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첫 번째 혼잘여 외전이 도착했습니다. 산뜻하게 외전 연재에 맞는 프로필 사진으로 갈아끼웠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복잡하게 꼬였던 직장생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아 잘 풀어나가는 중입니다. 예상치 못한 휴회 메일을 네 편이나 발송해드렸죠. 외전은 노르웨이 양성징병 사례 레터처럼, 일상과 맞닿아 있는 주제를 비혼비출산 여성 관점에서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밑줄 그어진 단어를 누르면, 원 출처로 이동합니다.
외전에서 다룰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결혼 속으로 사라진 커리어 (비혼의 이유)
- 성매매 (여성의 소유권)
- 주체적 여성성 (코르셋 비유)
- 남성과의 연애 (인셀: 비자발적 독신)
- 여성 커리어 (여성 임직원과 대표 비율)
그 외 인터뷰를 싣고자 합니다. 물론 이 주제들은...변동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분들께 사전질문지를 제공해드리기로 했지만, 시간에 쫓기는 나날을 보내느라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원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오늘은 외전 연재 도입부로 아주 가볍게 '결혼 속으로 사라진 여성 커리어'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저는 결혼하기 싫습니다.
싫으면 혼자 결혼하지 말 것이지, 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냐고요? 가부장제에서 결혼은 호불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서, 같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뭉쳐야 합니다. 그리고, 가부장제 또한 하나의 시스템일 뿐입니다. 결혼하기 싫으니까 가부장제를 쫓아내고 부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저와 구독자님처럼 가부장제를 일상에서 몰아내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삶의 주도권을 가부장제에게 넘기고 싶지 않거든요. 제 삶의 주도권은 제 손에 쥐고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은 자신의 커리어를 지켜내야만 합니다. 자신이 직접 돈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으르신들은 '요즘 살기 팍팍해서 결혼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죠. 예전처럼 낭만이 없다면서요.
*여기서 으르신이란 꼰대를 귀엽게 표현해보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가부장제가 점령한 세상은 새삼스럽게 살기 팍팍한 곳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내 아이'와 '내 집'을 소유하려면 남성과 결혼해야 했고, 그렇게 소유한 것들은 '온전한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을 살고 싶어 결혼했는데, 남편과 공동으로 나눠가져야 한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내가 낳은 아이'의 성씨는 남편의 것이 붙여지고, '내 집'은 온전히 내 명의가 아닙니다.
그렇게 내 삶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선택들이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갉아먹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가부장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표현합니다. 여성으로 태어났으니까요. '억울하면 운 좋은 성별인 남성으로 태어나지 그랬냐'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운 좋은 성별로 만들 방법을 강구해보는 겁니다.
가부장제가 우리의 일상에 얼씬도 못하게 쫓아내면 됩니다. 가부장제가 남성과의 결혼이 달콤하다고 속삭일 때마다, 얼른 썩 꺼지지 못할까!하고 외치면 됩니다. (ㅋㅋㅋ)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가부장제는 여성이 직장생활을 '견디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괴롭히고, 직장 밖에선 영원히 집 안에 머무르도록 남성과의 연애결혼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지금도 여성은 결혼해서 경력단절될 거라, 그것만으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남상사들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왜 결혼 후 집안일(육아, 청소, 조리)은 직장생활로 인정하지 않냐는 의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사노동은 시장 가치가 없기에, GDP(국내총생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이라는 의미죠. 평생을 가사노동에 몸바쳐 일했지만, 국내에서 '생산성' 있는고 여겨지지 않는 겁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결혼 후 '재화가 발생하지 않는' 가사노동은 여러모로 직장생활보다 불리합니다.
- 갑과 을이 정해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 혼자 일합니다. 팀원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 업무범위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추가근무수당도 없습니다.
- 임금포괄제며, 월급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 산재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매뉴얼이 없고, 인수인계받을 사람도 없습니다.
- 높은 수준의 업무숙련도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요구 받지만, 승진할 수 없습니다.
- 보장된 월차(연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원하는 때에 퇴사할 수 없습니다.
가사서비스와 가사노동은 다릅니다. 가사노동은 가사서비스만큼 인건비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성이 전업주부가 돼 하루종일 가사노동한다면,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야 자력으로 가정을 퇴사하기 힘듭니다. 직장에서의 커리어는 끊겼고, 기업은 여성의 가사노동을 직무와 관련 있는 전문성을 가진 커리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최근 3개월간 들었던 기혼여성 폄하 발언을 나열해보겠습니다.
- 라디오는 집안일하는 아줌마들이나 듣는 거지
- 결혼하지 않으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사귈걸
- 애 낳지 않으면 남편이 바람 피울지도 몰라
- 아무래도 애 엄마가 애를 봐야지. 그래서 저 집 애가 그래.
딱히 새롭지 않습니다. 가부장제는 여성에게 결혼을 추천했지만, 결혼하면 다시 여성을 비하합니다.
여성은 결혼하기만 하면, '집 안 아줌마'가 됩니다. 커리어를 유지하는 비혼 여성은 '집 밖 사람'이 됩니다. 구독자님과 저는, 집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는 직업인으로 살아갈 겁니다.
일상에서 가부장제를 하루빨리 제거하는 즐거운 나날이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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