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행은 재난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여기, 난데없이 5천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진짜 이름을 모르는, 드라마 '레이디 두아'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명품 브랜드에서 세일즈로 일하던 어느 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매장 상품을 5천만 원어치나 털리고 맙니다. 백화점은 '방침'대로 일을 처리합니다. 귀책은 어디까지나 자리를 비운 '직원'에게 있는 것이죠.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작 화장실 한 번 가는게 힘들었어요. 하루종일 참았어요. 고객용 화장실만 사용하게 해줬어도 이런 일 안 생겼을 거예요. 직원용 화장실 가려면 후방 복도 한참 돌아서 가야 되는데, 힘들게 도착해도 줄이 길고, 지하에 가야 빈자리가 생기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직원용 엘리베이터 타야해서 또 후방 복도 한참 돌아서 가야 되고 또 매 층마다 서는 걸 또 한참 기다려야 되잖아요."
여기서부터 그녀의 인생이 바뀝니다. 신분을 세탁하고 가짜의 삶을 살아갑니다. 범죄자의 신분이 되어 왜 그랬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업가로 보면 사업가고, 사기꾼으로 보면 사기꾼이다." 어차피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서 자신이 정말 잘못한 건지 되묻습니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범죄자가 제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주 80시간 과로로 20대 남성 직원을 사망케 한, 직원의 노동 환경이나 복지보다 브랜드 위신을 위해 복장 검열을 하던, 브랜드로 사랑받고 브랜드로 몰락한 '런던베이글 뮤지엄' 료. 그녀의 만행이 알려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사랑한 건, 진짜 료일까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보통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포장지를 잘 만들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어도, 사고 싶고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메시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비주얼, 톤앤 매너, 끌어당기는 슬로건, 세계관이 이어지는 콘텐츠.
그런데, 브랜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진짜"라는 알맹이입니다.
어느새부턴가 로컬이 안 멋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짜라는 실체가 희미해 보이고, '로컬'이라는 단어의 포장지가 더 거창해 보이면서부터 말입니다. 이미 트렌드가 되었고,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선망을 갖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쫓아오게 했으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로컬이란 포장지의 도착지에, 우리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지역과 그 안에 거하는 사람과 삶 그리고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로컬을 어떻게 보고, 어떤 존재로 믿고 있나요?
슈퍼가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어르신이 많아요. 이 동네에 유일하게 젊은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 날은 명절과 관광철입니다. 명절엔 골목마다 차가 빼곡히 주차되고, 쓰레기장에 50L 쓰레기봉투가 꽉 찬 상태로 수십 개가 쌓여요.
평소에는 산책하거나 정자에 앉아계시는 어르신을 자주 봐요. 마주칠 때마다 이분들은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곤 합니다. 저희 옆집 할머니는 연세가 80세가 넘으신 데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신다고 해요. 생활은 나와 집을 돌보는 일이기도 한데,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음식을 어떻게 구매하실지 궁금하더라고요. 동네에는 슈퍼가 두 개가 있습니다. 간단한 음식만 있는 슈퍼와 생필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작은 슈퍼죠. 저는 좀 더 거리가 있는 이마트 24에 갑니다. 종류도 훨씬 많고, 쓰레기봉투도 살 수 있거든요. 그러다 문득문득 동네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다른 분들은 이마트 24랑 슈퍼 중에 어디가 편하실까. 슈퍼에 없는 물건은 어떻게 하실까. 자식들이 구매 대행을 해주시나. 자식이 없는 분은 어떻게 하실까.
슈퍼와 관련된 작품 보기
강원도 횡성의 독립영화 로타리의 한철
이 영화는 가족이 함께 만든 영화입니다. 제 46회 청룡영화상에서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인데요. 우리 곁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 호평을 받았습니다. 예고편만 보아도 잊고 지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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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의 글 01 사람들의 온기가 머물던 자리, 동네슈퍼
"그 시절 동네 슈퍼는 사람들의 삶이 오가고 이야기가 쌓이는 누구나 드나들던 '사랑방'이었다."
- 춘천도시재생센터, 강지연 스트리트리포터 / SIDE B. 춘천
이 문장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과연 어디가 사랑방일까요? 저는 어렸을 땐 문구점과 놀이터였고, 지금은 책방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요?
오늘의 로컬 TMI
서울 스테이 총량의 법칙에 의해 잠시 서울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에서 열리는 로컬 임팩트 전략 포럼에 참석했는데요.
같은 시각 행사장 반대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충남 대전 통합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중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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