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충청북도 옥천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이번 호에 옥천이 고향인 분의 작품도 실려있기도 한데요. 저는 전주에서 살고 있지만, 옥천도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이라고 느낍니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옥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골 잡지 <월간 옥이네>가 있어요. 이 잡지를 통해 따뜻하고 정감 가는 시선으로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나고, 농촌을 헤아리고 싶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지식과 지혜를 누릴 수 있어요. 덕분에 우리 삶에 어떤 이야기를 제보해야 하는지, 어떤 얼굴을 지면으로 만나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지금 우리의 지역은 어떤 이야기로 조명되고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우리 지역을 무엇을 매개로 상상하며, 어떤 얼굴과 이미지를 주로 떠올릴까요. 유독 서울이 성공의 장소로 인식되는 이유는, 성공의 이미지로 포장되어 왔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떤 이야기를 발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별거 아니라 여겨지는 작고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곳에서만의 아침, 출근길에 만난 사람들, 이동하면서 본 동네의 길, 기차역을 보며 떠올린 생각, 동네 주민들이 자주 가는 동네 사랑방 ... 생각하지 못한 작지만 큰 아름다움이 도처에 널려 있을지도 몰라요.
겨울로 넘어가기 싫은 소피 드림.
Curation by 소피
1. 서울 밖 덕후
제목 | 서울을 그만두다
장르 | 웹툰
작가 | (완주) 감자

당신은 한 번이라도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을,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어떤 선택은 자기만의 선택이라 존중받는데, 어떤 선택은 포기라는 이름으로 평가 절하 되기도 합니다. 혹시 당신은 지금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나요? 감자가 그려낸 웹툰은 <상빈>이라는 인물에 자신을 대입하며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과 함께요.
2.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
제목 | 서점 지기와 12시간 동행
장르 | 관찰기
작가 | (전주) 소피

누군가의 삶을 하루 종일 동행해 본 적 있나요?
저는 올여름에 의성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하루종일 기획자의 차 조수석에 앉아 동행했었는데요. 차에 탑승한 순간부터 누군가와 통화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지역 주민과의 약속을 잡는 태도와 방식, 지역 주민과 회의하며 나누는 대화, 자주 가는 식당이나 카페, 밤길 운전하며 사랑하는 동료들과의 통화까지. 카카오톡으로 간단하게 주고받는 메시지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시간을 곁에서 몸소 겪고 나서야 진정한 동료가 된 것 같았어요. 이번에도 저는 누군가의 진정한 동료가 되고, 진정한 이웃이 되어 보려 하루 종일 동행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따라가 보실래요?
3.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
제목 | 압연 같은 삶
장르 | 소설
작가 | (포항) 김진희

예전에 동네 미용실 사장님분들을 인터뷰 했던 일화가 떠올라요. 대부분 지역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여자 사장님이셨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결혼 이주 여성" 이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결혼 이주 여성의 모습을 외국인만 떠올렸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만연했던 거죠. 미용실 외에도 문구점, 식당, 세탁소 등의 사장님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지역이든 이 지역의 생활자라고 해서 누구나 지역의 토박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여러분 동네 친구 중에도 결혼 이주 여성이 있나요? 없다면, 진희의 소설을 읽어보세요. 결혼해서 온 사람,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 도망치듯 온 사람, 세 여성의 삶을 통해 각기 다른 삶의 모양을 관찰해 보세요.
4.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사람
제목 | 당신과 상관 없는 이야기
장르 | 사진
작가 | (옥천) 백상

고등학교 때부터 주말만 되면 카메라를 들고 서촌에 가곤 했어요. 휴대폰과 멀어지고, 카메라 뷰파인더에만 집중하며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어요. 저는 이 행위를 사진 명상이라고 불렀는데요. 뷰파인더에 집중해 숨을 참고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자세히 관찰하기. 그때 소중한 습관이 생겼어요. 잠시 멍하니 세상을 바라보며 줌인(Zoom in) 줌아웃(Zoom out) 하는 시간을 갖는 것. 줌아웃(Zoom out)해서 내가 어떤 풍경 속에 있는지 생각하거나, 줌인(Zoom in)해서 얼마나 작고 소중한 것들이 곁에 있는지 발견하는 시간. 세상은 자세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애정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죠. 자, 이제 여러분도 바라볼 시간입니다. 백상의 옥천에 스며들어보세요.
인사말
완주, 전주, 포항, 옥천의 이야기 잘 읽어보셨나요?- 오늘의 작품들을 더욱 선명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작품 해설 보러 가기> 버튼을 눌러보세요. 작품이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다음호는 12월 03일 수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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