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의 회복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약물치료와 전문 상담 같은 전문적 개입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의 회복 과정을 들여다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변수는 병원이 아니라 가족이다. 가족은 회복을 앞당기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회복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당사자의 회복 과정에서 가족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신건강 분야에서 회복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증상의 소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은 회복을 개인이 건강과 본인의 안녕을 증진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며 자신의 잠재력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과정으로 정의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축 가운데 하나로 지지와 우정, 희망을 제공하는 관계망, 즉 공동체를 꼽는다. 가족은 이 공동체의 가장 안쪽 원에 위치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회복은 병원 담장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다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문—가족, 친구, 지역사회—이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족이 언제나 회복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2022)에 따르면, 중증 정신질환자가 퇴원한 뒤 1개월 이내에 동일 병원으로 재입원하는 비율은 21.2%에 이른다.[1] 물론 재입원의 원인을 가족 요인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준비되지 않은 가족이 퇴원 이후 당사자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안한 마음에서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반복해서 보이는 경우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 오히려 당사자의 사회적 활동 반경을 좁히고, 이는 다시 고립과 재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족이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추고 당사자를 '환자'가 아니라 '회복의 주체'로 존중할 때, 가족은 무엇보다 강력한 회복 자원이 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위해서는 가족, 동료, 전문가 등 다양한 자원이 함께 필요하며, 정신건강서비스의 계획과 실행 과정에 당사자와 가족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2]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여러 사례들은, 가족이 질병을 숨기지 않고 주변에 자연스럽게 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당사자의 외출과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준다. 결국 가족의 태도 하나가 당사자의 자기낙인을 낮추기도, 반대로 굳히기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양면성은 왜 '가족 중심 회복 모델'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이 모델은 당사자 개인만을 치료의 단위로 보는 기존 접근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가족 전체를 회복의 파트너이자 개입의 단위로 바라본다. 구체적으로는 가족에게 질병에 대한 정보와 대처 기술을 제공하는 가족심리교육, 가족이 겪는 돌봄 부담과 정서적 고통을 다루는 가족 상담,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재활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델의 핵심은 가족을 단순한 보호자나 감시자가 아니라, 전문가와 동등한 위치에서 회복 계획에 참여하는 협력자로 재정의한다는 데 있다. 가족이 아무런 준비 없이 돌봄을 떠맡게 되는 상황을 막고, 가족 구성원 스스로도 지치지 않도록 함께 지지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당사자의 회복은 결코 혼자 이루어낼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그리고 그 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가족은, 준비된 만큼 회복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만큼 회복을 늦추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물어야 할 질문은 '가족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가 아니라, '그 가족이 회복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 주었는가'일 것이다. 다시 걸어 들어갈 일상이라는 문 앞에 서있는 당사자를 위해, 그 문을 함께 지키고 있는 가족에게도 손을 내미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국가인권위원회. (2023). 정신장애인 회복, 동료·가족·전문가 등 다양한 자원 필요.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currentpage=41&menuid=001004002001&pagesize=10&boardtypeid=24&boardid=7604245
국립정신건강센터.(2023).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2. 보건복지부. https://www.ncmh.go.kr/mentalhealth/board/boardView.do?no=9525&fno=106&gubun_no=6&menu_cd=04_02_00_02&bn=news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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