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Beyond L 운영자 소피입니다.
현재 전주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자주 밖으로 나가곤 합니다. 홍성 - 익산 - 아산 - 순천 - 칠곡 ... ... 물론 원래 나고자랐던 서울이나 인천의 교통이 훨씬 편리합니다. 그래도 마음 먹어야 갈 수 있었던 지역들이 이제 나의 근교가 되어, 마음 가는 대로 언제든지 30분이면 갈 수 있어 좋아요. 저 멀리 스크린 너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이젠 한 마을 안에 존재하는 것만 같아요. 제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수도권 사람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며, 관광객이 아닌 이웃 주민의 바이브로 연결되는 삶.
당신은 어떤 지역의 이웃 주민이 되고 싶으신가요?
소피 드림
1. 진격의 뉴스레터
1편이 모두 나왔어요.
혹시 영화 매거진 프리즘 오브(Prism of)를 아시나요? 최애 매거진 중 하나인데요. 영화라는 공통된 주제에 대해 열성적으로 파고들고 예찬하는 모습이 꽤 매력적이에요. 원래 무언가를 정열적으로 좋아하는 태도는 매력적이잖아요. 저희 비욘드 로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로컬이라는 하나의 장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과 영감이 섞여 콘텐츠로 무한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 그 과정에서 함께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공유하는 창의의 장.
비욘드 로컬은 7명의 크루가 만들어 가고 있어요. 오늘까지 뉴스레터 편집장인 소피 단독으로 진행하는 웰컴레터가 발송되고, 바로 다음 호부터는 진짜 메인 디쉬가 나옵니다! 행복하게도, 저는 이미 다 읽어보았답니다. (이것이 편집장의 권력 무하하하하)
두 번째 크루 모임을 했습니다!
9월 9일 화요일에 온라인으로 크루 모임을 했습니다. 창작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의 창작물에 피드백과 감상을 주고받았어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지점까지 더 나아가고, 고민했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시간이었어요. 혼자 창작을 하다 보면 애매모호한 지점에서 맴돌기 마련인데요. 같이 창작을 공유할 수 있는 메이트가 있으면 창작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빈틈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다음 크루 모임에서는 최종 발행본을 보고 이야기 나눌 거예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요?
2. 아티클 :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향
사람들과 대화 나누고 싶은 로컬 화두를 던지는 코너
혹시 고향에서 탈출하고 싶으셨나요?

최근에 재밌는 영상을 하나 봤어요. 제주의 어느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는 유튜버 오원의 영상인데요. 내용의 요지는 대학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너네가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육지 탈출 못 한 거야, 놀아서 여기 있는 거야'라고 하셨다는 거죠. 오원은 현장에서 같이 듣고 있었고, 화가 나서 이게 왜 문제인지 영상을 만든 거예요. (요목조목 기깔나게 비판해 주어 맛도리입니다ㅎ)
저는 사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학창 시절 내내 '공부 못해서 지잡대 가지 마라'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방 대학을 낮춰서 봤었어요. 근데 나중에 실제로 지방 대학 친구들을 만나보니 어떤 대학이든 어떤 학과든 함부로 낮춰서 볼 게 아닌 거예요. 제각기 다른 전통과 프라이드가 있는데, 왜 서울만 성공의 기준으로 삼으며 바라봤던 건지 스스로가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영상 중에 이 두 가지 질문이 인상적이었어요.
1. 왜 모두가 여기서(제주)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해?
2. 왜 모두가 공부를 안 해서 여기(제주) 왔다고 생각해?
한마디로, 왜 지방러를 실패자라고 생각해? 라는 말과도 같죠.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전주에서 살고 있어요. 여러 지역에서 살아본 경험을 공유할 때 신기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도망자 또는 실패자로 보는 시선도 여럿 있었어요. 서울에 끼지 못할 것 같으니 자진 포기해서 나온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수도권이 답일까요? 어쩌면 집, 학교, 회사, 투자 모든 성공의 길이 한 지역으로 몰리는 것이 도태를 만들고, 도태가 차별을, 차별이 격차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최근에 들은 말 중에 가장 공감됐던 말이 '선택은 습관이다'. 인데요. 시류가 계속되는 건, 우리가 습관적으로 선택을 해와서가 아닐까요? 이를테면, 지방에서 살아가는 것이 도태되는 삶이 아니라고 의식하고 선택하는 것. 그 한 번의 선택이 다음을 바꿔요. 선택을 행동으로 옮길 때, 의식이 경험으로 실체화되니까요. 저는 적어도 앞으로는 '지잡대는 가면 안 되잖아, 너네 공부 못해서 지방대 왔잖아'라는 말은 안 하면서 살고 싶어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다 보면, 지향하는 삶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당신도 로컬 그 너머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함께 고민해 보아요. 무엇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지.
3. 오늘의 로컬 TMI
이것으로 춘분한(가을스러움이 충분한) 함양

주말에 1박2일 동안 함양에 다녀왔어요. 그거 아시나요?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넘어가는 일은 어마무시하게 어렵다는 사실을.. 어렵지만 정서적인 거리감이 가까우면 물리적인 거리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만나면 마음이 편한 함양 이웃(함양 청년 공동체 이소)이 좋은 자리에 초대해 줬어요.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고 맛난 음식과 공연으로 행복감에 취하는 자리.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고, 그 어떠한 프레임 없이 서로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가까워지는 사람들. 서로의 시선을 따라 흐르는 편안한 마음. 살다 보면, 일이나 학업 때문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가까워지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이날 저는 아주 오랜만에, 제가 사람이라서 좋았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