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중소기업 M&A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경영자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인해 5만 6000여 개 제조 기업이 존속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는 친족 승계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 M&A를 통한 제3자 승계를 새로운 축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원 요건이 특정 조건에 맞춰져 있어, M&A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존속 위기 기업의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은 해외의 M&A 생태계 확장 우수 사례 (일본 등) 와는 대비됩니다. 이번에 논의되는 M&A 정책은 무엇을 다루고 있으며 어떤 한계점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숲메님! 이숲 뉴스레터 에디터 남채연입니다 👋

〽️ THIS WEEK 비즈레터 목차
• 🔍 일본 M&A 지원 모델과 정부 역할
• 📊 한국 M&A 지원 정책의 현황과 한계
• 💎 M&A를 원하는 회사는 그 조건 밖에 훨씬 많습니다

#1. 🔍 일본 M&A 지원 모델과 정부 역할
정부는 이번 설계에 대해 "일본의 경영승계원활화법을 참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일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는 게 맞겠습니다.
일본은 2007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듬해 경영승계원활화법을 만들었습니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에 사업승계·인계지원센터를 깔았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기업 간 M&A는빠르게 확대되어 2023년 연 4,015건의 M&A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거래를 누가 만들었을까요.
대부분은 민간 M&A 중개기관을 통한 거래입니다. 정부 센터가 직접 붙인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 대목이 중요한데, 일본 최대 중개사인 니혼M&A센터는 1991년 설립입니다. 법보다 17년 먼저입니다. 스트라이크는 1997년, M&A캐피탈파트너스는 2005년. 셋 다 법보다 앞섭니다.

순서가 이랬습니다. 민간이 먼저 시장을 만들었고, 정부가 뒤에서 판을 넓혔습니다. 정부가 한 일이 무의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중물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거래를 실제로 붙이는 일은 시장이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민간과 협력하는 체계적인 지원 모델을 구축해 왔습니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2020년 '중소 M&A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24년 제3판까지 개정하며 M&A 지원기관에 대한 행동 지침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고 선언한 지원기관은 'M&A 지원기관 등록제도'에 등록할 수 있으며, 등록된 기관만이 정부 보조금(사업승계·M&A 보조금)의 지원 대상이 됩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보조금 지원입니다. 사업승계·M&A 보조금(전문가 활용형)을 통해 M&A 중개 수수료, FA(재무자문) 비용,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합니다. 둘째, 금융 지원입니다. 일본정책금융공고와 일본공고는 사업승계·M&A 관련 경비를 대출하는 전용 제도를 운영하며, 2024년 대출 한도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셋째, 세제 지원입니다. 중견·중소그룹화 세제를 통해 M&A 실적에 따라 주식 취득액의 최대 100%를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민간 플랫폼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M&A 매칭 사이트 제공만 수행하는 플랫폼(플랫포머)은 등록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용 비용은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됩니다. 이는 정부가 직접 모든 것을 지원하기보다 민간 생태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정부는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25년 8월 '중소 M&A 시장 개혁 플랜'을 발표하며 중개업자와 FA의 책임 강화, 계약 투명성 제고, 사후 분쟁 예방 장치 도입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금융권도 단순 자금 대출을 넘어 사업 승계와 경쟁력 승계를 지원하는 '시장 정화' 역할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도 처음부터 이 체계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입법에서「중소 M&A 가이드라인」 제정(2020년)까지 12년이 걸렸고, 등록제와 보조금 체계는 그 위에 순차적으로 얹혔습니다.
#2. 📊 한국 M&A 지원 정책의 현황과 한계
한국 정부는 2025년 12월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기업승계 M&A 지원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 △기업승계 M&A 전용 플랫폼 구축 △중개기관 등록제 도입 △M&A 절차 간소화(상법 특례) △컨설팅·실사·법률·회계 비용 지원 등입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제3자 사업승계 M&A 매도자의 양도소득세를 20% 감면하는 특례가 신설되었습니다. 다만 적용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매도자는 60세 이상이면서 해당 기업을 2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최대주주여야 하며, 양도 대상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적용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나 평균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어야 합니다. 감면 한도는 경영 기간 1년당 5000만원으로, 20년 경영 시 최대 10억원, 30년 경영 시 최대 15억원입니다. 인수기업에는 승계 이후 5년간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10%를 감면(연간 5억원 한도)합니다.

중기부는 이와 별도로 2026년부터 기업승계 M&A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자가 55세 이상이고 업력이 5년 이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초컨설팅(최대 70만원 지원)과 종합컨설팅(최대 700만원 지원)을 제공합니다. 올해 지원 규모는 기초컨설팅 100개사, 종합컨설팅 40개사입니다.
한국에도 이미 운영 중인 지원이 있습니다. 중기부는 2009년부터 M&A 거래정보망을 운영하며 매도·매수 기업을 연결해 왔고, M&A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가치평가·실사 수수료의 일부를 지원합니다. 거래정보망에 등록한 중소기업이 대상이며 업종 제한은 없습니다. 이번 개편은 이미 있던 이 인프라 위에 세제와 법 제도를 얹는 성격입니다. 그러나 더욱 M&A를 장려하기 위해 고안된 이번 특례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첫째,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입니다. 세제특례는 '60세 이상·20년 이상 경영'이라는 높은 문턱을 요구하며, 컨설팅 지원도 '55세 이상·업력 5년 이상'으로 제한됩니다. 이로 인해 컨설팅을 통해 M&A를 준비하더라도 세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둘째, 생태계 확장 부족입니다. 정부 지원이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소수 기업에 집중되면서, 더 넓은 범위의 중소기업 M&A 시장 활성화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3. 💎 M&A를 원하는 회사는 그 조건 밖에 훨씬 많습니다
조건을 다시 보겠습니다. 매도자 60세 이상, 그리고 20년 이상 경영.
이커머스로 좁혀보면 어떨까요. 2028년 거래에 이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2008년 이전부터 그 사업을 해왔어야 합니다. 네이버가 셀러 입점 플랫폼 '샵N'을 연 것이 2012년입니다. 스마트스토어 창업가는 30대가 36%, 40대가 30%로 가장 많습니다. 두 조건을 동시에 채우는 이커머스 사업체는 사실상 없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에 M&A가 필요 없는 걸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최근 esoop에서 상담한 기업중 정보 공개에 동의한 38개사의 매각 사유를 분류해봤습니다. 다중 선택이므로 비율 합이 100%를 넘는 것을 주의해주세요.
| 매각 사유 | 건수 | 비율 |
|---|---|---|
| 선택과 집중 | 21건 | 55% |
| 번아웃·의욕상실 | 6건 | 16% |
| 성장 한계 | 5건 | 13% |
| 육아·결혼·은퇴 등 | 3건 | 8% |
| 건강 문제 | 3건 | 8% |
| 동업자·조직 갈등 | 1건 | 3% |
| 사업 부진·중단 | 1건 | 3% |
1위가 「선택과 집중」 55%. 망해서 파는 게 아닙니다. 지쳐서 파는 것도 아닙니다(번아웃 16%). 다른 데 힘을 쓰려고 팝니다.
즉 유형이 다를 뿐, 매물도 있고 인수 수요도 있습니다. 60세도 아니고 20년도 아니지만, 이 회사들은 지금 팔리고 있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도가 이 유형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거래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도 바깥에서 다소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뿐입니다.
일본 중소기업 M&A의 매각동기 1위는 후계자 부재이지만, 이 비율은 53%에 그칠 뿐이며 여러 사유의 M&A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후계자 부재에 국한 해서만 M&A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기업간 M&A에 대해 뚜렷한 촉진 효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첫 단계를 밟고 있을 뿐입니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넓혀온 범위를 한국은 지금 시작하는 셈입니다. 다음 단계에서 그 폭이 얼마나 넓어질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