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경험의 차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

2021.09.23 | 조회 3.5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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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어떤 페이스북 친구 분으로부터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 한다는 것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 한다는 개념의 차이를 알고 싶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의 수준이 적어도 신입 디자이너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고등학교 재학중인 학생이더군요. 제 경우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한지 십년이 넘어서야 조금은 알것 같은 개념을 십대의 나이에 관심을 가지다니 놀라웠습니다.

그 나이 때의 저는 기껏해야 도화지에 포스터 물감으로 평면 구성을 하느라 바둥거리고 있었는데, 벌써 브랜딩에 대해 고민을 하는 수준이라니요. 그 학생이 제 나이쯤 됐을 때면 얼마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이 가질 않네요.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이번을 기회를 삼아 저 그 사안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선 브랜딩이라는 큰 평면의 영역에서 본다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경험을 포함할 것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한 감각적인 수단이 바로 브랜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브랜딩층위로 본다면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의 모습이 브랜드 아이덴티티겠죠. 다른 말로는 본질이나 근간, 토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브랜드가 왜(why)생겨났는지에 대한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한 개념이자, 이 브랜드는 무엇(what)인지에 대한 실체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와 본질을 담은 정체성은 사실 눈에 보이지가 않죠. 느껴지기도 어려운 모호한 느낌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브랜드 경험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지게하고 느껴지게 하는 거죠. 그 수단이 언어적인 이름이나 슬로건 등으로 표현될 수도 있겠고, 비언어적인 감각적 디자인 장치들로 구현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인간의 감각기관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시각적인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하겠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보면 브랜드 로고, 색상, 서체, 그래픽 패턴, 서체 같은 시각적인 부분을 일컫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이유(why)와 목적(what)을 찾기 실체가 모호한 개념이라면, 브랜드 경험은 실행(How)에 중심을 두고 실제적인 감각으로 느껴지는 어떤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경험을 칼로 자르듯 분리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두개의 개념 모두가 결국 성공적인 브랜딩 활동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받아 들이는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구분조차 느껴지지 않고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 경험에 영향을 주고, 브랜드 경험은 다시 브랜드 정체성을 변화 시키기도 합니다. 경계가 선명하다기 보다는 흐릿하죠.

사실 최근 브랜딩의 경향을 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에 대한 '브랜드 경험'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오랜 세월 변치 않을 확고부동한 아이덴티티를 추구했던 시대 을 지나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브랜드들이 많이 보입니다.이런 경향은 특히 스타트업들에서 더 빠른 주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 잘못된 부분들은 빠르게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해 점진적으로 아이덴티티를 보완,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의 브랜딩이 한번 쓰면 몇 십년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시장환경과 기회가 바뀌면 언제라도 변화하겠다는 유연성있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한 그 학생에게 한장의 도식화된 그림을 보여주면 지금까지의 설명을 드렸습니다. 어떤 브랜드 서적에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제 경험에서 나온 내용들이라서 조심스럽긴합니다. 다른 관점에서도 더 좋은 설명이 나올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생이 궁금했던 것들에대한 답변으로는 충분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질문한 학생도 흡족하게 잘 이해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경험의 구분에 대한 질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다. 브랜딩을 한다는 건 '보이지 않는 것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이게' (브랜드 경험)하는 일입니다. 브랜드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겠죠.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보여지는 감각들로 구현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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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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