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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당사자를 해치는 또 다른 질병, 편견

정책행정분과 분과장 정연빈

2026.08.06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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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미루는 가장 큰 원인

몸이 아프면 위로받지만, 마음이 아프면 낙인이 찍힌다. 급작스러운 우울증에 의지 부족이라는 핀잔이 쏟아지고, 조현병 진단 앞에 위험한 사람이라는 공포 섞인 시선이 먼저 닿는다. 실제로 많은 정신건강 당사자들은 질환의 증상보다는 치료를 가로막고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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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내면화된 편견 역시 정신질환 치료 기피에 깊이 관여한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 중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오인하거나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의지력 문제라는 오해 때문에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다.

결국 정신건강 당사자의 삶을 흔드는 진짜 원인은 정신질환 자체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지닌 또 하나의 질병인 편견일지 모른다. 이 사회적 질병이 어떻게 퍼져나가며 당사자의 삶을 파괴하는지 짚어본다. 

 

공포와 혐오의 전염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대부분 직접 경험이 아닌 뉴스 기사나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학습된다. 특히 강력범죄 피의자의 정신질환 이력을 자극적으로 부각하는 미디어는 혐오 확산에 일등 공신이다. 대검찰청의 범죄통계 등 공식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통계적 사실이 존재함에도, 미디어가 유포한 공포의 바이러스는 대중의 무의식 속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예비 범죄자라는 잘못된 공식을 심어준다.

이렇게 각인된 공포와 혐오로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신건강 당사자를 배척하는 가상의 방어벽을 형성한다. 당사자들은 이런 방어벽 안에서 일상적인 배제와 검열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된다. 이에 더해 공포와 혐오는 당사자 한 사람에게 멈추지 않고, 가장 가까운 지원군인 가족에게까지 전파된다. 사회적 혐오가 매서워질수록 가족들은 당사자의 병식을 숨기고 이웃과의 관계를 끊는 자발적 격리를 택하며 함께 고립되어 간다.

 

만성적 고립이라는 사회적 합병증

질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합병증이 따라오듯, 편견 역시 당사자의 치료를 막아선 채 삶을 연쇄적으로 파괴하는 합병증을 유발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성적 고립이다.

시작은 경제적 배제에서 출발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어렵다는 편견은 정신건강 당사자들의 고용 시장 접근을 가로막는다.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225.6만 원으로 전체 장애 유형 중 가장 낮고, 2024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정신장애인의 고용률 또한 11.4%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앞서 살펴본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83%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면,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낙인이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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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배제는 곧 사회적 관계의 절단으로 이어진다. 일터를 잃고 차가운 시선에 노출된 당사자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다. 결국 당사자들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며 재활할 기회를 잃고, 만성적 고립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려 정신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편견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위한 처방

정신건강 당사자의 삶을 무너뜨리는 진짜 원인이 사회적 편견이라면, 우리 사회는 이를 예방해야 한다. 우선 미디어가 공포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언론계가 정한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에 맞춰 정신질환 이력을 부각하는 행태를 멈추고 객관적인 보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한편 만성적 고립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사자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주거 및 고용 지원 등을 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나아가, 당사자를 바라보는 언어와 시선이 변화되어야 한다. 낙인을 강조하는 환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삶의 주체로서 정신건강 당사자라 부르고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는 일생 중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삶의 한 과정이다. 편견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자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아픈 이웃에게 선을 긋지 않고, 따뜻한 시선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다.

 

 

 

 

참 고 문 헌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대검찰청.

박종익, 전미나. (2016).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신경정신의학, 55(3), 233-239.

보건복지부. (2024).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 KDI 경제정보센터.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59973

남정민. (2025, 113). 장애인 3명 중 1명은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 없어". SBS 뉴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31668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리서치. (2026).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과 정책 수요 정신건강 문제 보편적이지만 치료는 부담 (여론 속의 여론). 한국리서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4). 2024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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