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제 반성문 한 장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작년까지 팀 대시보드 맨 윗줄에 '월 발행 편수'를 뒀습니다. 이유는 부끄러울 만큼 단순했습니다. 재기 쉬웠고 성장처럼 보였거든요. 주간 회의에서 "이번 주 네 편 나갔습니다"라고 말하면 뭔가 해낸 것처럼 들렸습니다.
올해 그 줄을 지웠습니다.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분기 리뷰에서 발행 편수를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올린 분기의 인바운드 리드 수가 거의 그대로인 걸 봤습니다. 콘텐츠당 평균 유입은 당연히 반 토막이었고요. 우리는 같은 수요를 더 많은 글로 나눠 먹었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내부 검색에서는 우리 글끼리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편수는 성과 지표가 아니라 비용 지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민망합니다. 저는 비용을 성과로 착각하는 대시보드를 1년 넘게 팀에 보여줬습니다. 그걸 보고 일한 팀원들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재는 사람이 잘못 쟀습니다.
그런데 이번 호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다음입니다.
편수가 나쁜 지표라는 걸 모르는 마케터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중에도 "그건 나도 안다"고 생각하신 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도 왜 거의 모든 콘텐츠 팀의 보고서 맨 윗줄에는 여전히 편수가 올라가 있을까요.
제 결론은 보고 체계입니다.
콘텐츠 성과는 늦게 나옵니다. 잘 쓴 글 한 편이 리드로 환산되기까지 두 분기가 걸리는 일도 흔합니다. 반면 보고 주기는 한 달입니다. 월말에 "아직 모릅니다"라고 쓸 수 있는 팀장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칸에 들어갈 뭔가가 필요하고 편수는 월말까지 반드시 확정되는 유일한 숫자입니다.
즉 편수 KPI는 무지의 산물이 아니라 불안의 산물입니다.
이 점을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편수를 그냥 지우면 그 칸이 빕니다. 비면 다시 채워집니다. 다음 분기에 '콘텐츠 생산 리드타임' 같은 이름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늦게 나오는 성과와 월말 보고 사이의 틈을 메울 선행 지표를 먼저 만들어야 그 자리를 영구히 비울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틈을 두 개로 메웠습니다.
하나는 영업이 고객에게 실제로 전달한 콘텐츠 수입니다. 이건 발행 다음 주부터 집계됩니다. 월말 보고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빠릅니다. 그리고 영업이 자발적으로 꺼내 쓰는 콘텐츠는 거의 예외 없이 나중에 성과로도 잡힙니다.
다른 하나는 담당자 인터뷰 확보 건수입니다. 글이 아니라 재료를 셉니다. 재료가 쌓이면 성과는 시차를 두고 따라온다는 전제입니다. 완벽한 지표는 아닙니다. 그래도 편수보다는 성과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넣었습니다. 이게 제일 이상하게 들릴 겁니다.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초안 수'를 셉니다.
의도적입니다. 거부권이 작동하는지 보려면 거부된 횟수를 세야 하니까요. 한 분기에 버린 초안이 0편이라면 그 팀에는 편집 기준이 없는 겁니다. 그냥 들어온 걸 다 내보내는 컨베이어 벨트죠.
쓸만한 초안을 AI가 무한히 뱉어내는 시대에 유일하게 희소해진 자산이 뭘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건 안 내보낸다"는 판단이라고 봅니다. 초안은 공짜가 됐습니다. 안목은 공짜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은 공짜가 된 쪽에만 레버를 걸었습니다. 그 레버가 너무 잘 돌아갔다는 게 올해 콘텐츠 시장에서 벌어진 일의 전부입니다.
한 가지 더 공유하고 싶은 건 이 지표를 실제로 굴리는 방법입니다. 지표를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건 쉽고 집계가 돌아가게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영업 전달 수는 별도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슬랙에 채널 하나 열고 영업팀에 "고객에게 콘텐츠 링크 보낼 때 이 채널에 그냥 던져주세요"라고만 부탁했습니다. 대시보드도 BI도 없습니다. 금요일에 제가 세서 숫자를 적습니다. 3주쯤 지나니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예상 못 한 효과가 나왔습니다. 영업이 던진 링크 목록을 보니 우리가 공들인 글과 실제로 쓰이는 글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트래픽 상위권 글은 거의 안 보였고 조회수가 평범한 비교 분석 글 하나가 반복적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글은 제 기준으로는 그저 그런 글이었습니다. 고객 기준으로는 아니었습니다. 유입만 보던 시절에는 절대 몰랐을 사실입니다.
솔직히 실패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콘텐츠마다 품질 점수를 1점부터 5점까지 매기는 제도를 넣었습니다. 두 달 만에 접었습니다. 거의 모든 글이 3점이나 4점을 받았거든요. 사람은 자기 팀이 쓴 글에 2점을 못 줍니다. 그래서 점수 대신 이진 판단으로 바꿨습니다. 낸다 아니면 안 낸다. 중간을 없애니까 비로소 기준이 작동했습니다.
하나만 더 짚고 마치겠습니다. 콘텐츠 원가 계산입니다.
예전 원가는 단순했습니다. 작성 시간 더하기 외주비. 초안이 공짜에 가까워지면서 이 숫자가 급락했고 "이제 한 편 더 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이 조직 전체에 퍼졌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빠진 항목이 있었습니다. 발행된 콘텐츠는 영구적으로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사이트 안에서 다른 글과 검색 수요를 나눠 먹습니다. 품질 평가의 평균을 끌어내립니다. 유지보수 대상이 되고 독자의 브랜드 인식에 흔적을 남깁니다. 평범한 글 한 편은 쓰는 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청구됩니다.
원가는 줄지 않았습니다. 옮겨갔을 뿐입니다. 작성에서 선별로, 생산에서 판단으로요.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은 줄어든 항목만 보고 생산량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게 올해 콘텐츠 대량생산의 회계적 기원이라고 저는 봅니다.
마지막으로 숫자 하나를 덧붙이겠습니다. 이건 생산 경쟁의 비용이 왜 우리 팀에만 청구되지 않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비자 조사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 자동 생성된 저질 콘텐츠를 본다고 답한 비율이 과반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콘텐츠를 보는 눈보다 거르는 눈을 먼저 쓰게 됐습니다. AI가 만든 것 같다고 독자가 판단한 콘텐츠는 참여도에서 두 자릿수 페널티를 먹습니다. 같은 기간 광고 단가는 올랐습니다. 주의를 사는 가격이 오른 겁니다.
제가 한 편 더 찍어내면 제 노출은 조금 늘지도 모릅니다. 그 대가로 모든 콘텐츠의 주의 획득 단가가 함께 오릅니다.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그리고 이 비극에서 가장 먼저 쓸려 나가는 건 체급이 작은 쪽입니다.
그러니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찍어서 소음 속에서 이기려 하거나, 소음으로 분류되지 않는 쪽으로 빠지거나. 저는 전자를 이긴 중소 조직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싸움은 서버비와 유통력으로 결판나니까요.
그래서 이번 호의 요청은 하나입니다. 이번 주 팀 보고서를 열어서 맨 윗줄이 비용 지표인지 성과 지표인지만 확인해보세요. 판별법은 간단합니다. 그 숫자가 올라갔을 때 누군가에게 돈을 더 써야 하는 쪽이면 비용 지표입니다. 돈이 들어오는 쪽이면 성과 지표입니다. 편수는 전자입니다. 그 한 줄이 팀 전체의 한 분기를 결정합니다.
여기까지는 제 대시보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제가 이 결정을 내리게 만든 건 제 분기 리뷰가 아니라 올해 나온 조사 숫자들이었습니다. 업계 전체가 산출량을 4배까지 끌어올린 해에 성과가 유의미하게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이 한 자릿수였다는 데이터, 그리고 큰 매체보다 작은 매체가 세 배 가까이 더 깎였다는 트래픽 분석. 이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더 많이 쓰자"는 대응이 왜 가장 비싼 선택인지가 수치로 드러납니다.
원문에는 그 데이터 전체와, 제가 버린 지표 다섯 개를 무엇으로 바꿨는지 표로 정리해뒀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에 들어올 반론 두 가지에 제가 어떻게 답하는지도 적었습니다. 반론 쪽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2023년까지는 그 반론이 옳았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hoon_16083/%EC%BD%98%ED%85%90%EC%B8%A0%EB%A5%BC-4-1%EB%B0%B0-%EC%B0%8D%EC%97%88%EB%8B%A4-%EC%84%B1%EA%B3%BC%EB%8A%94-6-%EB%A7%8C-%EC%9B%80%EC%A7%81%EC%98%80%EB%8B%A4-924222f7a70e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