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히게 할까, 특별하게 보이게 할까

[ 브랜드 로고 이미지 전략 ]

2022.04.18 | 조회 2.9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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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모호함이 만드는 매력

액면 그대로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이 있습니다. 숨김없이 모든 걸 한번에 다 내보이는 사람이죠. 이렇게 속내까지 뻔히 다 보이는 사람은 첫 만남에도 상당히 편합니다. 대화를 하거나 지내는데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하다는 게 꼭 반드시 그 사람의 매력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한번  보고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존재로 남고 싶지는 않네요.

반면에  만남부터 약간 모호한 사람이 습니다. 단번에 해석이  안되고 약간은 불투명해 보이기도 합니다. 애매한 눈빛으로 먼 곳만 바라보는 눈빛을 가진 남자 주인공처럼요. 그런데 그 눈 빛 안에는 무언가 많은 게 담겨있어 보입니다. 밖으로 보이는 것 말고도 훨씬 더 많이요. 이렇게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은 상대가 스스로 해석하게 만듭니다. 머리 속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이런 마음을 이끌어 내는 사람에게 어떻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 또한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그런 척하면 또 금방 들통이 나죠. 매력이 한번에 다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저에겐 회화의 매력 또한 그런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현실주의적인 실사판 그림보다는 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추상화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한번 보고도 그냥 납득이 되는 게 아니라 몇 번 보고, 볼수록 더 많은 매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해석할  있는 여지를 주는 터치와 텍스처가 화면에 가득합니다. 은유와 맥락이 흐르는 그런류의 그림들은 그 안에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런 약간의 모호함과 은유 사이에서의 지점에 놓인 작품들을 애정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로고의 이미지 전략

브랜드 로고의 취향도 앞 서 말한 사람과 회화의 매력도를 측정하는 기준과도 비슷합니다.

몇년 전 hp의 브랜드 리뉴얼을 보면서 로고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 상징과 은유의 최정점을 표현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리뉴얼한 hp로고는  h,p라는 알파벳으로 잘 안 보일 수도 있지만, 힌트만 있으면 금방 알아볼 정도의 형태적 특성을 가졌습니다.

사실 'h'와 'p'가 상하로 대칭이 되는 로고의 구조는 'hp'라는 명칭이 아니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조형입니다. 대문자여서도 안되고 소문자여야만 나올 수 있는 형태입니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해도 좋을만큼 창의적입니다. 더구나 브랜드 로고가 앞으로 쓰여질 프리미엄 랩탑 제품에 잘 맞아 보였습니다. 랩탑 제품의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집니다. 사선으로 이루어진 직사각형의 모듈은 마치 0,1,0,1로 반복되는 디지털의 개념의 상징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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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뉴얼을 한 LF mall의 리뉴얼도 인상적입니다. 원형의 점과 직사각형의 최소한의 간단한 조형만으로 트랜디한 패션 플랫폼 리더로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랜드 로고를 보고 있으면 그냥 대문자 'LF' 같기도 하지만 'ㅣ.ㅣ: '라는 암호 문자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리뉴얼 초기에는 'LF'가 한글 '냐'라고 보이는 것에 착안해 ‘몰(Mall) 좀 아냐(LF)’라는 광고 홍보 전략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바로 LF[엘에프]라고 명확하게 읽기는 조금 어렵지만 가독의 모호함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리뉴얼한 LF는 전신인 LG패션이라는 시각적 뿌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현재 모회사인 LF와의 연계성도 색상을 빼면 없습니다. 브랜드 로고 리뉴얼에서 보이는 이러한 과감한 시도와 조형적 실험 정신은 LF라는 브랜드가 앞으로 추구해갈 가치와 비전을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을 지키돼(기본 조형으로만 이루어진 로고의 형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새롭고 창의적으로 조합된 모습) 리드해 나가는 모습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써의 사용성에 있어도 참 적절한 비주얼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플랫하고 담백한 느낌의 형태적 모티프가 온라인 환경에서 확장되기 좋은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LF로 단번에 읽히지 않는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특별해 보여지기를 선택한 전략적 리뉴얼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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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중에도 문자가 아니라, 이미지성이 강한 로고를 사용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SM과 YG입니다. 문자형 로고로 회사명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HYBE나 JYP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로고 디자인들이죠.

SM의 경우 로고는 끊임없는 변화와 연결, 흐름과 진화 등의 가치가 라인의 형태로 오묘하게 연결된 이미지로 상징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로고를 가는 선으로 표현해 그 느낌을 더 극대화했습니다. YG의 로고는 SM보다 더 해체주의적인 조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독은 어렵지만 미래나 먼 우주의 새로운 문명에서 온 문자를 보는 듯한 신비한 기분을 줍니다. 우상처럼 떠 받드는 아이돌들이 주축이된 회사가 충분히 가질만한 비주얼입니다.

SM이나 YG 모두 문자로 읽히는 건 어느 정도 포기했지만, 독보적인 시각적 개성은 충분히 확보한 디자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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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킨'으로 읽힌다고 말도 많았던 'KIA'의 브랜드 리뉴얼 또한 저는 이런 모호함의 매력을 가진 로고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킨'으로 보이면 어떻고, '케이앤'으로 보이면 또 어떻습니까요. 저는 읽히는 것보다 KIA가 앞으로 지향할 이미지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연결된 'KIA' 로고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고의 인상이 이전의 내연기관차가 아니라 미래의 전기차의 모습을 담고 있어 좋습니다.

건설사 중에서는 최근 DL 그룹의 변화 또한 앞서 말한 맥락을 반영한 로고 디자인입니다.  SAMSUNG처럼 풀네임의 브랜드명을 고수하던 DAELIM도 최근에는 'DL'이라는 이니셜 사명으로 변화했습니다. 전체적인 사업의 포트폴리오와 사업 확장 측면에서 오는 변화로 보이지는 이번 리뉴얼은 두글자 사명을 가진 대기업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어냈다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 기업인 LG나 SK는 여전히 심벌마크, 아이콘마크를 여전히 영문로고 타입 앞 뒤에 붙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이번 'DL'의 리뉴얼은 문자 자체를 그림화하여 주력 사업인 건설의 공간성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기본적인 조형만을 결합해 더 단단해지고 기본을 지키는 모습으로 변화 새로운 대림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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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HP와 LF, 엔터사인 SM, YG, 그리고 KIA와 DL그룹의 브랜드 리뉴얼의 특징들을 살펴봤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들의 브랜드 이미지 전략은 '잘 읽히게 할까? 특별하게 보이게 할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시로 든 모든 브랜드들이 고객들에게 잘 읽히기보다는 특별하게 보이는 방법에 초첨을 맞춰 브랜드 리뉴얼을 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살펴 보면 브랜드 로고는 단지 가독을 위한 문자로써의 기능적 측면을 벗어납니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써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건 두세글자 정도로 짧은 브랜드명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문자만으로는 상표등록이 어렵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글자의 이미지화를 통한 브랜드 로고 리뉴얼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나와있는 브랜드는 이미 넘쳐 나고, 앞으로 나올 브랜드 또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지성이 강한 문자 로고는 차별화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문자와 이미지가 복합되어 은유와 상징이 풍부한 장점도 있습니다. 이 건 마치 은유로 가득한 눈빛을 가진 영화 속 남자 주인공과 같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고객들을 더 궁금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더욱 특별한 이미지로 다가갈 것입니다.


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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