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두 번째 혼잘여 외전이 도착했습니다. 지난주는 안전히 지내셨나요?
10월 3일이 공휴일이라는 사실도 잊을만큼 숨가쁜 현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혼잘여가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피드백에, 이번주 혼잘여를 쓰러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성매매'입니다. 간단한 설명과 독일 성매매 합법화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 주제 또한 꽤 오랜시간 갑론을박이 있고 이미 어느 정도 대중적인 결론에 이른 논란이라, 단순화해 정리하려고 합니다.
- 결혼 속으로 사라진 커리어 (비혼의 이유)
- 성매매 (여성의 소유권)
- 주체적 여성성 (코르셋 비유)
- 남성과의 연애 (인셀: 비자발적 독신)
- 여성 커리어 (여성 임직원과 대표 비율)
혼잘여 독자의 요청에 따라 급하게 추가된 주제입니다. 2013년 슈피겔지 글을 본지 9년이 지난 시점이라, 제가 2022년인 지금 성매매를 다루는 게 꽤 낯선 느낌입니다. 조금 지루한 내용이기도 하고요. 말초신경을 자극해 본질을 흐리는 내용은 치우고, 비혼비출산 여성의 관점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비혼비출산 여성에게 '성매매'란 이득인가를 따져볼 겁니다. 혼잘여와 함께해주신 독자분들이라면, 이미 답을 아시겠죠.
비혼비출산 여성이 자기 손으로 돈 벌어 커리어를 쌓아나가는데, 여성이 판매상품인 성매매가 과연 이득일까요? 또는 앞길을 가로막는 수많은 걸림돌 중 하나일까요?
성적인 용도로만 여성을 판매하는 성매매가 과연, 직장인 여성에게 이득으로 작용할까요?
'성매매' 자료를 찾다보면, 집창촌 단속 이후 '온라인 직거래'가 이뤄진다는 인터뷰가 등장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까요? 일상에서 사람을 직거래한다고 표현하나요? 사람을 두고 '예쁜 포장지라 상품도 기대했는데, 한 번 써봤더니 별로라 환불하고 싶다'며 별점을 남기나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사람을 직거래하면, 인신매매입니다. 사람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성매매는 2022년식 노예계약입니다.
*밑줄 그어진 단어를 누르면, 원 출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2022년에 드디어, 20년 만에 인신매매 1등급 국가에서 2등급으로 내려옵니다. 저출생에 이어, 인신매매도 1등급 성적표를 받다니. 한국 여성 인권 성적표는 처참합니다. 비혼비출산 여성으로 살아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읽어내려갈 '성매매' 내용의 핵심은 '사람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었던만큼 반박이 많지만, '여성도 사람'이라는 한 마디를 기억하시면 어디에 가져다대든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기 쉬우실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여성을 팔고 싶다고?" 이 한마디만 기억해주세요.
UN: 인신매매 금지 및 성매매 착취 금지 협약 결의 (1949년 12월 2일)
국제 연합(이하 UN)은 무려 1949년,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부려먹는 걸 금지시켰습니다. 그런데, 성매매 합법화요? 남성이 구매자, 여성이 판매자인 상품 카테고리,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여성은 판매자 후보가 되겠죠. 과대해석 아니냐고요?
글쎄요, 저는 성매매 합법화가 이뤄지면 여성이 가장 먼저 들을 말 1위는 "여자는 돈 벌기 쉽잖아ㅋㅋ"일 거라고 장담해봅니다. 이미 지금도 존재하는 말이거든요.
'성매매 합법화' 사례를 들여다보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닿으실 겁니다. 독일 사례를 소개하기 전, 성매매 대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3줄 요약해보겠습니다.
1. '피해자(여성) 보호' 중심 접근 (90~00년대 한국)
성적인 용도로 판매되는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고, 시스템에서 꺼냄을 최우선 목표로 단속합니다. 성매매 특별법 또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시합니다.
*성매매 특별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 성구매자(남성)와 성판매자(포주)가 유지하는 노예계약 시스템
시스템적으로는 성구매자와 성판매자인 포주가 나쁜 사람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피해자가 '원해서 성을 판매하는' '나쁜 창녀'로 몰립니다.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생계형 피해자를 위해 '제한적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피해자가 현실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금전적,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데도요.
3. 노르딕 모델: 성구매자 처벌 + 피해자 전용 복지정책
성구매자와 성판매자인 포주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성매매 근절 중심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3년 덜 슈피겔(DER SPIEGEL)지가 발행한 '성매매 합법화법(ProstG)어떻게 실패했나' 기획기사 속 현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독일 사례: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판매 가격 폭락 + 피해자 인권 하락
대량생산된 상품이 시장에 많아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나요?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그러니까, 순식간에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합니다. 가격경쟁이 이어지는 겁니다.
성적인 용도의 여성 대량생산 상품이 차별점을 가질 부분은 없습니다. 좀 더 구매자의 입맛에 맞는 포장지나 외형 정도겠죠. 조금 더 성판매에 어울리는 외형, 그러니까 조금 더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여성 정도가 되겠네요.
구매자에게 성적인 용도로 사용되면, 그 상품은 생산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엑셀을 다룰 필요도 없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 이유도 없습니다. 성매매 합법화가 이뤄진 세상 속 성매매 장소는, 소모된 상품은 버려지고, '내구성이 좋아보이는' 새 상품으로 교체되는 거대한 진열대 세상입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개하기에,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들입니다.
2013년 슈피겔지 기사가 발행된 해의 타임지는 '독일은 성매매업계의 할인마트'라며,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 하나에 몸을 팔기도 한다"고 보도합니다.
슈피겔지는 매일 30명 이상을 상대하면서 매달 포주에게 내야 하는 '보호비'는 800유로지만, 성매매 여성이 받는 돈은 월 600유로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번역한 슈피겔지 내용을 인용합니다:
이쯤에서 독일 사례를 마무리지어볼까 합니다. 성매매 합법화는 가부장제에서 살아가는 여성에게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한국이라고 합법화 이후의 현실이 특별히 다르지 않겠죠.
왜냐고요? 이미 성매매는 만연하고, 사라지지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한국 현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 사례: 김강자, 한국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
한국에는 김강자 경찰서장이 있습니다. 2000년, 초대형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를 단속하며 부숴버린 멋진 여성입니다. 한국 최초 여성 경찰서장입니다.
앞서 등장했던 '성매매 특별법'의 주인공입니다. '김강자법'이라고도 불립니다.
성매매 특별법은 미성년 성매매 근절, 감금, 착취되는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둡니다. 90년대에는 등하교 중인 여고생을 납치해 판매하고, 여성을 취업사기로 판매하고, 채무를 빌미로 판매합니다. 한 마디로, 성적인 용도로 여성을 판매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수요가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으로 '성적인 용도'로 기획된, 대량생산 인간(여성)을 1회 구매하고 체험하고 싶은 수요입니다. 그리고 그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모인 블럭이, 집창촌입니다. 미아리 텍사스나 청량리 588은 가장 유명한 성매매 핫플이었고요.
2012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은 지역제한적 생계형 성매매 합법화를 꺼냅니다. 성매매 단속과 굴레 끊기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성매매 합법화라니, 의아하죠?
2007년에 그가 작성한 칼럼에서 뜬금없어보이는 주장의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현실' 때문입니다.
기껏 단속해서 성판매 여성을 구출했더니, 여성들이 다시 생계를 위해 되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이걸 성판매 여성 피해자가 '원해서'라고 해석하는 건 심각한 왜곡이겠죠.
김강자 서장은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대책이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집창촌을 단속했더니 마사지와 오피성매매(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컨셉으로 성행위 판매) 같은 변종 성매매가 성행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성매매 근절은 정책적 뒷받침 없이 경찰이 모두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설명합니다.
*인물 개인의 정치적 스탠스를 제외하고 논합니다.
결국 탈성매매 여성을 위한 정책과 인식이 온전하지 않고, 성매매 굴레를 끊는 게 우선 목표로, 생계를 위해 또다른 성매매를 하지 않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출발한 정책 제안입니다.
제안 의도는 좋지만, 독일 사례에서 보셨듯이 결과까지 장담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굴레를 끊지 못한다는 사실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2020년대에 들어서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노르딕 모델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실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번엔 비혼비출산 여성 관점에서 '성매매' 주제를 바라볼까요.
기억하시겠지만, 가부장제에서 여성은 운 나쁜 성별입니다. 운 좋은 성별인 남성은 여성을 골라서 살 수 있지만, 여성은 카탈로그 속에서나 존재합니다.
여성은 남성을 골라서 '구매'할 수 없습니다. 사용기간에 '철저히 성적인 용도의 상품'으로 취급하며 아무렇게나 실험해볼 수 없죠.
하지만, 남성은 여성을 그렇게 대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 장소에서요. 남성은 인격체로, 여성은 상품으로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혼잘여는 '가부장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들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를 부수고 걷어찰 거라서요. 그리고 저는, 성매매 합법화가 가부장제 유지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남성 눈에 보이는 모든 '여성'은 '합법적으로 취업'합니다. 그리고 그 기업 목록에는 성매매 기업이 추가됩니다. 바로, '성적인 용도로만' 사용되는 '상품'이 되는 곳입니다.
결코 옆자리 여성동료가 '생존 경쟁자'로 보이지 않겠죠. '15분에 12만원 가격표가 붙은 상품후보'로 보일 겁니다. 길에 나서면 보이는 모든 여성이, 온라인에서 스쳐지나가는 모든 여성이 '상품 후보'로 보이기 시작하겠죠.
인격체가 될 수 있는 여성의 자격은, 또다시 가부장제가 결정하게 됩니다.
가부장제의 '기분'에 따라, 여성은 인격체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거죠.
독자분들을 위해, 제가 알고있는 성매매 현장의 비위상하는 현실은 모두 가지치기했습니다. '성매매'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현실만 가져왔습니다.
지난주에 소개드렸던 가사노동과 마찬가지로, 성매매 또한 성노동이라고 불립니다만, 둘 다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가부장제는, 여성만의 노동을 '근로'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를 노동으로 인정해주자'는 게 아니라, '그런 가부장제가 힘을 쓸 수 없게 가부장제를 부숴버리자'고 접근하는 게 맞겠죠.
여성을 착취하지만 인정하지 않는 결혼이나 성적인 용도의 상품으로 간주하는 섹스돌은 가부장제에서 발생하는 같은 맥락의 주제입니다. 가부장제 부산물이니까요. 이쯤되면 이걸 과대해석이라고 생각하실 분은 없겠죠.
며칠 전에는 '페미는 섹스하지 않아서 발생한다(?)'는 자연발생설도 들었는데, 비자발적 독신(인셀)은 이미 소개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예...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의 자기소개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긴 글을 읽었는데 반박한다면, 그 내용이 뭐든 우기는 거겠죠. 설명하기 귀찮습니다.
구독자님과 저는 가부장제를 저어어어기 멀리 치우고 즐겁게 살 거니까, 관심 둘 필요 없습니다.
가부장제 없는 쾌적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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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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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사는 여성들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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