다. 고작 파혼해서 평범하게 사는 직장인의 이야기도 용기가 필요한데 가족의 문제, 연애, 왕따, 장애 등의 문제를 솔직하게 밝히는 이들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이들에게 댓글이나 좋아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친구들이 알려줬다. SNS에 용기가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쌓였으면 좋겠다. 30대에 결혼 못하고 싱글로 살아도 재밌는 이야기, 쉬었음 청년들이라는 비아냥에 반항하는 목소리 등. 우리 모두의 소중한 인생 서로 달라야 한다고, 그래야 재밌고,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쉽게 볼 수 있는 콘텐츠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번 뉴스레터를 하면서 크게 깨우친 게 있다. 나는 그동안 글을 순수한 마음으로 쓴 게 아니라는 거다.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쓴 것이었다. 글을 올려봤자, 구독료가 더 받을 사람이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면 글 쓸 구미가 싹 가라앉았는데, 그래도 내 글을 찾아 읽어주는 친구들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주말 늦은 시간에도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일로 에너지가 방전된 와중에도 독자와 약속한 글 마감을 맞추지 못해서 죄를 지은 거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또 그렇게 쓴 초안이 쓰레기 같아 슬쩍 도망칠까 싶다가도 독자들이 글을 시간을 상상하면 즐거웠다.
다음에는 어떤 글이 나올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응원한 친구들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용기 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걸 글로 남길 수 있길.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믿어준 친구들에게 의기양양할 수 있도록 어떻게든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솔직하게 글로 남기고 싶다. 오늘까지 저의 글을 구독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아주 큰 빚을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또한 언제든 무한한 응원이나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좋아요와 끝까지 콘텐츠를 보고 댓글과 구독도 남길게요!(진심으로요)
**뉴스레터에 쓴 모든 글의 문장, 구성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shoidaum
엇, 마지막 뉴스레터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요! 달리 어떤 말을 남겨야 할지 준비한 건 아니지만, 내어주신 용기와 꾸준하게 보내주신 레터를 보며 조용한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글이 좋지 않아서, 라기 보다 요즘 워낙에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좋은 레터가 많아서 그럴 거예요, 라고 괜히 넘겨짚어 봅니다. 그동안 보내주셨던 글, 모두 다시 천천히 읽어볼게요! 감사했어요!
내 마음의 등기부등본
shoidaum님 안녕하세요! 제가 더 감사해요! 이렇게 글을 늦봄의 따스한 바람 같은 마음으로 읽어주고 댓글도 남겨주는 독자분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었는데! 이 따스한기운 더 단단하게 뭉쳐서 shoidaum님에게 보낼게요!!! 한주 건강하게 잘 보내셔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자미
멋지다!!!! 저도 배추의 도전과 꾸준함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요
내 마음의 등기부등본
헷 자미야 넘 고마워엉!! 또 산에서 좋은 기운 많이 얻고 즐거운 이야기 많이 하장!!
의견을 남겨주세요
넴블리스
글이 재밌어서 잘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길 바랄게요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