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편. 에스터(Esters) (3)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지난 두 편에 걸쳐 맥주 속 향기 분자, 에스터의 정의와 생성 메커니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에스터의 생성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숙성 및 저장 과정에서 에스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다소 내용이 길어졌지만 에스터 향기를 보다 정밀하게 설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지점들을 빠짐없이 담고자 했습니다. 시간을 내어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권하며, 혹시 앞선 내용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먼저 1~2편을 확인하시면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1. 에스터 생성: AATase와 Esterase의 힘겨루기
"맥주에서 나는 이 과일향,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그 답은 바로 효모가 만들어내는 '에스터(ester)'라는 아주 작은 분자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에스터, 단순히 ‘많이 만들어지면 향이 강해진다’는 공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향기를 좌우하는 건 에스터를 합성하는 효소와, 그것을 분해하는 효소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죠. 에스터 생성의 핵심인 두 효소의 이야기를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에스터는 AATase(Alcohol Acetyl Transferase)라는 효소가 에탄올과 아실-CoA를 결합시켜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동시에, Esterase라는 또 다른 효소는 이 결합을 끊어 에스터를 분해하려 하죠.
즉, 에스터의 최종 농도는 이 두 효소의 '팔씨름'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합성보다 분해가 빠르면 향은 줄어들고, 합성이 우세하면 풍부한 과일향이 남게 됩니다.
이때 Esterase는 단순한 분해자가 아닙니다. 이미 생성된 에스터를 가수분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아예 에스터 결합의 형성 자체를 억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효소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맥주의 향기 프로파일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에스터를 줄일까, 아니면 덜 분해되게 할까?]
1998년, Fukuda 연구팀은 색다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가 ‘에스터를 더 만들자’는 방향이었다면, 이들은 ‘에스터를 덜 분해하자’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Saccharomyces cerevisiae에서 iah1이라는 유전자를 제거했습니다. iah1은 isoamyl acetate(바나나향의 주요 성분)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인데요, 이 유전자를 제거하자 아이소아밀 아세테이트의 생성량이 무려 19배 증가했습니다.
이후 2006년 연구에서는 이 현상이 특정 에스터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에틸 아세테이트, 페닐에틸 아세테이트, 헥실 아세테이트 등 다양한 에스터의 생성량도 iah1 유전자가 과발현될 경우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즉, Esterase를 조절하면 다양한 종류의 과일향을 세밀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발효 조건에 따른 에스터 생성 조절
맥주 발효에서 에스터의 생성량은 단순히 효소 반응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효모의 종류와 발효 조건에 따라 생성되는 향기 분자의 양과 종류는 큰 폭으로 달라지며, 양조사는 이를 통해 의도한 풍미를 더욱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발효 조건별 에스터 생성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효모 균주 (Yeast strain)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부분의 향기 물질은 효모의 대사 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며 어떤 균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전체적인 풍미는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각 효모 균주는 고유한 유전체(genome)를 가지고 있어 이 유전적 특성이 곧 다양한 에스터 생성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효모는 isoamyl acetate(바나나 향)를, 또 어떤 효모는 phenylethyl acetate(장미 향)를 상대적으로 많이 생성하는 식입니다. 따라서 맥주의 스타일과 의도된 방향에 맞는 균주 선택은 양조사의 가장 전략적인 결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조장에서는 효모를 반복적으로 재사용(repitching)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효모의 생리적 특성이 변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짧은 주기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세대가 누적되면서 미세한 유전적 변이가 향미의 일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조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균주를 도입하거나 동결 보존을 통해 초기 특성을 유지한 채 재접종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처럼 효모의 선택과 관리는 곧 맥주 향기의 일관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2) 발효 온도 (Temperature)
발효 온도는 효모의 대사 속도뿐 아니라, 향기 물질의 생성 경로와 효소 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입니다.
온도가 상승하면 효모 내 bap2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는데, 이 유전자는 넓은 기질 특이성을 가진 퍼미에이스(permease)를 암호화합니다. 퍼미에이스는 발린(valine), 류신(leucine), 아이소류신(isoleucine)과 같은 가지사슬 아미노산(BCAA)을 세포 내부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며, 이 아미노산들은 곧 에스터의 전구체가 되는 고급 알코올로 전환됩니다.
즉, 고온 발효 환경은 세포 내 아미노산 농도를 높이고, Ehrlich 경로를 자극하여 에스터 생성의 기반을 다지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스터 생합성에 직접 관여하는 atf1과 atf2 유전자도 발효 온도가 높을수록 활발하게 발현됩니다. 이 유전자들은 대표적인 향기 성분인 에틸 아세테이트(ethyl acetate), 아이소아밀 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 페닐에틸 아세테이트(phenylethyl acetate)의 생성을 촉진합니다.
결과적으로 발효 온도는 단순한 대사 속도 조절을 넘어 향미의 구조와 인상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로 작용합니다. 따뜻한 온도는 더욱 풍부하고 과일향이 강조된 맥주를, 차가운 온도는 깔끔하고 절제된 향을 가진 맥주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3) 압력 (Pressure)
발효조가 커지고 높아질수록, 그 내부에 있는 맥즙은 위에 쌓인 액체의 무게만큼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힘을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이라고 부르며 대형 양조 설비일수록 이 정수압의 영향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또한, 일부 양조장에서는 발효 효율과 향미의 정제된 인상을 높이기 위해 발효조를 밀폐하고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을 조절하는 ‘압력 발효(pressurized fermentation)’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발효조 내부 압력을 보통 1~2 bar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문제는, 발효 압력이 높아질수록 맥즙 속에 녹아드는 CO₂ 농도 역시 함께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과도하게 녹아든 CO₂는 효모의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탈탄산 반응(decarboxylation)의 효율을 저하시킵니다. 이 반응은 고급 알코올(higher alcohols)과 아세틸-CoA를 생성하는 데 필수적인 대사 경로로, 에스터 합성을 위한 핵심 전구체인 아세틸-CoA를 공급하는 주요 과정입니다. 따라서 탈탄산 반응이 억제되면 아세틸-CoA의 양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곧 에스터의 생성량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영향을 불러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나타납니다:
발효 압력 증가 → 탈탄산 반응 억제 → 아세틸-CoA 부족 → 에스터 생성 감소
이러한 이유로 압력 발효에서는 발효 온도를 대기압보다 다소 높게 설정하더라도 효모가 상대적으로 ‘깔끔한’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경향을 보입니다. 에스터가 적절히 억제되어 과도한 과일향 없이 보다 균형 잡힌 풍미가 형성되는 것이죠.
4) 맥즙 조성 (Wort composition)
발효 중인 맥즙은 효모에게 단순한 액체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영양 공급원이며, 대사 활동이 일어나는 반응의 장입니다. 따라서 맥즙의 조성은 최종 맥주의 향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당의 종류와 질소원, 무기질, 미량 영양소의 구성에 따라 효모의 성장 속도와 대사 경로가 달라지게 됩니다.
즉, 맥즙 조성은 단순히 발효의 ‘재료’가 아니라 향기 분자의 생산을 유도하는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1) 당 (Sugar)
양조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고비중 맥주 양조(HGB, High-Gravity Brewing) 방식은 생산성과 맥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입니다. 이 방식은 맥즙의 당 농도를 높여 발효 전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가적인 장비 투자 없이 생산량을 20~30%까지 확대할 수 있고 탁도 감소나 부드러운 질감 확보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HGB는 향미 측면에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높은 당 농도는 아세트산 에스터(acetate esters)의 과잉 생성을 유도해 맥주에 과도한 과일향이나 용제(solvent) 같은 이취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맥즙의 비중을 두 배로 높였을 때, 아세트산 에스터의 생성량이 최대 8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얼마나 많은 당’이 들어 있는지뿐 아니라 당의 종류 역시 에스터 생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처럼 흡수가 빠른 단당류가 풍부한 맥즙은 맥아당(maltose) 위주의 맥즙에 비해 에스터 생성량이 많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9년 Piddocke 연구진은 21 °P 및 24 °P 맥즙에 각기 다른 당 시럽(맥아당 시럽 vs 포도당 시럽)을 첨가해 발효한 결과, 포도당 시럽을 사용한 경우 아세트산 에스터 생성량이 더 많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포도당이 아세틸-CoA의 생성을 강하게 유도하는 반면, 맥아당은 그 반응을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시키기 때문입니다.
4-2) FAN (Free Amino Nitrogen)
맥즙에는 다양한 형태의 질소 화합물이 녹아 있지만 효모가 실제로 흡수하고 대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저분자 형태의 질소에 한정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으로 이용 가능한 질소 성분을 우리는 FAN(Free Amino Nitrogen, 유리 아미노 질소)이라고 부릅니다. FAN은 단순한 영양 성분이 아닌 효모의 대사 경로, 특히 향기 분자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 중심에는 Ehrlich 경로가 있습니다. 이 경로에서는 아미노산이 효모 내에서 고급 알코올로 전환되고, 이 고급 알코올은 다시 에스터의 전구체로 작용하여 복합적인 향기 화합물 형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즉, 맥즙 내 아미노산의 종류와 농도, 다시 말해 FAN의 수준은 효모의 대사 흐름과 최종 맥주의 향미 프로파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자입니다.
FAN 함량이 낮으면, 효모는 질소 결핍으로 인해 생존에 필요한 성장 대사를 우선시하게 됩니다. 이때 atf1(에스터 생성 관련 유전자)이나 bat1(BCAA 대사 관련 유전자)과 같은 향기 물질 관련 유전자의 발현은 억제되며, 결과적으로 에스터 생성량도 줄어들게 됩니다.
반대로 FAN이 충분히 공급되면, 효모는 생장 스트레스 없이 여유로운 에너지 사용이 가능해지며 atf1과 bat1 등의 유전자 발현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거나 활성화되어 고급 알코올과 에스터 같은 향기 활성 화합물의 생성이 촉진됩니다.
흥미롭게도 맥즙의 FAN 함량은 외부 조절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를 활용하면 FAN 농도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고, 이는 고급 알코올 및 에스터 생성량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발린(valine), 류신(leucine), 아이소류신(isoleucine)과 같은 분지사슬 아미노산(BCAA)을 발효 중 직접 첨가하면 각 아미노산에 해당하는 고급 알코올과 에스터의 생성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4-3) 탄소 대 질소 비율 (C/N 비율)
고비중 맥즙 양조(HGB)에서는 맥즙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당 시럽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럽은 대부분 질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맥즙 내 FAN 농도는 상대적으로 희석되고 결과적으로 탄소 대 질소 비(C/N 비율)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효모의 성장과 대사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에스터 생성 경로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 당분 농도 증가 → 아세트산 에스터(acetate esters) 생성량 증가
- FAN 희석 → 효모 생리 불안정성 증가 → 향미 균형 저해
즉, C/N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에스터 생성이 과도하게 일어나거나, 반대로 효모의 대사 상태가 불안정해져 향미의 일관성과 품질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주로 아세트산 에스터 계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에틸 에스터(ethyl esters)의 생성에는 비교적 적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 산소 (Oxygen)
산소는 발효 과정에서 효모의 생장에 꼭 필요한 요소지만 동시에 에스터 생성에는 억제 작용을 하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입니다. 맥즙에 녹아 있는 산소(O₂)는 효모의 에스터 생성 유전자(atf1, atf2)의 발현을 억제하여 아세트산 에스터는 물론, 에틸 에스터의 생성량까지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 맥주 특유의 과일향이나 꽃향이 약해지고 향미의 풍성함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발효 초기에 공급되는 산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산소는 효모가 세포막을 구성하는 스테롤과 불포화지방산을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건강한 세포 증식을 위해 꼭 공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산소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정확한 시점에 적절한 양’만 공급해야 합니다. 보통은 발효 초기에만 산소를 공급하고 이후에는 철저히 산소 유입을 차단하여 향미 손실을 방지하는 방식이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맥주 스타일에 따라 요구되는 산소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맥주 스타일 | 권장 산소 농도 |
| 에스터 강조형 (바이젠, 벨기에 스타일 등) | 낮게 (~8 ppm) → 풍부한 향 유지 |
| 깔끔한 라거 스타일 (필스너, 헬레스 등) | 충분히 (~10 ppm) → 정제된 향미 |
*참고: 흔히 오픈 발효(open fermentation)가 에스터를 늘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산소 때문이라기보다 다음 세 가지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 발효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기 쉽고
- 발효 압력이 낮으며
- 효모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6) 효모 접종량 (Pitching rate)
효모를 얼마나 투입하느냐, 즉 효모 접종량은 발효 속도뿐 아니라 최종 향미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입니다.
접종량이 낮을 경우, 발효 초기 효모 세포 수가 부족해 남은 효모가 빠르게 세포 분열과 성장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에스터 생성 효소(AATase)의 발현이 증가하고, 세포막 스트레스 역시 함께 유도되면서 에스터가 다량으로 생성되는 경향을 보입니다.그 결과, 과일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맥주가 만들어지지만 발효 속도가 느려지거나 오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단점도 함께 존재합니다.
반대로 접종량이 높을 경우, 초기부터 충분한 효모가 존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포 증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효모는 빠르게 발효를 완료하려는 방향으로 대사를 전개하며 향미 물질의 생성에는 상대적으로 덜 관여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에스터 생성량이 줄어들어, 보다 깔끔하고 정제된 인상의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일부 소비자에게는 “너무 단정해서 개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고 발효 종료 후 효모취가 약하게 남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전 팁 (스타일 별)
| 맥주 스타일 | 추천 효모 접종 전략 | 이유 |
| NEIPA, 벨지안, 바이젠 등 | 살짝 언더피칭 (~20% 낮게) | 에스터와 페놀 향 강조 |
| 페일 에일, IPA 등 | 표준 접종 | 과일향과 발효력 균형 |
| 라거, 필스너 등 | 표준 또는 살짝 오버피칭 (~10% 높게) | 깔끔하고 깨끗한 맛 유지 |
3. 숙성 맥주에서의 에스터 변화
맥주는 병에 포장된 후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숙성이 진행되는 동안 그 속의 에스터 조성 역시 시간에 따라 점진적 혹은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일어납니다.
1) 효모의 작용 (병입 후 재발효)
첫 번째 변화는 병입 이후에도 살아있는 효모의 지속적인 활동에 의해 일어납니다. 특히 재발효가 유도되거나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경우, 효모는 병 속에서도 신규 에스터를 생성하거나 기존 에스터를 분해하면서 향기 구조를 변화시킵니다.
이 과정은 맥주가 ‘익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풍미에 깊이를 더하거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변모시키기도 합니다. 숙성형 맥주나 자연발효 맥주에서 이 현상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2) 자발적 에스터화 (화학적 축합 반응)
두 번째 변화는 효모의 개입 없이 일어나는 화학적 축합 반응, 즉 자발적 에스터화(spontaneous esterification)입니다. 이 반응은 유기산과 에탄올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결합하면서 새로운 에스터를 생성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저장 중 홉 성분이 산화되며 다음과 같은 지방산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 3-메틸뷰티르산 (3-methylbutyric acid)
- 2-메틸뷰티르산 (2-methylbutyric acid)
이 지방산들은 맥주에 존재하는 에탄올과 반응하여 각각 다음과 같은 에틸 에스터를 형성합니다:
- 에틸 3-메틸뷰티레이트 (ethyl 3-methylbutyrate)
- 에틸 2-메틸뷰티레이트 (ethyl 2-methylbutyrate)
이들 에스터는 와인 같은(winy) 무게감 있는 향기를 부여하며, 특히 숙성 기간이 길수록 그 존재감이 두드러집니다. 따라서 잘 숙성된 맥주에서는 ‘익은 과일’이나 ‘건과일’에 가까운 복합적인 향미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3) 숙성 중 감소하는 에스터
반대로, 숙성 및 저장 과정에서 농도가 감소하는 에스터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소아밀 아세테이트와 같은 아세트산 에스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학적 가수분해를 겪으며 점차 분해됩니다. 이러한 반응은 보통 산성 환경에서 촉진되며, 살균되지 않은 맥주에서는 효모 자가분해(autolysis)로 방출된 esterase(에스터 분해 효소)가 추가적으로 반응을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숙성은 단순히 ‘향이 쌓이는 과정’이 아니라, 동시에 일부 향기가 서서히 사라지며 균형을 바꾸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4) 숙성 중 새롭게 생성되는 기타 에틸 에스터
맥주가 숙성되는 동안 기존 에스터의 농도 변화 외에도 새로운 에틸 에스터 계열의 향기 성분들이 점차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화학적 반응 또는 미량 효모 활동에 의해 서서히 일어나며 숙성 맥주 특유의 깊이 있는 향미에 기여하게 됩니다.
| 에스터 이름 | 주요 향기 특징 |
| 에틸 니코티네이트 (ethyl nicotinate) | 의약품 향, 흙 내음, 아니스(anise)와 유사한 스파이시 향 |
| 에틸 피루베이트 (ethyl pyruvate) | 완두콩 향, 갓 깎은 풀 향 |
| 에틸 락테이트 (ethyl lactate) | 과일향, 버터리한 유산 발효 향 |
이러한 새로운 에스터의 등장과 함께 맥주의 향기 구조는 신선한 과일향 중심의 가벼운 톤에서 점차 더 무겁고(sweeter, heavier) 복합적인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은 덜 상큼해지고 대신 묵직하고 진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죠.
결국, 맥주가 오랜 시간 저장될수록 그 향미 프로파일은 처음의 생기 넘치는 과일향에서 부드럽고 깊은, 때로는 약간 와인 같은 복합적 향기로 진화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3개월에 걸쳐 에스터의 여정을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처음 이 주제를 준비할 때는 부담도 크고 고민도 많았지만, 이제 마치 오래 미뤄두었던 숙제를 마친 듯한 홀가분함과 보람이 남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또 하나의 중요한 향미 화합물, 다이아세틸(diacetyl)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SB
참고 문헌.
1. He, Y., Dong, J., Yin, H., Zhao, Y., Chen, R., Wan, X., Chen, P., Hou, X., Liu, J., & Chen, L. (2014). Wort composition and its impact on the flavour‐active higher alcohol and ester formation of beer – A review. Journal of the Institute of Brewing, 120(3), 157–163
2. Pires, E. J., Teixeira, J. A., Brányik, T., & Vicente, A. A. (2014). Yeast: the soul of beer’s aroma—a review of flavour-active esters and higher alcohols produced by the brewing yeast. Applied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98(5), 1937–1949.
3. Stewart, G. G. (2017). Brewing and distilling yeasts. Cham, Switzerland: Spr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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