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STory

#25. 에스터(Esters) (1)

맥주에서 왜 OOO 향이 나요? 이거 알면 술자리에서 인싸됩니다.

2025.05.12 | 조회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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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STY LETTER "효모의, 효모에 의한, 효모를 위한"

25편. 에스터(Ester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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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도 안 넣었는데 왜 과일 향이 나죠?"

 

맥주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입니다. 

 

복숭아, 바나나, 파인애플, 심지어 장미 향까지. 어떤 맥주는 향수처럼 복합적인 향을 품고 있죠.

 

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향은 과일이나 향료를 넣어서 만든 게 아닙니다. 그저, 당과 물, 홉 그리고 효모(yeast). 이 단순한 재료들로만 만든 맥주에서 어떻게 이런 다채로운 향이 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향기 분자'로 불리는 물질, 에스터(ester)에 있습니다.

맥주를 마실 때 첫 향을 좌우하고 마신 후의 인상까지 남기는 이 작고 강력한 물질은 아주 적은 양만 있어도 전체 맥주의 풍미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가집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세 편에 걸쳐, 맥주 속 향기의 정체인 '에스터'를 따라가 봅니다. 그 첫걸음으로, 오늘은 "에스터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에스터란 무엇인가?

 

"이 맥주, 복숭아 향 나지 않아?"

"아니야, 나는 바나나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져!"

 

맥주 한 모금에 담긴 이 다채로운 향기, 사실 '과일'이 들어간 것도, 인공향이 첨가된 것도 아닙니다. 바로 맥주 속 효모(yeast)가 만들어낸 아주 작은 분자, 에스터(ester) 덕분이죠.

 

에스터는 우리가 과일이나 꽃을 맡을 때 느끼는 그 향기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분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맥주 안에 존재하는 에스터의 양은 극히 미량이라는 사실. 단 몇 ppb(10억분의 1그램) 수준이지만, 이들이 가진 강한 향기 특성 덕분에 우리는 한 입만으로도 "이 맥주는 달콤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효모는 당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알코올과 유기산을 결합시켜 에스터를 만들어냅니다. 이 반응은 효모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생리작용의 일부이자, 우리에게는 마치 '천연 향수' 같은 향기를 선물하죠.

 

하지만 에스터는 단지 '좋은 향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이 만들어질 경우, 맥주가 인위적으로 달거나, 혹은 페인트나 매니큐어 리무버처럼 알싸하고 휘발성이 강한 냄새를 풍길 수 있기 때문에 양조사들은 효모 선택부터 발효 온도, 산소 공급, 영양소 조절 등 다양한 조건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처럼 에스터는 효모와 양조사의 기술이 어우러진 발효 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2. 맛과 향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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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터는 맥주 향기의 팔레트를 채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과일, 꽃, 사탕처럼 느껴지는 그 풍부한 향미 대부분은, 바로 효모가 만들어낸 에스터에서 비롯되죠. 

 

아래는 맥주에서 자주 발견되는 에스터들과 이들이 부여하는 향미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에스터 이름향미 예시특징
에틸 아세테이트 (Ethyl acetate)사과, 용제(아세톤, 페인트)과도하면 '신나' 같은 인공 향으로 인식됨
이소아밀 아세테이트 (Isoamyl acetate)바나나 바이젠 맥주에서 주요 향으로 인식됨
이소부틸 아세테이트 (Isobutyl acetate)사과류 과일, 가벼운 단 향비교적 가벼운 향미, 부드러운 에일에 활용됨
페닐에틸 아세테이트 (Phenylethyl acetate)장미, 꿀, 꽃 꽃향기와 함께 고급스러운 인상 부여
에틸 헥사노에이트 (Ethyl hexanoate)파인애플, 열대과일 NEIPA 등에서 핵심적인 열대과일 향을 유도
에틸 옥타노에이트 (Ethyl octanoate)사과, 살구, 사탕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을 보완해주는 역할
에틸 부티레이트 (Ethyl butyrate)복숭아, 파파야상큼한 과일 향, 달달한 인상을 더함

이처럼 각 에스터는 맥주에 특정 과일, 꽃, 혹은 향수와 같은 인상을 부여하며, 전반적인 맛의 인상까지 좌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바이젠(Weizen) 맥주에서 바나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바로 효모가 만들어낸 isoamyl acetate의 힘. 반대로 라거 맥주처럼 깔끔하고 청량한 스타일에서는 이러한 향들이 억제되어야 하죠.

 

또한, 한 종류의 에스터만이 아니라 여러 에스터가 조화롭게 배합되며 복합적인 향미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양조사들은 이 배합을 통해 맥주에 이야기를 더하죠. 예를 들어, 어떤 맥주는 '열대과일 한 상자 같고', 어떤 맥주는 '장미가 핀 정원 같고', 또 어떤 맥주는 '청사과처럼 톡 쏘는 신선함'을 품고 있습니다. 

 

3. 맥주와 에스터의 역사

 

에스터는 오랫동안 맥주 속에 존재해왔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 존재는 ‘감각적으로만’ 인식되었습니다. 즉, “이 맥주는 과일 향이 난다”는 말을 했지만, 왜 그런 향이 나는지는 오랫동안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죠.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맥주에서도 에스터는 당연히 존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과학보다 관능이 앞섰고, 맥주의 향은 곡물과 허브, 혹은 발효 과정에서 생긴 ‘자연의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에스터가 과학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건 19세기 후반, 루이 파스퇴르가 발효에 효모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이후입니다. 이후 20세기 들어 효모의 대사 과정과 향기 분자 형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맥주 속 ‘향기’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죠.

 

특히 1960년대~80년대 사이, 맥주 제조 기술이 산업적으로 정밀해지면서 에스터의 생성 메커니즘, 향미 기여도, 그리고 발효 조건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양조사들은 에스터를 단순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고 조절할 수 있는 향기 요소’로 다루기 시작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맥주 스타일에 따라 선호되는 에스터의 농도와 종류도 달라졌습니다.

  • 독일식 바이젠에서는 바나나 향(Isoamyl acetate)이 필수 요소처럼 여겨졌고,
  • 영국식 에일에서는 과일과 꽃향기(Ethyl acetate, Phenylethyl acetate 등)의 조화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며,
  • 반대로 라거에서는 에스터가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철저히 억제하는 기술이 발달했습니다.

 

즉, 에스터는 맥주의 향기 유산이자, 스타일을 구분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효모 자체를 ‘향기 중심’으로 선택하고, 발효 설계에서 에스터의 균형을 목표로 삼는 등 에스터는 단지 "부산물"이 아니라, 브랜드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4. 에스터의 화학 구조

 

화학적으로 에스터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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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 산(acid) 부분 (예: 아세트산, 지방산)
  • R’: 알코올 부분 (예: 에탄올, 고급 알코올 등)

 

에스터는 이 두 부분이 효소의 작용 아래 결합하며 생성되며, 이때 어떤 산과 어떤 알코올이 결합하느냐에 따라 향의 종류와 강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5. 에스터의 분류 

 

에스터는 주로 1차 발효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 생성되며, 유기산과 알코올 사이의 효소적 화학 결합 반응을 통해 탄생합니다. 맥주에서 흔히 발견되는 휘발성 에스터는 두 가지 주요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아세트산 에스터(Acetate esters)
  2. 중쇄 지방산 에틸 에스터(Ethyl esters of MCFA, Medium Chain Fatty Acids)

 

1) 아세트산 에스터(Acetate Esters)

 

아세트산 에스터는 아세트산(acetic acid)과 에탄올 또는 고급 알코올(higher alcohol)이 결합하여 생성됩니다. 

 

이 그룹의 에스터는 맥주에 과일 향이나 꽃 향을 부여하며, 대부분의 에일 스타일 맥주에서 주요한 향기 특성을 형성하는 주인공입니다. 

주요 아세트산 에스터향미 예시
에틸 아세테이트 (Ethyl acetate)사과, 용제(아세톤, 페인트)
이소아밀 아세테이트 (Isoamyl acetate)바나나
페닐에틸 아세테이트 (Phenylethyl acetate)장미, 꿀, 꽃

*참고: 아세트산 에스터는 생성량이 많을 경우, 휘발성 용제 같은 향을 내며 맥주의 음용성을 해칠 수 있어 조절이 중요합니다. 

 

2) 중쇄 지방산 에틸 에스터 (Ethyl esters of MCFA)

 

중쇄 지방산 에틸 에스터는 중쇄 지방산(MCFA)과 에탄올이 결합하여 생성됩니다. 이때 에탄올이 알코올 역할을, 중쇄 지방산이 산(acid) 역할을 하며 결합합니다. 

 

이 에스터들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크고 무겁지만, 열대과일이나 사탕 같은 복합적이고 싶은 향을 형성하는데 탁월합니다. 

주요 중쇄 지방산 에틸 에스터향미 예시
에틸 헥사노에이트 (Ethyl hexanoate)파인애플, 열대과일
에틸 옥타노에이트 (Ethyl octanoate)사과, 살구, 사탕
에틸 부티레이트 (Ethyl butyrate)복숭아, 파파야

*참고: 에틸 에스터는 고온 발효, 제한된 산소량, 높은 FAN 조건에서 특히 잘 생성되며, NEIPA나 벨기에 맥주 등에서 두드러집니다.

 


이번 편에서는  에스터의 정의부터 종류, 그리고 향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처럼 에스터는 단순한 향기 분자가 아니라 맥주의 개성과 스타일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에스터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SB

 

참고 문헌.

 

1. He, Y., Dong, J., Yin, H., Zhao, Y., Chen, R., Wan, X., Chen, P., Hou, X., Liu, J., & Chen, L. (2014). Wort composition and its impact on the flavour‐active higher alcohol and ester formation of beer – A review. Journal of the Institute of Brewing, 120(3), 157–163

2. Pires, E. J., Teixeira, J. A., Brányik, T., & Vicente, A. A. (2014). Yeast: the soul of beer’s aroma—a review of flavour-active esters and higher alcohols produced by the brewing yeast. Applied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98(5), 1937–1949. 

3. Stewart, G. G. (2017). Brewing and distilling yeasts. Cham, Switzerland: Spr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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