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에게서 온 편지

#2. 나의 안전지대

2026.04.08 |

안녕하세요, 김자라입니다.
벌써 일주일의 반이 지난 수요일이 되었어요!
조금 쌀쌀한 날씨에 몸이 움츠려지지만, 마음만은 활짝 피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부끄럽지만 저는 이 나이를 먹고도 인형을 끌어안고 잡니다. 요즘은 바디 필로우를 안고 자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그렇게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닐 지 모르겠어요. 

슬플 때, 화가 날 때, 감정이 벅차오를 때 조차도 저는 입밖으로 잘 내뱉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말 잘하는 능력 대신 제가 받은 재능은 기깔나게 잠을 잘 자는 능력이었습니다. 누워서도 자고, 밥 먹다가도 자고, 서서도 자고….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즈는 제 몸집만한 인형을 꼭 껴안고 옆으로 웅크려 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명 코알라 포즈, 라고 할까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어릴 때 처음 받은 큰 인형은 돌고래 인형이었습니다. ‘돌고래’라는 발음을 잘 하지 못해 ‘골고리’라고 불리는 인형이었지요. 만 7세 때까지 함께한 골고리는 때가 탔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아아, 그 다음 인형을 19년 째 데리고 살 줄 알았다면 엄마는 그 인형을 버리지 않으셨을까요.

두 번째 인형은 ‘하나’라는 노란색 강아지 인형입니다. 얼핏보면 곰돌이 같지만 실은 불독입니다. 저와 19년을 함께했지요. 솜이 죽으면 엉덩이를 뜯어 새로운 솜을 보충해주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목표인지 제 목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결혼할 때 까지 데리고 있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걸 공유했어요. 볼 꼴 못볼 꼴 다 봤던 사이라는 뜻이죠.

지금 함께하는 인형은 ‘알랭 드 파카 경’이라는 알파카 인형입니다. 저와 함께한 지 5년 정도 된 아이입니다. 맹하게 생겼지만 강인한 친구입니다. 제가 한창 우울증이 심하던 시기에 제 감정을 (물리적으로) 모두 받아내 준 친구니까요. 앞으로 몇 년 더 고생해주길 바랍니다.

푹신한 솜 인형을 품에 안으면 포근합니다. 인형이 먼저 저를 안아주면 좋겠다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먼저 두 팔을 벌립니다. 꼭 안아보아요. 그럼 좋은 꿈을 꿀 테니까요.

 

알랭 드 파카 경
알랭 드 파카 경
하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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