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업계에 20년 넘게 있으면서, 리브랜딩에 대한 이슈가 이렇게까지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대한항공 리브랜딩이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이슈가 된 이유로 세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첫째, ‘대한’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입니다. 국가의 위상과 정체성이 담겨 있어 감정 이입이 쉬웠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항공기 브랜딩이라는 프로젝트의 규모성입니다. 아마도 이런 대형의 목적물에 대규모로 이뤄지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굉장히 오랜만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항공기와 비행은 대부분 여행과 연결됩니다. 거기에서 느끼는 각자의 특별한 감정들도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행, 정부 상징, 태권도원 등 ‘태극’을 소재로 한 브랜딩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본 경험이 있어, 이번 대한항공의 태극 변화에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태극’ 디자인과 국가 상징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태극의 변화중 가장 큰 요소는 태극의 면이 선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면의 결합이 아니라 선의 연결을 통해 조금 더 항공사다운 움직임과 연결성을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KOREA AIR 로고타입 안에 들어가 있던 태극의 심벌이 밖으로 나와 독립적인 형식으로 바뀐 것도 큰 변화입니다.
로고타입은 훨씬 슬림하고 모던하게 변화했습니다. 명조 계열의 서체와 복잡한 획, 굴곡 많던 라인들은 단순화되었습니다. 요즘 감성에 맞고, 디지털 친화적인 조형입니다. 실제 제작이나 적용 시에도 더 효율적이라,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이 지점에서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듯합니다. 40년을 봐왔던 익숙한 글자가 바뀌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밝고 화사했던 하늘색의 동체 색상은, 실버가 가미된 좀 더 무게감 있는 톤으로 변화했습니다. 색상 톤에서 이전보다 프리미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동체 색상이나 분위기를 따라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태극을 심벌 마크 소재로 사용하는 곳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일반 기업부터 공공기관, 협회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태극이 동양적인 소재이다 보니, 중국 항공사에서도 유사한 심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태극은 아니지만, 태극의 색상과 유사한 펩시콜라 마크도 종종 태극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태극이라는 소재를 시각적으로 잘 활용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형태도 그렇지만, 적색과 청색의 강한 보색 대비는 어떤 매체에 적용해도 색상 매칭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색을 빼면, 태극이라는 강력한 상징성이 희석됩니다. 그런 점에서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표팀 유니폼의 경우, 붉은색을 메인으로 하고 청색 대신 푸른빛이 도는 회색을 매칭하여 강한 대비감을 없앤 시도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청색과 적색 사이에 백색을 넓게 배치해 두 색의 충돌을 방지한 사례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번 대한항공의 태극은, 이전의 면으로 된 심벌에 비해 적용성이 훨씬 탁월해졌습니다. 기내 가구류나 배지 등 다양한 소재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시로, 현재 대한민국 여권에 적용해 보았더니 단색으로도 태극의 우아한 곡선미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CI 발표 이후, 사인류나 굿즈 등 다양한 응용 아이템에 활용되는 상황을 보니 점점 더 호의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대한항공의 이번 리브랜딩의 성공 여부나 호불호를 떠나, 이렇게 거대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업계 종사자로서 굉장히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리브랜딩에 대한 대중들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인지할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더 크고 새로워진 대한항공,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보겠습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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