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회전문 현상’을 끊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현장의 실정은 지역별 격차가 매우 크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통계에 따르면 전국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24년 12월 31일 기준 246개소에 불과하다. 행정구역 기준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실제 접근성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서울은 센터 1곳당 담당 면적이 약 24㎢인 반면, 강원은 약 937㎢, 경북은 약 865㎢로 센터 1곳이 서울 전체 면적의 30~40배에 달하는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당사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정신재활시설 366개소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고위험군을 발견하더라도 연계할 수 있는 지역사회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1]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당사자들은 질환 자체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대한 우려로 인해 복지기관 이용이나 지원 요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읍·면·동 생활권으로 찾아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대면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복지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다. 실제로 2026년 기준 세입과목 개편 기준 재정자립도는 강원도 24.95%, 충청북도 31.88%, 충청남도 33.42% 수준으로 낮은 상황이다.[2] 또한 정신건강 현장에서는 인력 충원 없이 신규사업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면서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저연차 인력의 높은 이탈률로 인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3]
한정된 지방재정,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따라서 정신건강 통합돌봄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복지 예산을 확대하는 접근을 넘어, 지방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재정투자사업이 시설 조성 이후에도 운영·관리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공공시설의 이용률 저하와 유지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사후 운영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4]
이에 따라 주민 복지 혜택이나 필수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성과 주민 수요 검토가 부족한 행사성 사업, 상징물 건립, 특색 없는 관광개발사업 등 실효성이 낮은 지출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확보된 재원은 지역 주민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정신건강 서비스와 전문인력 확충에 우선 투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지역에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동형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신건강 통합돌봄 역시 모든 지역에 동일한 시설을 새롭게 확충하는 방식보다는, 지역별 기존 인프라와 서비스 수요를 고려해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는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는 것과 함께 기존 보건·복지 인프라를 활용하고 부족한 전문인력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한정된 재원으로 서비스의 지역적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의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확보해 복지 재정 마련을 위한 산업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찾아가는 파견 체계가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안정적으로 복지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향후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AI 산업을 지역별 특성과 연계해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산업 기반과 세수 기반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특정 지역에만 산업 인프라가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각 지역이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진 호남권은 AI 연산 및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산업 기반이 발달한 영남권은 AI 제조·실증 거점으로, 연구 및 교통 인프라가 집중된 충청권은 AI 연구개발 및 데이터 교환 거점으로 육성해 초광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구 지정, 세제 지원, 부지 지원 등 기업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시설보다 사람: 정신건강사회복지사를 지역으로
이러한 산업 기반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방세 기반이 확보되면, 국가와 광역 지자체가 함께 책임지는 ‘광역 거점 중심의 순환 파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와 광역 지자체는 초기 인력 확보와 운영 비용을 지원하고,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을 직접 채용해 인력 부족 지역에 파견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강원·경북과 같이 넓은 면적을 담당해야 하는 지역에는 1.5배 특수지 파견 수당, 관사 제공, 경력 인정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공해 인력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파견된 전문 인력은 이동형 마음안심버스, 읍·면·동 복지팀과 협력해 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고위험군 발굴부터 사례관리,지역사회 자원 연계까지 담당해야 한다.

정신건강 통합돌봄의 핵심은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삶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원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효율적인 지방재정 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산업 유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재원 기반을 마련하며, 국가와 광역 지자체가 협력하는 인력 확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지역 간 정신건강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정신질환 당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참 고 문 헌
국가데이터처. (2026). 재정자립도(시도/시/군/구) [. KOSIS 국가통계포털 .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YL20921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4).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 (발간등록번호 No. 11-1352629-000022-10)
전진아, 배정은, 김수경, 백상숙, & 손해인. (2025).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 인력 정책 현황과 과제 (연구보고서 2025-3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함윤주, 김상기, 김도영, 최성원, 주재문, & 김헌. (2022). 지방재정투자사업 사후관리
개선방안 연구: 문화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2-지침03).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각주
- [1]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4).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 (발간등록번호 No. 11-1352629-000022-10)
- [2] 국가데이터처. (2026). 재정자립도(시도/시/군/구) [. KOSIS 국가통계포털.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YL20921
- [3] 전진아, 배정은, 김수경, 백상숙, & 손해인. (2025).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 인력 정책 현황과 과제 (연구보고서 2025-3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4] 함윤주, 김상기, 김도영, 최성원, 주재문, & 김헌. (2022). 지방재정투자사업 사후관리 개선방안 연구: 문화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2-지침03). 한국지방행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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