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인사말
안녕하세요. 불가마 뉴스레터 부편집자 장희문입니다. 칠보장의 '조존스'님께서 써준 828 공연후기를 기억하시나요? 쌀쌀한 금요일, 깜짝 메일인 '더 바이퍼스 쇼케이스 리얼 공연 후기'로 돌아왔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시길 바라며,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더 바이퍼스, 리얼 공연 후기 프로젝트 2탄! Feat. 칠보장 조존스
불가마 싸운드 대표 한상태의 새로운 시도, 도전, 목표!
공연 후기 프로젝트(가제)(Feat. 칠보장 조존스)
아래의 글은 칠보장의 기타리스트 '조존스'님께서 써주신 솔직한 공연 후기입니다. 추후 어떠한 방식을 통해 아카이빙 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연 일시: 2022년 11월 27일 일요일 오후 6시
장소: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25길 6, 지하 3층)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 지치지 않는 체력!
두 번째 공연 리뷰 시간이 찾아왔다. 다시 리뷰를 쓰게 될 순간이 언제 찾아오나 했는데 하필이면 월드컵 시즌과 겹쳤지 뭔가. 더 바이퍼스의 첫 정규 앨범 『Burn out』 쇼케이스가 있고 그 다음날에 한국과 가나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렸다. 더 바이퍼스 정규앨범 쇼케이스의 뜨거웠던 여운은 2차전 경기의 패배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가나전의 패배 이후 한동안 필자는 아무런 의욕도 느낄 수가 없었으며,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의 기로에 선 필자는 마감 3일 전까지 단 한 글자도 쓰지 못 했지만 12월 3일 금요일에 얻은 교훈 덕분에 필자는 다시 모니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것을……!
슬슬 예열을 해볼까?
이번 공연이 열린 곳은 웨스트 브릿지다. 저녁 6시에 시작되는 더 바이퍼스의 공연을 앞두고 필자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웨스트 브릿지에서 공연을 한 번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음향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웨스트 브릿지에서 관람했던 공연은 메탈 밴드들로 이루어진 라인업이었는데, 음악 자체는 필자의 취향에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음향에서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아 귀가 아팠다. 어떤 팀은 악기 파트가 아예 따로 노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으니, 이번에도 웨스트 브릿지에서 똑같은 경험을 얻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날씨도 급격히 추워지는 바람에 부들부들 떨면서 서울까지 행차했는데, 완벽하고 멋진 공연을 봐야 할 것 아닌가?
더 바이퍼스의 멤버들 대부분이 교사라 그런지 이번 공연에서는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껏 담긴 수험생들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다. 수험표를 들고 오면 현매가 만원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음악뿐만 아니라 미래의 새싹들에게 문화적 혜택까지 고심할 줄 아는 진정한 프로정신을 엿 볼 수 있었다. 나도 수능 다시 볼 걸…….
이번 쇼케이스에선 특별 게스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더 바이퍼스와 절친한 밴드 바투였다. 하드록 밴드 중에 바투 만큼 젊고 신나는 록을 들려주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바투의 공연을 관람한 적도 있고, 같이 공연을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바투가 무대 등장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말았다. 게스트 밴드로 출연한 바투의 공연은 늘 그렇듯, 그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시크하게 떠났다. '밤도깨비', '파도'를 연주한 뒤 더 바이퍼스의 '불꽃놀이'를 커버하며 관객들을 깜짝 놀래켰다. 마지막 곡으로 '우리의 빛 우리의 별'을 연주한 뒤 더 바이퍼스에게 바톤을 넘겼다
본 공연 후기에 앞서 지난번 828 공연 후기와 마찬가지로 무대매너와 연주력, 모객 그리고 필자의 취향을 기준을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다.
1. 무대매너 / 별 4개 (★★★★)
무대를 확실히 예열하는 것으로 제 몫을 충실히 해낸 바투가 내려간 뒤, 『석양의 건맨』의 테마곡이 흘러 나왔다. 마치 메탈리카가 공연 때마다 『석양의 무법자』의 테마 「The Ecstasy of Gold」를 오프닝곡 쓰는 것을 오마주한 것처럼 느껴졌다. 메탈리카를 애증하는 필자에게 더 바이퍼스의 오프닝 무대는 자연스럽게 메탈리카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인상 깊었다. 테마곡이 끝난 뒤 육중하고 비장한 즉흥 연주가 흘러나왔다. 곧 바로 더 바이퍼스는 첫 곡 「악셀」을 시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지난 번 웨스트 브릿지의 공연에서는 보통 밴드팀들의 무대가 그렇듯 드럼이 뒤로 가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드럼이 우측 무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드러머는 다른 악기 파트에 비해 무대 뒤편에 있어서 관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마련인데, 우측 무대를 드럼이 장악하는 연출을 통해 액션을 강조하는 드러머 퍼포먼스가 눈에 더 띄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바이퍼스의 공연 포스터와 이 날 멤버들이 입은 의상에서 타란티노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을 것이다. 『저수지의 개들』, 『킬 빌』같은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의상 컨셉은 밴드의 정체성과도 부합해 보였다. 더 바이퍼스라는 밴드 이름도 타란티노의 영화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더 바이퍼스의 퍼포먼스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가장 돋보이는 것은 드러머 손인호의 타격감 넘치는 연주이다. 박력 있는 연주에 주우재가 언뜻 보이는 수려한 외모를 곁들인 손인호에게 유독 카메라가 많이 가있는 현상을 객석에서 볼 수 있었다. 외모로 인해 실력이 빛을 못보는 뮤지션들 있지만, 그의 연주는 그의 외모 이상으로 훌륭했다. 필자는 데이브 그롤처럼 쿵빡이 확실한 드러머를 좋아하는데, 쿵빡이 확실하면서도 리듬이 안정적인 드럼 연주를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더 바이퍼스의 『Burn out』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이거 라이브로 하다가 탈진하는 거 아님?’
처음부터 끝까지 악셀을 밟는 더 바이퍼스의 음악을 공연장에서 제대로 듣기 위해선 기초 체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앞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지만, 관객과 뮤지션들에게 기초 체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더 바이퍼스의 라이브는 운동과 담쌓은 30대 이상의 연령층들에겐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으니, 공연장 내에 좌석이 어디 있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보다 팔팔한 MZ세대들에겐 아주 훌륭한 유산소 운동으로 제격이다. 더 바이퍼스 중 체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것은 드러머 다음으로 보컬일 것이다. 더 바이퍼스의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는 기타보컬 안성진이 무대가 끝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내지르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저 사람은 체력이 좋거나, 아님 그냥 타고난 미친놈인 게 분명하다.’ 필자는 후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베이시스트 조신호는 대부분의 베이시스트들이 그렇듯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다른 멤버들의 격한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비해 비교적 얌전해 보여서, 4명 중 가장 정상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덤으로 훤칠한 신장과 묵묵하게 자신의 맡은 바에 심취한 모습이 더 스미스의 앤디 루크를 연상케했다. 연주는 잘 모르겠고, 이미지만…….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었고 2부 무대로 넘어가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무대가 있었다. 시종일관 서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멤버들이 의자에 앉으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나올 법한 천둥벌거숭이같은 아이들이 점잖은 청학동 유생처럼 보였다. 달리는 곡들에 비해 잔잔한 블루스풍의 곡들을 4곡이나 연주한 뒤 다시 달리는 곡들로 돌아왔을 때였다. 필자의 앞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어느 여성 관객이 “그래! 안성진! 블루스는 하지 말고 펑크만 해!”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었지만 그 관객의 반응에 대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공연이 될 거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잔잔한 무대가 있는 것도 나름대로 신선했다. 하지만 난 달리는 게 좋다.
2부가 시작되고 나서는 멤버들이 의상을 갈아입고 등장했는데, 1부에서 입었던 양복이 저수지의 개들을 떠올리게 했다면 2부의 의상은 금방이라도 오토바이를 몰고 스콜피온킥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00년대 폭주족을 연상케 했다. 특히 손인호가 입은 아래 위로 지퍼가 달린 자켓은 어디서 판매하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 자켓……, 하나 갖고 싶다.
*이 의상에 대해 설명하자면, 투우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복장이다. (부편집자 장희문)
2. 연주력 / 별 4개 (★★★★)
펑크록에서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건 펑크록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어울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4명의 연주는 펑크록과 개러지록에 딱 어울린다. 기교 대신 단순한 연주와 리듬만으로 우직하게 밀고 간다.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필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본 것은 기타리스트 손경수의 연주였다. 리드미컬한 연주도 능숙하게 잘 해내면서도, 단 한 번도 후리지 않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필자는 솔로 중간에 후리는 연주를 종종 섞기도 하는데, 후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름의 서사를 갖춘 연주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손경수는 그것을 곧 잘 해내는 기타리스트이며 자기만의 ‘삘’도 있는 유니크한 연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3. 모객 / 별 2개 반 (★★☆)
모객은 상당히 아쉬웠다. 공연 시작 후에도 빈 곳이 많이 보였는데, 아쉽게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빈 곳은 잘 메꾸어지지 않았다. 슈퍼밴드 출연자인 안성진 때문에 어느 정도 모객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에 좀 못 미치는 숫자를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공연 후반에는 뒤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일어나서 호응을 하는 광경도 있었으니 열기는 뜨거운 편이었다. 더 바이퍼스의 음악이 관객들을 가만히 앉아있지 못 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4. 필자의 취향 / 별 4개 (★★★★)
펑크는 필자가 하드록, 헤비메탈, 블루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악이다. 필자도 여느 펑크록 팬처럼 섹스피스톨즈와 클래쉬, 라몬즈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필자의 청소년기 때의 감수성이 조금 부드러웠다면 후에 그린데이나 폴아웃보이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펑크를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격한 하드코어펑크음악에 마음을 빼앗긴 필자의 가슴 속엔 미스피츠와 디스차지, 블랙플래그 그리고 과격한 하드코어펑크음악이 더 극단적인 형태를 취한 그라인드코어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더 바이퍼스의 음악은 필자의 취향에 비해 조금 얌전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하드코어펑크의 그림자가 분명하게 남아있다. 더 바이퍼스의 음악은 펑크 뿐만 아니라 초기 개러지록의 향수도 간직하고 있어서, MC5나 이기팝같은 뮤지션들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아무쪼록 오랫동안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리뷰를 마치며
12월 3일 포르투갈로부터 기적적인 승리 거둔 덕분에 한 해가 희망찬 메시지로 마무리 된 것 같다. 덕분에 다가오는 2023년이 올해 보다 조금 더 기대된다. 필자가 리뷰를 쓰는 동안 메시는 8강으로 가는 골을 넣었다. 이 말인 즉 리뷰를 쓰면서 축구를 봤다는 거다. 오롯이 리뷰를 쓰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90분짜리 애국심에 취하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다음 공연 후기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단, 불가마싸운드 대표가 필자에게 계속 이 일을 맡겨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불가마싸운드 대표가 필자에게 계속 공연 후기 작성을 맡길 확률은? 대한민국이 브라질을 꺾고 8강에 진출할 확률보다 높을까? 낮을까? 정답은 다음 공연 후기 작성에서!
2022월 12월 4일 웨스트 브릿지 더 바이퍼스 쇼케이스 공연 후기
글/사진 조 존스
끝.
별점 기준 참고
별 4-5개 (★★★★~★★★★★) – 반드시 라이브로 들을 것!
별 3-3.5개 (★★★~★★★☆) – 꽤 들을 만한 준수한 밴드
별 2-2.5개 (★★~★★☆) – 포스트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사조가 낳은 괴물들
별 1-1.5개 (★~★☆)–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구요. 마음 같아선 빠따라도 쳐야 되는 데……." -김남일-
별 0-0.5개 (☆) – 누가 뒤에서 칼 들고 밴드하라고 협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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