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무섭게 쏟아지니까 조금 무섭습니다. 눈은 시야를 가리고 발을 묶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흰 것인데, 온 세상이 눈일 때에는 섬찟합니다. 그런데 뭐, AI로 인해 바뀌는 미래만큼 섬찟할까요.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AI 시대에 어떤 사람이 살아남는지 자기 주장을 설파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따분하고 피곤한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AI가 세상을 장악하든 안 하든, 인류 자체가 인간성을 상실해서 인격적 회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인격을 담은 콘텐츠와 상품 수요가 늘고 있었으니까요.
인간다움을 힘껏 감각하고 싶을 때 영화를 봅니다. 타인의 세계와 교감하고, 질문하고, 사유할 때 인간답다고 느끼거든요. 저번 뉴스레터에서 영화 <국보> 후기를 들려드린다고 했었죠.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지 사유하는 영화였습니다. 가족이라는 결핍과 재능이라는 결핍을 가진 두 인물이 예술이라는 접점에서 만나 아름다움을 지겹도록 탐합니다. 결핍의 우물이 깊어질수록 욕망과 갈등은 거세지죠. 이 과정에서 "예술이란 뭐길래, 아름다움이란 뭐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게요. 그게 뭐길래, 저는 뉴스레터를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때요?
삿포로에 가고 싶은 소피 드림.
Curation by 소피
1. 서울 밖 덕후
제목 | 서울을 그만두다 (2)
장르 | 웹툰
작가 | (완주) 감자

"상빈씨는 오래도록 외면해 온 자신과 마주하기로 했습니다. 그가 회피했던 것은 서울살이가 아닌 내면의 소리였죠. 어쩌면 영원히 잠재우지 못할 그 울림은,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들어 주어야 하는 비명이 아니었을까요. 이 작품을 읽는 모든 이들 마음 속 비명이 노래가 되길 응원합니다." 작가의 블로그 댓글 중에서
선택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여건의 한계가 아니라 회피일지도 몰라요. 언제나 나를 가로막는 건, 바로 나. 여러분도 지금 무언가를 주저하고 있나요? 여행하듯 귀촌한 감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혹시 몰라요, 드디어 생각이 공회전을 멈추고 어디론가 나아갈지도.
2.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
제목 | 문화예술공간 대표와 7시간 동행
장르 | 관찰기
작가 | (전주) 소피

나만의 공간,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적 있나요?
"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무한 인테리어의 굴레에 들어가는 일. 여기서 공간 대여업을 하며 문화기획을 펼치고 있는 정선은 자기 세계의 조각들로 공간을 채웠다. 열렬히 좋아하는 영화, 음악, 미술, 전시, 가족, 이 모든 것이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영감에게 말을 건다. 너는 뭐가 좋아, 뭘 더 알고 싶어, 어떤 세계와 가까워지고 싶어, 지금 표현하고 싶은 건 뭐야." - 본문 중에서
3.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
제목 | 압연 같은 삶 (2)
장르 | 소설
작가 | (포항) 김진희

모든 지역이 환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에요. 무조건 좋아해야 하는 것도, 좋은 면만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다만, 어디서든 자기만의 시선으로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삶은 계속되니까요. 세상에 무언가를 거부하고 불평만 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없겠죠. 지역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발견하려고 해야 보이고, 의미 부여를 해야 어떻게 살아갈지가 보입니다. 진희가 포항에서 "압연 같은 삶"을 발견했듯, 당신도 당신의 지역에서 자기만의 문장을 발견해 보세요.
4.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사람
제목 | 당신과 상관 없는 이야기 (2)
장르 | 사진
작가 | (옥천) 백상

고등학교 때부터 주말만 되면 카메라를 들고 서촌에 가곤 했어요. 휴대폰과 멀어지고, 카메라 뷰파인더에만 집중하며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어요. 저는 이 행위를 사진 명상이라고 불렀는데요. 뷰파인더에 집중해 숨을 참고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자세히 관찰하기. 그때 소중한 습관이 생겼어요. 잠시 멍하니 세상을 바라보며 줌인(Zoom in) 줌아웃(Zoom out) 하는 시간을 갖는 것. 줌아웃(Zoom out)해서 내가 어떤 풍경 속에 있는지 생각하거나, 줌인(Zoom in)해서 얼마나 작고 소중한 것들이 곁에 있는지 발견하는 시간. 세상은 자세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애정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죠. 자, 이제 여러분도 바라볼 시간입니다. 백상의 옥천에 스며들어보세요.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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