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해석을 찾아보며 친구들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집'의 잔상이 오래 남았는데요. 감독님께서 '집이 주인공 중에 한 명이다 말할 수 있다' 라고 강조하실 정도로, 러닝 타임의 대부분이 집에서 이뤄져요. 인터뷰를 찾아보니, 미국 소설을 한국 배경의 영화로 전환할 때 '집을 소유하는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고 해요. 부동산의 가치로서 투자하고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과 생존을 위해 현실에 맞는 집을 찾는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어쩔수가없다> 주인공 만수가 있는 거죠. 자본주의의 굴레를 익살스럽게 풍자하며, 취약함이 공격성으로 변모하는 만수를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합니다. "집이 그렇게 중요해?"
당신의 집은 어디에 있나요? 서울에 있나요, 지방에 있나요.
Beyond L은 로컬 그 너머를 바라보는 뉴스레터입니다. 서울과 지방을 저울질하거나 한 쪽에 치우쳐 있기보다, 양쪽을 동시에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장입니다. 이번 첫 호에서는, <집>이라는 물성을 중심으로 우리가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이번에 드디어 공개된 뉴스레터 크루 라인업과 작품 소개를 보며 반추해보세요. 당신에게 집 그리고 지역은 어떤 의미인지.
가을이 고개를 들 무렵에, 소피 드림.
1. 작가 소개
뉴스레터 Beyond L은 편집장 소피와 작가 7명이 함께합니다. 앞으로 광주, 포항, 제주, 완주, 대전, 밀양, 옥천, 전주의 이야기가 당신의 메일함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모두가 서울로만 향하지 않고, 각자의 이유와 개성으로 각자의 지역에 도착하는 서사를 그려봅니다. 보세요, 얼마나 다양한 궤적이 그려지는지요. 전주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모두 전주 토박이가 아니듯, 나와 같은 지역에서 같은 소속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지도 확인해보세요. 우리는 사실 지역이라는 하나의 정류장에서 만난 사이일 뿐이라는 것까지도요.

2. 작품 소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
밀양 | 초원 | 압화와 글 [이팝나무가 필 때 만나] [기다리는 풍경이 있다]
2025년 5~6월에 밀양에 피었던 ‘이팝나무 꽃’과 ‘꽃양귀비’. 그 꽃들과 연결된 이야기와 생각을 에세이로 담았습니다. 각 에세이는 압화 엽서와 글, 사진, 그리고 압화를 만드는 과정을 짧은 일지로 담은 부록 '꽃에서부터 엽서가 되기까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포항 | 김진희 | 소설 [압연같은 삶]
이 소설은 포항이라는 철강 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이유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결혼을 계기로, 혹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또는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압연(壓延)’ 같은 삶의 과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뜨거운 쇳덩이가 수많은 압력을 받아 단단한 철로 거듭나듯, 인물들의 삶 역시 크고 작은 압력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지방에 사는 여성들의 애환을 넘어서, “삶의 압연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보편적 질문을 던집니다. 독자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지금 겪고 있는 시간 또한 성장과 단단해짐의 과정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사람
제주 | 송혜경 | 에세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 3화의 프롤로그는 제게 강렬했습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말처럼 서울로 올라가 자신의 삶을 쳇바퀴 굴리듯 열심히 살던 제주 청년들이 결국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거든요. 저도 드라마 속 주인공 삼달이와 그의 친구들처럼 고향으로 돌아가면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숨 고르며 잠시 머물던 제주를 떠올려보니 보이는 게 하나 있었어요. 그게 무엇이냐면……
옥천 | 백상 | 사진 [당신과 상관없는 이야기 - 충북 옥천 이원]
충북 옥천군 이원면의 풍경. 즉 당신과 상관없는 사진들을 엮었다. 당신이 여태껏 가 본 적 없고 앞으로도 가 볼 일 없을 장소는 우주나 심해와 다르지 않다. 만약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에 달렸다. 이 사진들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신이 이곳의 삶을 상상할 수 있다면, 눈 밖에 두었던 타인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기를. 해서 더 많은 세계가 당신과 상관있어지기를. 탐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
대전 | 전소연 | 에세이 [고향에 돌아온 계기]
나는 길을 잃는 순간이 좋다. 길을 잃었다는 건 돌아올 곳이 있다는 뜻이며, 언제든 다시 환대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도전 끝에 타지에서 떠돌던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고, 익숙한 환경 속에서 낯선 시선으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작은 교훈이나 기쁨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서울밖덕후
완주 | 감자 | 웹툰 [서울을 그만두다]
‘서울을 그만두다’는 도망치듯 귀촌하게 되는 청년, ‘상빈씨’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입니다. 이 작품은 귀촌이라는 단어 속 로망을 그리는 작품은 아닙니다. 단순히 농촌지역이라는 장소성을 묘사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불안을 지역 이주라는 수단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회가 마련해 놓은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에 모호한 의문이 들 때, 명확하진 않지만 하나의 해답으로 쓸 수는 있을법한 귀촌인들의 삶과 생각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귀촌을 홍보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하여 크게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때 이 작품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자그마한 단서로써 쓰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사람
광주 | 김미리 | 여행기 [광주살이 1년차의 광주 여행일기]
작품의 발단에는 삼단 논법이 있다.
- 하고싶은대로 살겠다
- 무한히 여행하고 싶다.
- 여행하며 살겠다.
2024년 2월에 도착한 광주를 2025년 중반에서야 여행했다. 매 여행에 그랬던 것처럼 카메라를 들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전주 | 소피 | ?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다 길을 잃곤 합니다. 길을 헤매야 보이는 장면들도 있더군요. 저에게 전주에서의 시간은 매 순간이 헤맴의 연속입니다. 사실은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는 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여정 속에 발견한 것들을 여러분에게도 꼭 공유하고 싶습니다.
3. 다음호 예고
다음 호부터는 4개의 코너로 큐레이션 되어, 4개의 작품씩 선보일 예정입니다. 다복합 장르로 로컬을 읽고 감각하며 무한하게 상상해 봅시다. 우리가 애정하고 욕망하는 로컬의 범위와 형태가 보다 확장되길 바라며. 로컬 그 너머를 바라보는 뉴스레터 Beyond L의 항해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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