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의 갈래: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유튜버 X
유튜버∈크리에이터 O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흔히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떠올리곤 한다. 먹방, 뷰티, 여행, 홈트레이닝, 리뷰 등 종류도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이동 시간이나 휴일을 유튜브와 함께하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크리에이터 중에는 예술가 크리에이터가 있다. 예전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은 가난하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루트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혹은 원래 예술가가 아닌데도 아트 크리에이터로 탈바꿈하는 사람도 많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똥손'이라고 불렸어도 이제는 애플리케이션과 같이 산재하는 도구를 통해 실컷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가상 세계에서 그림 실력이 없어도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점 역시 큰 영향력을 끼쳤다.
그림이나 건축 그리고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는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분명한 변화를 주었으니까. 이는 하나의 스토리를 창작하는 사람만 작가라고 부르는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블로거나 쇼핑몰 리뷰어가 이에 해당한다. 창작이 아니라도, 매력적인 캐릭터나 거대한 세계관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도 글 관련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보니 가능성은 커졌고, 도전자는 많아졌으며 범위는 거대해졌다.
혹은 요즘 대부분의 사람이 쓰고 있는 카카오톡에서 의사 표현을 위해 활용하는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사람도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새로운 시리즈가 쏟아지는 이모티콘은 유행을 타기도 하고, 어떤 시리즈는 국민 공용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옴팡이' 시리즈는 무척 대중적으로 쓰이는데 이 이모티콘을 만든 사람이 이모티콘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그러나 수많은 크리에이터 종류 중에서도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다. 메타버스와 크리에이터의 조합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여러 방식으로 그 위용을 드러낸 바 있다. 어쩌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언젠가 제페토 패션 디자이너나 로블록스 건축가를 들어본 일이 없는가?
가상 세계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메타버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도 하고, 역시나 가상 세계 플랫폼인 로블록스를 통해 메타버스 건축가가 되기도 한다. 혹은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 모두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다.
필자가 이런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여전히 무수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는 가상 세계인 만큼, 크리에이터의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더욱이 현실에서 실현하려면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에 비해 가상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모든 이가 한 번쯤, 혹은 매일 꿈꾸는 것]
시대가 완전히 변했다는 증거,"직장인이 꼭 되어야 하나요?"
필자가 든 예시보다 더 많은 종류의 크리에이터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점은, 우리가 모두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요즘은 조직 문화에 뛰어드는 경우보다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을 선호하는 사람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줄었다. 철밥통을 외치며 공무원 시험에 많은 이가 뛰어들던 시절,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며 조직 프레임에 자기를 억지로 꿰맞추던 시절은 이미 반 이상 지나갔다.
스스로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세대가 노동시장에 뛰어들면서 양상이 많이 변했는데, 많은 직장인이 퇴사하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특히 MZ라고 불리는 요즘 세대는 획일적인 업무나 수직 관계에 당당하게 'NO!'를 외친다. 그런 모습에 불편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시대는 언제나 변화하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를 낯설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지만, 고집해야 할 반응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불편하다면, 당신은 스스로 '꼰대'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그런 세대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한 문화를 맛보고 있지 않은가? 여전히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예전처럼 열정 페이를 강요하며 주먹구구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해 직원들을 다 잃을 게 뻔하니 굳이 언급할 이유는 없겠다. 복지를 꽤 갖춘 회사조차 들어가길 꺼리는 세대인데, 오죽하겠는가?
'도전'이 아니라 '꿈'이라고더 많이 불리는 이유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범위가 아무리 넓더라도 누구나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매번 사표를 품고 다니면서도 크리에이터를 '도전'이 아니라 '꿈'이라는 단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 쥐꼬리만 해도 매달 지급은 되는 월급을 당장 버리고 뛰어들기에는 천차만별이라는 수익의 벽이 너무 높다.
그러나 뭔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나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것도 방법일 터. 오로지 나에 의한 무언가와 따라오는 수익이 로또를 꿈꾸는 마음과 비슷하다는 건, 사회생활에 지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일 테니.
그리고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도전할 사람들과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함이다. 어떻게 하면 크리에이터로 도전하는 일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게 될까? 어떻게 해야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면서 진정한 의미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 사이에는 명백한 연결고리가 있다.
[진입 장벽보다 높은 중간 장벽]
시작하기는 쉽지만, 이어가기는 어려운 이유
그 연결고리는 바로 중간 장벽이다. 진입장벽만 낮으면 뭐 하나? 중간 장애물이 무척 높아 그 앞에 주저앉는 이가 태반인 것을.
중간 장벽, 즉 크리에이터의 고충에 대해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나마 크게 분류하자면 '시선'과 '제도'를 들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일 수 있겠지만, 의외로 크리에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심지어 수익이 꾸준히 있는 크리에이터조차 한 철 바람으로 여겨 걱정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가? 크리에이터는 '제대로 된 직업'인가, 아닌가?
그 대답보다 이유가 더 중요하다. 왜? 안정적인 일이 아니라서? 세상에 정말로 안정적인 직업이 몇이나 되는가? 저마다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아니면, 정해진 패턴이나 통제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예술가는 이제껏 직업이 아니었나? 창작의 과정에서 정해진 패턴과 통제는 장애물일 뿐인 것을.
혹은 유해한 소수 크리에이터의 영향일 수도 있다. 부정적인 인식에 쐐기를 박는 셈이니까.
규제와 제도, 필요할까?
이런 시선에 대항할 힘을 크리에이터는 갖추고 있을까? 자기 논리는 갖추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통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크리에이터와 관련하여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인데, 직업으로 정부가 인정하기는 했어도 구체적이고 세분된 관련 법안 같은 것은 미비하다. 저작권과 같은 부분도 그렇고, 직장인과 같은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보니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에서 보호해줄 울타리도 마땅하지 않다.
예를 들어 2차 창작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범위를 아주 확실하게 법으로 규정해놓는다면 편했을 거 아닌가? 만약 관련된 구체적 법안이 있었다면, 넷플릭스의 소송 비용 정도는 덜어줬을 거다.
그 외에도 이름이 쟁쟁한 소수의 크리에이터를 제외하면, 여러 갑질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수익 분배의 부당함 같은 경우는 어떤 크리에이터라도 피해 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관련 법이 하루 이틀 내에 신속하게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터. 그래서 필자는 기다림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살펴보았다.
['동류'를 모아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같은 부류의 사람이 많이 모이면 연대가 된다. 노조 역시 이런 연대에 속하고, 심지어는 팬클럽도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 연대는 어떨까? 단순히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모임 같은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크리에이터가 고충을 공유하고,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의견을 낼 수 있는 연대 말이다.
포괄적이고, 거대한 연대가 체계적으로 갖춰진다면 그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그게 사람이든, 정부든, 움직일 힘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울타리를 만들어라.]
연대를 만들었다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제도화다. 크리에이터로 존중받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라. 구체적인 무언가가 공식적으로 정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내라.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것은 강력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당장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리에이터의 삶을 지속하고 싶다면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문제다.
더욱이, 그저 조금 긴 트렌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직업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도 이런 제도화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자기 '관리'가 답이다]
제도에 주목하는 한편, 스스로 지킬 힘도 길러야 한다. 에이전시는 아티스트나 선수 등의 스케줄을 섭외하고, 관리하고, 신변이나 이미지를 지키는 등 여러 일을 해준다.
에이전시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이에 따라오는 불안이 있다면, 스스로 에이전시가 돼라. 이것도 연대가 있다면,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일이다.
연대와 제도를 통해 통용되는 믿을 수 있는 계약서와 꼼꼼한 확인을 통해 손해를 방지하라.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을지 주도적으로 찾아내고, 공인처럼 스스로 관리하라.
빛나던 연예인이 이슈로 무너지는 것처럼 크리에이터 역시 그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옳다. 창작을 위한 행위라는 변명이 통할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가장 좋은 길은 제대로 된 매뉴얼이 갖춰지는 일이다. 그러나 당장 만든다고 해도 분명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므로 큰 뼈대만 만들고 계속 세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구자의 의무이자 권리]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활발하게 증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길은 아직 좋은 길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니 지금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는 의무가 있는 셈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후에 그 길을 따라갈 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갈이 마구 돌아다니고, 곳곳에 웅덩이까지 팬 길을 다듬어라. 치우고, 메우고, 튼튼하게 다져라. 먼저 크리에이터의 길에 뛰어든 사람으로서 자기가 선구자 무리임을 자각해야 한다. 선구자가 좋은 길을 내는 것은 누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의무이며 더없이 영광스러운 권리다.
연대를 만들고, 제도화에 집중하고, 크리에이터 집단을 지킬 울타리를 만드는 것은 모두 좋은 길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줄 터. 좋은 길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될수록 못 박힌 것 같은 사회의 인식도 바뀔 수밖에 없으리라고 필자는 믿는다.
언젠가 당연한 직업인 것처럼 화두에 오를 날이 벌써 기대된다. 한 사람의 콘텐츠 소비자로서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리란 기대 역시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팬심과 닮아있는 마음으로 크리에이터가 고충으로 힘들 때 기댈 구석이 생기길 바란다. 탄탄대로라고 할 수는 없어도 길을 가다가 구덩이에 빠질 일은 없는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기필코 오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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