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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빈 면접 떨어지고 베갯잇 적시던 때가 떠올랐다

Savemyself09! 책덕의 전환점이 되는 책

2025.05.14 | 조회 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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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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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사가 다망하여 정신이 없는 자유일꾼 민희 등장입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덕에서 오랜만에 신간을 냅니다. 지금 텀블벅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어요. 제목은 <Savemyself09!>입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제목은 영빈 님이 쓴 일기장 속에서 발견한 비밀번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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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목은 영빈 님이 일기장에 붙인 이름 '소슬'이었는데요. 이 비밀번호가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하영 님도 일기장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제목으로 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셔서 제목으로 낙찰되었습니다.

이번 책은 책의 특성상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런 일기의 특성을 살려줄 제작 방식으로 언컷을 선택해 봤어요. 책머리와 책배가 재단되지 않아서 독자가 직접 칼로 뜯어봐야 하는 책입니다. 불편하고 낯선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로망이라 여행 갔을 때 책을 사오기도 했는데 직접 만들어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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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컷으로 제작한다고 페이퍼 나이프도 여러 개 샀습니다. 원래 리워드로 페이퍼 나이프를 할까 하다가 제작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포기했습니다. (커터칼로 가장 잘 잘리기도 하고요...ㅎㅎ)

어떤 직감에 의해서 출간 제안을 한 책인데 편집을 맡은 하영 님이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고 하여 급박하게 써내려 갔던 글을 공유해 봅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젊은이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을 내리고 상처를 준다. 사지가 멀쩡한데 왜 그렇게 번듯하게 자신있게 살아남지 못했느냐고. 그런 세상에 눌리고 눌려 스스로를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라고 부르는,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모 복도 많은 년'이란 엄마의 말을 SNS 프로필에 적어놓는, 소비할 때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듯이 구는 영빈의 일기를 읽었다.

부모님이 세워둔 계획에 따라 착실히 삶을 살아내던 영빈은 외롭고 괴로운 순간 일기를 썼다. 말보다 글이 편한 아이였던 영빈은 사람들 앞에서 본심을 밝힌 적이 별로 없다. 정말 무슨 생각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영빈은 '나도 정말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세상은 이제 막 세상에 적응하려는 이들에게 생각이란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미 모든 생각이 끝났고 넌 따르면 된다는 듯이 말하는 세상에서 억울한 마음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영빈은 일기에서 시종일관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기를 쓸 때만큼은, 영빈은 살아갈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숨죽인 영혼들이 가득하다. 그들도 외롭고 고독하고 힘들고 사라지고 싶었던 때가 있다. 목을 꺾고 싶었던 순간,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차마 글로 남기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

영빈이 용기내어 펼쳐낸 서투르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은 가장 가느다란 바늘이 되어 우리의 가장 연약한 영혼 속으로 파고든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독 속에서도 벌거벗은 글을 통해 아주 가느다랗게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을 논리적인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의 복잡한 마음속 미치광이 같은 감정은 붙잡을 수도 묶어둘 수도 없지만 그게 조금이나마 가능하다면 그건 일기장 안에서가 아닐까. 같은 말이 반복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말들이 아무에게도 보일 리 없는 일기장 안에서만 살아숨쉬고 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영빈 님의 글 속에서 숨죽여야만 했던 예전의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대학교 4학년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이 느껴지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실망했던 시기가 있었죠. 여기 저기 부딪히다 제목에서처럼 바리스타로 일을 해볼까 싶어 커피빈에 면접을 갔더랬습니다. 가서 벌벌 떨다 나와서 역시 떨어졌군 하는 패배감에 절어서 옆으로 누워 베갯잇이 축축해질 때까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내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요. 그냥 내가 느낀 대로 순수한 직감으로 열심히 만들고...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책을 낸 후에 적막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구력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셉마셆 텀블벅 자세히 보기: https://airbridge.tumblbug.com/lbpd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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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이 끝나면 곧바로 6월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있고 7월에는 독서관에서 여는 독립출판 문화제가 있습니다. 11월에 열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는 포도밭 출판사와 함께 연합부스를 신청하기로 했어요. 올해는 바쁜 벌꿀이 되겠네요. 조만 신선한 소식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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