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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L | 서울이 할 수 없는 일 [지역 방송국]

로컬 문화예술 큐레이션 뉴스레터 (사이드 메뉴)

2026.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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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그간 무탈하셨나요?

얼마 전에 지방선거가 있었죠. 반평생의 시간을 보냈던 서울이,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길 바랍니다.


서울을 떠난 뒤 생긱 변화 중 하나는 지방선거를 훨씬 유심히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서울살이 시절엔 다른 지역 사정은 별 관심 없었는데, 지방살이 이후로 전주를 비롯해 각 지역의 장이 누가 되는지 세세하게 살펴보게 됐어요. 지방에서는 공모사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단체와 기업이 많고, 지역장에 따라 중간지원조직의 존속 여부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이전 정부의 성과를 지우기 위해 개연성 없이 사업이나 공간을 없애는 일도 만연하죠. 시민의 입장에서만 봐도 참 아쉬운 일인데요. 참여하던 프로그램과 행사, 지속되어야 할 지원사업이 규모를 줄이거나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지역에서의 '다음'을 생각하기 어려워지니까요.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치 세력을 견제하며,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돌아가는 일에 관여하는 방법은 "지역 매체" 입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 방송국과 신문사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이라 더 안타까운 것 같아요.

 

반면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수록, 지역 매체의 중요성만큼이나 시민 한 사람이 변화를 주도하는 미디어로서 갖는 위력을 크게 느낍니다. 작년에 의성에 산불이 났을 때, 서울 방송국에서는 6시 내고향과 생생정보통이 방송되는 사이, 지역방송국에서는 실시간으로 타들어가는 재난 현장이 계속 보도 됐어요. 산불이 경주를 비롯해 안동, 경북 권역으로 퍼지자, 지역 소식을 전하던 인스타 채널에서는 실시간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과 지역 주민들이 당장 알아야 할 정보를 퍼뜨렸고요. 재난 현장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주민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와중에 그릇된 대응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변화를 이끌어 갔죠.

 

부끄럽지만, 저는 서울에 살았을 땐 원자력 발전소가 경주에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지방에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이 많다는 사실엔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에서는 어느 지역에 어떤 시설이 발달해 있는지 외우기만 하니까요. (원자력 발전소도 그나마 지진 때문에 겁이 많아서 관심 있었던..)  밀양 사람들이 송전탑 문제로 무엇을 겪었는지, 청양 사람들이 지천댐을 왜 반대하는지 잘 모르고 그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일로만 여기는 거죠. 무엇이 왜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의 눈에서는 그저 '다른 지역의 일' '남의 일'이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세상은 누군가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겨주는 사람들에 덕분에 굴러갑니다. 지역도 지역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사람에 의해 굴러가고요.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게, 우리가 얼마나 얽히고 섥혀서 살아가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역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지역 매체 중에서도 <방송국>의 사례를 가져왔습니다.
중앙 언론이 큰 사건이나 전국 단위 이슈를 다룬다면, 지역 방송국은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와 사람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특히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는 누군가의 시도와 활동이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역 방송국은 새로운 가게나 프로젝트, 청년들의 도전, 사라져가는 동네의 풍경 같은 것들을 꾸준히 비춥니다.(물론 지역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뉴스가 되지 않을 이야기들이, 지역에서는 중요한 기록이 되는 셈이죠.

 

'유명한 사람'보다 지금 지역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주목하게 되는 지역 방송국,

앞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역의 다큐는 제작 과정부터 다르다.

경남MBC, 다큐 <어른 김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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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살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로 지역이 작동되고, 그만큼 한 개인의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저 역시 여러 지역을 거치며 이를 몸소 깨달았습니다. 전주에 살 때는 연결자 역할을 해주던 친구 덕에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고, 부여에서는 이주 청년들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주셨던 어른, '마스터'에게 의지하며 지냈습니다.이러한 유기적 연결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제작 과정에서부터 '지역다움'이 깊게 배어 있는데요. 그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장하 선생님은 이른 나이에 한약방을 열어 쌓은 부를 평생에 걸쳐 지역 사회에 환원한 분입니다. 진주신문의 창간을 주도하고 오랜 기간 후원하며, 지역 언론이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고 부조리를 좌시하지 않도록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셨어요. 또한, 교육 격차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아낌없이 헌신하셨죠.

 

하지만 정작 김장하 선생님 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꺼내기를 꺼리셨어요. 그럼에도 선생님의 삶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건, 바로 곁을 지켜온 지역 주민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 함께 일했던 동료들, 그리고 이웃으로서 그 삶을 곁에서 지켜봐 온 사람들이 기꺼이 '목격자'가 되어 증언해 주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 매체의 존재'라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경남MBC가 있었기에 지역의 인물을 전국적인 의제로 끌어올릴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기회는 영상을 다루는 경남MBC 김현지 PD와 활자로 지역을 기록해 온 (전)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의 협업으로 이어졌고, 매체가 다른 두 사람의 합작은 우리가 목격한 <어른 김장하>만의 깊은 감도를 빚어냈습니다.

 

“지역 피디가 왜 그런 것까지 해?” 혹은 “경남 피디가 왜 여기까지 와서 취재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마 지역방송이 구현해야 할 ‘지역성’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지역성은 지역을 행정구역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역이라는 울타리는 다양성을 키우고 보살피는 ‘생크추어리(sanctuary)’가 아니라 차별하고 격리하기 위한 ‘게토(ghetto)’가 되겠죠. 지역의 경계를 한계선으로 보지 않고 전문 영역으로 본다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지역 어젠다가 전 지구적 보편성을 가질 수도, 특수한 지역 아이템이 전 지구적 관심을 끌 수도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에서 대한민국 전체, 인류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미를 건져내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도 지역성 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MBC경남 <어른 김장하> 제작기] 부족한 점 메워주는 기자와 PD의 협업 시대의 허기를 채우는 이야기를 탄생시키다|작성자 신문과방송

어른 김장하는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고, 시간이 없는 분들은 명장면 몰아보기 영상도 참고해 보세요.

 

 

마을이 방송 스튜디오가 된다.

김제 마을방송국, <논논 non non>

 

지역은 좋은 제품이나 좋은 공간 하나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관계에서 지속성이 생기고, 지역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움직임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며, 유기적인 연결 속에서 새로운 시나리오가 탄생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나리오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기록하고 전달한다면 어떨까요?

서울에서도, 대형 방송국에서도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김제 평야에서 직접 발로 뛰며 전하는 <non non 마을방송국>이 탄생했습니다. 마을방송국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짧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을 방송국 '논논'에게 김제의 너른 논과 밭, 그리고 마을 골목은 단순한 야외 촬영지나 '뒷배경'이 아닙니다. 방송의 중심을 화려한 도심의 세트장에서 흙내음이 나는 지역의 현장으로 완전히 옮겨왔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보아왔던 '농촌'은 주류 방송국이 필요할 때만 잠시 소비하고 떠나는 대상화된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논논'은 김제 주민들의 삶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았어요. 삶의 터전이 방송의 무대가 되어 중앙에 집중된 발화의 권력을 마을로, 그리고 지역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방송국이라 우당탕탕 만들어가는 재미도 엿볼 수 있는데요. 신생 방송국인데도 벌써 논논 유튜브 채널에 콘텐츠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마을방송국 개국 과정부터, 마을방송국에 진심인 김제 출신 이정현 배우의 인력사무소, 현장감이 담기는 Live 방송,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콘텐츠까지.

논논 방송국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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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로컬 TMI

로컬 매거진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인쇄물이 도착했고요, 아쉽게도 아직 더 와야합니다..
텀블벅 하기 싫습니다. 독립 출판은 텀블벅 말고 답 없나요? 아니야 해야해. 하기 싫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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