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플레이를 처음 보고 ‘쿠팡에서 왠 OTT?’라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배달 플랫폼인 '쿠팡 이츠'까진 별 거부감이없이 받아들였는데, OTT서비스를 머리 곳에 떠올리니 처음엔 너무 어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축구 월드컵 예선을 중계를 우연히 쿠팡 플레이에서 보게 됐습니다. 앱을 깔고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꽤 다양한 콘텐츠가 촘촘히 모여있더군요. 넷플릭스만큼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SNL코리아의 경우 타 브랜드엔 없는 독자적인 콘텐츠라서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뉴욕증시 상장사답게 다양한 미국 드라마들도 독점으로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넷플릭스나 애플티비,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브랜드나 국내 웨이브나 티빙같은 곳과 경쟁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생 자체가 콘텐츠 생산 유통 브랜드가 아니라, 이 커머스의 대표 브랜드라는 인상이 워낙 강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왠지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모기업의 영향이었는지 쿠팡플레이의 로고를 보면 새벽 배달시켰던 바나나등의 과일이나 각종 식료품들을 홍보하는 브랜드 자체 채널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쿠팡이츠 로고까지 생각하면 그 안에서 마치 치킨 향이 풍기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쿠팡이라는 우산 아래 쿠팡과 쿠팡이츠 그리고 쿠팡플레이가 통합된 하나의 덩어리의 이미지처럼 인식되어왔기 때문일 겁니다.
쿠팡이츠까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OTT채널의 확장 방법은 개인적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브랜드 이미지 전략의 측면에서의 고려와 선택이 아쉬웠습니다.
쿠팡 플레이 로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가장 보고 싶은 장소는 1순위로 CGV입니다. 그것도 안되면 차선으로 메가박스나 롯데씨네마도 좋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CU편의점에서 만든 CU씨네마같은 곳에서 영화를 봐야하는 느낌이랄까요. 롯데 씨네마도 쿠팡 플레이처럼 모회사의 이름을 공유하고 있긴합니다. 하지만 롯데씨네마의 경우 롯데백화점이나 롯데호텔같은 품위있는 문화 기업의 후광이 브랜드 인식안에 반영되어 있죠. 그런데 쿠팡 플레이는 달랐습니다. 유통업을 하던 사장님이 어느날 갑자기 극장을 만든다고 덤비는 느낌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독립적인 OTT채널의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쿠팡을 광고하기 위한 서브 홍보영상 플랫폼 정도의 지위로 비춰졌습니다. 이용 회원 실적을 보니 생각보다 높아서 쿠팡내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걸로 보이긴 합니다. 다만 OTT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에는 이미지의 한계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쿠팡과 유사한 이커머스 사업 모델을 가진 아마존의 경우 OTT채널 브랜드로의 확장 전략은 조금 달랐습니다. 쿠팡이 쿠팡플레이로 ‘쿠팡’을 결합해 사용했다면, 아마존의 경우에는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을 결합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기업 브랜드의 이름은 결합하지 않는 대신 Amazon 아래 붙은 스마일 마크를 Prime Video에 붙였습니다. Amazon은 빠졌지만 누가봐도 모기업을 떠올릴만한 이미지입니다. 다만 Amazon이라는 언어적 요소가 빠지니 모기업의 핵심사업 모델인 이커머스의 배송과 물류의 이미지는 훨씬 덜합니다. 쿠팡도 이렇게 쿠팡의 모기업이 가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상징성과 가져와 이름을 쿠팡 플레이가 아닌 OOO플레이가 됐으면 더 좋은 브랜드 이미지 방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순전히 제 상상이긴 하지만 당근마켓에서 만약 OTT 브랜드를 만든다면 당근TV나 당근Play보다는 아마존처럼 OOOTV, OOOPlay 또는 전혀 다른 합성어의 브랜드 네임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색상과 로고를 구성하는 당근 모양의 그래픽 요소만 붙여서 말이죠. 예를 들어 '이지TV'같은 류의 이름으로 확장된다면 뭔가 재밌고 친근한 콘텐츠가 넘치는 OTT서비스가 나올것 같네요.
마켓컬리에서도 OTT 브랜드를 런칭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컬리 또한 쿠팡같은 이미지 전략을 취하는 것보다는 아마존의 프라임비디오의 시각적 어법을 따르는 게 더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예를들어 'Prime Play'같은 이름으로 마켓컬리 로고의 특징인 핸드드로잉 서체와 색상을 사용하는 거죠. 쿠팡 플레이보다 뭔가 더 프리미엄한 영상 콘텐츠가 구성되어 있을 것 같네요.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처럼요.
이처럼 모브랜드와 하위 독립 브랜드의 관계성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받아 들이는 브랜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둘의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고객들의 인식 속에는 어떻게 존재할지를 충분히 따져합니다.
그럼 이런 비교는 어떨까요? 카카오의 브런치가, 그냥 '브런치'가 아니라 '카카오 블로그'였다면?! 네이버의 '네이버블로그'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름의 ‘블러버(가칭)’ 같은 새로운 이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글이 작품이 되고, 글을 읽는 입장에서는 좋을 글과 작가를 만나는 글쓰기 플랫폼인 ‘Brunch’는 2015년에 시작해 벌써 7년이 된 서비스입니다. 여전히 이 서비스가 카카오의 서비스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을겁니다. 어디를 봐도 카카오스런 비주얼 요소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전략을 걷어내고 처음부터 ‘카카오 블로그’로 하거나 이름은 다르더라도 카카오와의 시각적 연계성을 가져가는 장치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지금처럼 도립적인 존재감을 유지하며 서비스가 안착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라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원조 블로그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버리기 어려웠겠지만 브런치는 신생 블로그로써 그런 타이틀에 상관없이 전혀 다른 이미지로 새롭게 런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알라딘 앱을 켰다가 알라딘마켓이 생긴 걸 알게됐습니다. 직관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이란 걸 알았습니다. 알라딘는 중고서점으로도 꽤나 유명하죠.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들은 박스에 담아 집앞에 내놓기만해도 가져가서 책 상태에 따라 알아서 가격을 책정해서 매입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몇번 사용했는데 너무 편리하고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이 게 중고 거래 서비스로 활용돼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그 서비스가 나온겁니다. 알라딘이 해오고 있는 사업과 전혀 이질감이 없이 연결되는 신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 성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보문고나 예스24가 중고거래 플랫폼을 내 놓는 것보다는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 보이고 어울리는 건 사실입니다.
이렇게 쿠팡의 쿠팡플레이, 카카오의 브런치, 알라딘의 알라딘마켓의 사례를 보면서 모회사가 새로운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전략적 판단을 했는지 살펴 봤습니다.
기업도 이제는 한가지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유망한 스타트업을 인수, 투자하거나 하는 일은 이제는 새로운 뉴스가 아아닙니다. 이는 불확실한 현재를 넘어서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필살의 노력입니다. 잠시라도 멈춰있으면 금방 도태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확장 전략이 잘돼서 신사업이 구사업의 매출을 뛰어 넘는 경우도 많죠. IT시스템 사업으로 전환해 성공한 IBM도, 클라우드 사업으로 성공한 아마존, 헬스케어 산업으로 변신한 후지필름까지 소멸해가던 본업이 회생할만큼 신사업의 성공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이처럼 기업들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성에 집중하는만큼 고객들이 머리 속에 떠올려질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업에서 브랜드 로고 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일은 고객의 인식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세우는 일입니다. 로고 하나, 색상 하나를 빼고 넣고에 따라 고객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는만큼 고객의 의중을 파악해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 만들어져야 하겠습니다.
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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