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브랜딩 브릭입니다.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생각으로 지은 매거진 브랜디라는 이름은 상표등록상 문제로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유명 패션 플랫폼 브랜드인 브랜디가 있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 상표등록 거절로 미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1년 넘게 써온 이름인데 아쉽긴 합니다. 앞으로는 같은 콘텐츠로 이름만 '브랜딩 브릭'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1년 넘게 뉴스레터를 발행해보니 어떤 콘텐츠가 구독자님들께 필요하고 호응을 받을지 아주 아주 조금은 감이 잡히고 있습니다.
[B'talks] 첫번째 시간
그럼 오늘은 비톡스 첫 번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
첫 번째 비토크를 함께하신 분은 문구 브랜드를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이셨습니다. 비톡스 신청 시에는 간단하게라도 고민하신 부분, 상담하고 싶은 지점에 대해 코멘트를 남겨주시실 요청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이긴 어렵겠지만 상담하기 전 잠깐이라도 제 나름의 생각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선 사전 배경 지식이 없이 고정된 생각을 버리고 비토커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서 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토크에 주어진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서로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꽤나 많은 디자이너들의 꿈꾸는 것 중 하나가 자기가 만든 문구나 소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한 때의 꿈이기도 했고요. 그 꿈이 점점 잊혀가고는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쇼핑센터나 서점에 가면 자연스럽게 문구나 소품 코너로 눈이 돌아가곤 합니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될 펜이나 노트 등을 잔뜩 사서 관상용으로 책상에 둘 때도 많습니다. 포장도 뜯지 않은 문구용품들이 책상 서랍에 몇 년째 그대로 있기도 합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시다가 문구 브랜드 태동기에 론칭하셔서 크게 성공하신 선배가 있기도 해서 문구 쪽 브랜드는 한동안 저도 꽤나 유심히 살펴왔던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번 토크가 꽤나 기대됐습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문구 브랜드들 -
최근에는 관심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눈에 띄는 문구 브랜드에는 관심이 가더군요. 최근에는 오롤리데이나 무직타이거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문구들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캐릭터가 보여주는 강력한 스토리와 시각적 임팩트는 문구나 굿즈 브랜드로써 유리한 점들이 굉장히 많죠. 이들 브랜드의 소비층은 단순히 문구 상품을 산다는 느낌보다는 그 캐릭터의 매력과 성격 그리고 성장 과정을 구입하더군요.
무직타이거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 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무직타이거의 스토리를 보고 참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뚱랑이라는 뒹굴 거리는 퇴사자 호랑이가 느끼는 감정과 이야기가 참 실제 같았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게 이 브랜드를 만든 분들이 대기업을 퇴사한 두 부부 디자이너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롤리데이도 디자이너 출신이 만든 브랜드네요. 디자이너나 시각적 매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획력이 있는 창업자가 아무래도 문구라는 영역에서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한 문구는 앞으로 영상이나 NFT 등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사업적 확장성이 좋은 테마이기도 하죠. 그런 상황까지 확대되면 이게 문구 브랜드로 론칭했는지 캐릭터 브랜드인지 론칭을 했는지 구분이 어려울 듯합니다. 고객들에게 다가가기에도 좋고 사업 확장성도 뛰어난 캐릭터 문구가 대세가 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문구 전체 시장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최근에 제가 인상 깊게 봐 온 브랜딩 잘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 말씀드리고 서로의 의견을 나눴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다 -
대화를 나눈 비토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브랜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3년 차까지는 초기부터 이슈가 될만한 제품으로 지금까지 선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브랜딩에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니 브랜드로 남지 못하고 제품만 남은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로 남아야 사업의 지속성도 생기고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질 텐데 말이죠.
맞는 말입니다. 사실 고객들의 인식 속에 '제품이 잘 팔리는 것'과 '이건 브랜드다'라고 느껴지는 건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이긴 합니다.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완벽한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어디 쉽나요. 괜찮고 멋진 브랜드라고 느껴져 제품을 써봤는데 품질과 경험이 별로인 경우도 있고 반면에 제품의 기능과 품질은 정말 끝내주는데 브랜드로 느껴지지 않아 덜 가치 있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한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게 답답했습니다. 결국 제도 원론적인 얘기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는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 오랜 실행이 차곡차곡 쌓이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브랜딩은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일입니다. 결국 이를 위해 멀리 보고 꾸준히 실행해가야 만들어진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해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참 뻔한 얘기지만 중요한 얘기기도 합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 제품을 통해 영감을 주고 싶다 -
그러면서 비토커는 최근 시간을 내서 고심하시면서 팀원들과 작성한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기획서를 보여주셨습니다. 핵심은 '일상에 영감을 주는 문구 브랜드를 만들자'라는 미션을 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영감을 찾고 싶을 때 생각나는 브랜드였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도 말씀하셨습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걸음 더 들어가 비토커가 말하는 '영감'에 대해 더 자세하게 규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영감'을 주려는 브랜드들은 사실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어떤 브랜드라도 '좋은 영감'을 얘기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건 왜 좋은 걸까? 영감을 얻어서 어떤 실제적인 이득이 생기는 걸까? 그걸 꼭 우리가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 확실히 해야 고객들이 다른 문구 브랜드들이 말하는 영감과도 다르고 나이키나 애플이나 스타벅스 같은 브랜들이 말하는 영감과도 다를 것이라는 의견을 드렸습니다. 그 영감의 정체를 더 깊이 파고들어 우리만의 영감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찾아내는 게 결국 비토커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차별화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잡아보는 방법으로 이미지 보드를 만들어 보는 걸 추천드렸습니다. 텍스트로 규정하기 너무 어렵다면 고객이 느낄 영감의 그림들을 그려보는 거죠. 사진도 좋고 그래픽도 좋고 타이포그래피도 좋습니다. 우리만의 영감에 맞는 재료들을 찾아 모아 보면 우리만의 어떤 분위기가 나올 것입니다. 비토커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한 번에 정답을 찾기보다는 계속 추가하고 빼가면서 이 이미지 보드를 더욱 정교하게 완성해갈수록 우리가 추구하는 영감의 실체가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방법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문구라는 도구의 본질이 ‘영감을 주는 도구’여야 한다는 생각에 저 또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쓰고 기록하고 그리는 문구는 문득 떠오르는 영감, 좋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들입니다. 좋은 디자인의 문구는 그 자체로도 책상 앞의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영감과 상상력, 좋은 생각을 위한 도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비토커에게 공감이 갔습니다.
우리가 설정한 브랜드의 비전과 가치들이 제품으로 연결이 안 됩니다 -
고심하셨던 생각이 담긴 브랜드 기획서를 함께 보니 지금 브랜드의 개념과 추구하는 가치들이 잘 담겨 있었습니다. 마케터 출신이셔서 그런지 자신만의 접근 방식과 기획 방법들을 잘 녹여낸 기획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획이 실제 제품으로 어떻게 연결할지를 잘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저 또한 많이 경험해봤습니다. 브랜드의 가치들은 멋들어지게 해 놓고선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와는 별로 연관 없이 만들어집니다. 브랜드 구축을 하기 위해 기본적인 브랜드의 가치 체계를 잡기는 하지만 이러한 무형의 가치들이 유형의 제품들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마도 시작하는 모든 브랜드의 고민일 것입니다.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죠. 디자인의 잘 만들어진 기획이 실제 결과물로 어떻게 구현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기획과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쉽지 않습니다. 기획의 논리적이고 이성적 측면이 디자인이라는 감각적 감성적 측면과의 충돌 때문이겠죠.
이런 고민들을 해결할 아이디어들을 몇 가지 제안드렸습니다. 물론 대화 도중에 나온 아이디어들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 브랜드를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차원에서 드린 의견이었습니다.
☑️ 새로운 테마의 제품을 만들면 그 게 곧 브랜드
대화를 나누면서 비토커가 운영하시는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한 가지 테마의 제품이 너무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당장 보기에는 좋은데, 이 느낌이 지속적으로 호감으로 연결될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같은 개념으로 새로운 테마가 나오거나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보이는 제품이 곧 브랜드입니다. 제품의 퀄리티와 사용성이 곧 브랜드죠. 그러면서 자동차 브랜드의 예시를 들어 설명드렸습니다. 개성 있는 BMW의 휠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듯이 제품 자체의 연계성과 아이덴티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그런 차원으로 지속적이고 확장될만한 테마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나의 그래픽 스타일 정도로만 여겨졌죠. 이런 스타일의 테마가 시리즈로 나온다면 지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생각해볼 만한 아이디어를 드렸습니다.
☑️ 사업 포지셔닝의 미세 조정 및 이동
그냥 문구 브랜드가 아니라 > (디지털 라이프를 위한) 문구 브랜드라면 어떨까? 지금 가장 매출이 높은 아이패드 케이스 등을 메인 제품으로 내세워 고객 인식 속에 디지털 기기와 하는 일상에서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전달했습니다.
☑️ 소재 또는 질감의 통일감을 통한 아이덴티티
제품들 중 볼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케이스, 컵, 필통 등등의 아이템을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로 통일화하는 전략입니다. 어떤 질감과 소재감의 통일성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 브랜드가 문구에서 종합 리빙 브랜드로 확대된다면 그릇이나 의자 등도 플라스틱만을 사용하는 브랜드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 탁월한 기능과 사용성으로 충성 구매를 유도하는 브랜드
문구 브랜드의 특성상 취향과 감성이 구매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상황이니 너도 나도 감성 코드를 맞추기 위한 전쟁에 뛰어듭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오히려 기본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실용성과 사용성이 극도로 뛰어난 제품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4가지 정도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첫 번째 비토크를 마쳤습니다.
첫 번째 비토크를 마치며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밌는 대화였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겪고 있는 비토커의 생생한 현장의 고민을 듣는 게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고민들에 저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 영감을 나누고 도움을 주겠다 비토크의 취지가 잘 드러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두 번째 비톡스 리뷰 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콘텐츠는 함께 대화를 나눴던 비토커의 동의와 수정을 거쳐 발행되었습니다. 아래 댓글에 비토커 소개가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어떤 브랜드와 상품으로 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리뷰드렸던 내용들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될 것입니다.
< 첫 번째 비토커를 소개합니다 >
문구 브랜드 컴포지션 스튜디오 입니다. https://www.compositionstudio.kr
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