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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비벼진 비비고의 브랜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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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 조회 2.6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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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최근 세계 전역에서 K-푸드의 약진이 대단합니다. 그중 CJ의 비비고는 북미 냉동만두 시장에서 점유율이 무려 48%로 압도적인 강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0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해 십 년 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중국 만두와 일본 교자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가져왔다는 건 더 대단한 일입니다.

비비고는 2024년 초에 새로운 BI를 공개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가볍고 율동감이 생겼습니다. 구체성보다는 상징성이 강조된 아이코닉하게 변한 로고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전 세계에 일관되고 통일된 브랜드의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좋은 장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변경한 로고의 타원 테두리는 밥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연결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영문의 타이포그래피는 열정과 도전 정신을 담았습니다. 한글도 함께 표기해 세계 속에 자리 잡는 비비고 브랜드의 자신감을 강조합니다.

돌솥, 수저, 젓가락이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소재를 그려낸 이전의 로고는 모든 종류의 한식 카테고리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또한, 복잡한 테두리와 여러 요소들로 인해 패키지 적용성 면에서도 불리했습니다. 이번 BI 리뉴얼로 그런 약점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전 패키지에 적용된 로고보다 의도적으로 비중을 늘려 '브랜드'를 강조한 모습
이전 패키지에 적용된 로고보다 의도적으로 비중을 늘려 '브랜드'를 강조한 모습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문 로고 문자 'bibigo'입니다. 기본적으로 'bibigo'는 기존 로고와 리뉴얼된 로고 모두 소문자 표기를 쓰고 있습니다. 직선적이고 딱딱한 대문자 배열보다는 곡선이 많고 외곽선의 리듬감이 살아나는 소문자가 식품 브랜드 로고로서 더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리뉴얼 전의 'bibigo'가 고딕 계열의 문자로 직선적이고 단단하며 인공적인 느낌이 들었다면, 리뉴얼된 로고는 곡선적인 부드러움과 자연의 모티프를 가져온 듯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색감 또한 올리브 계열의 그린이었다면 보다 생생하고 선명한 프레시한 그린으로 변경됐습니다.

패키지 시스템의 배경을 이루는 진한 그린 위에 올라간 산뜻한 톤의 로고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는 개별 패키지의 메뉴보다는 비비고 '브랜드'로 먼저 인식하게 하는 좋은 장치가 됩니다.

 

 

지금까지 변화해 온 비비고 브랜드 로고의 변천사를 보면 왜 그런 변화가 필요했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식품 브랜드에 있어서 브랜드 로고의 역할은 개별적인 개성이나 매력보다는 패키지 적용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로고의 외곽 테두리의 변화를 보면 패키지 적용성에 최적화되어 진화해 온 로고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길고 넓거나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온 복잡한 외곽의 형태가 최근 리뉴얼에서는 거의 타원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런 타원의 형태는 어떤 패키지 상황에 놓이더라도 무리가 없습니다. 시각적으로도 특별히 거슬리거나 어색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적용성의 이유로 식품 회사의 로고들은 일부러 화려하게 꾸미거나 요란한 모양으로 뽐내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밋밋한 느낌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엔터테인먼트의 로고를 디자인한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표현법들일 것입니다.

 

 

식품 브랜드 로고들을 보면 모든 로고들이 외곽 테두리가 단순한 형태입니다. 또는 외곽을 감싸거나 띠를 둘러 배경과의 구분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풀무원 로고 정도만 덩어리감이 없는 열린 조형의 로고입니다. 사실 이런 형식이 패키지에는 굉장히 불리합니다. 그래서인지 제품 이름 옆에 '풀무원'이라는 한글 표기를 더해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로고가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할 수 없이 'Pulmuone' 영문과 '풀무원' 국문이 중복되어 쓰였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복잡하고 지면도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비비고' 로고는 패키지 면적의 거의 1/6을 차지할 정도로 큼지막하게 사용되어 브랜드 로고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개별 제품보다는 '비비고'라는 브랜드 전체를 강조한 전략입니다.

 

 

저희가 해석하기로는 리뉴얼한 비비고의 BI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3가지의 가치가 잘 담겨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한식 문화의 가치를 그릇, 식탁의 모습으로 표현했고, 둘째는 푸르른 웃음, 기쁨, 행복의 가치를 타원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미지로 담아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덩어리감 있는 원형의 형태는 지구와 행성, 맛의 신세계를 대변합니다. 말하자면 세계로 가는 한식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이전 BI의 이미지에 비하면 훨씬 넓어지고 다양하고 풍부한 연상성이 생겼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가진 풍부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맛'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캠페인에서도 '브랜드' 자체는 기억이 안 나는 모델 중심에서, 브랜드가 연출하는 특유의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맛있고 즐거운 식탁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포스터와 영상은 브랜드가 우리에게 줄 혜택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젊어지고 더 유쾌해지고 더 생생해진 기분을 느끼게 하는 비주얼의 톤 앤 무드입니다.

지금까지 비비고의 리브랜딩을 분석해 봤습니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시간에 따라 지위가 변합니다. 비비고는 처음 막내 신입사원에서 대리님으로, 이제는 세계 시장을 누비는 팀장님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할 가치도 변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식' 자체를 알리기에도 벅찼겠죠. 돌솥, 수저, 젓가락까지 내보이며 '이게 한식이요'라고 소리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와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식이 많이 알려지고 경험한 세계인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한식에 이미 입문해 익숙해진 고객들에게 '비비고'가 추구하는 한식의 미래와 세계화에 대한 구상을 보여주기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비비고 리브랜딩은 그런 흐름에 발맞춰 잘 변화했다고 평가합니다. 마치 비빔밥처럼 잘 조화를 이루어 섞이고 비벼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비비Go!'가 앞으로도 더 많은 세계인들을 매혹할 수 있는 한국의 맛을 조화롭게 비벼 나아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위 콘텐츠에 담긴 내용들은 개인적인 분석과 해석에 의해 나온 주장들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해당 기업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브랜딩 브릭] 레터는 모회사인 BRIK.co.kr에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성 전달이 아닌, 브릭만의 재해석을 담아 여러분께 브랜드를 보는 새로운 차원의 시각을 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격주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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