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팀의 월간 보고서를 볼 때마다 저는 조금 불편합니다.
페이지뷰가 올랐다, 세션이 늘었다, 체류시간이 좋아졌다. 다 좋은 말인데, "그래서 그게 회사에 얼마를 벌어줬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답을 못 합니다.
처음엔 저도 그 답을 채근하는 게 야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측정이 진짜로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2026년 자료를 보면 콘텐츠 ROI를 정확히 측정한다고 답한 마케터는 36%뿐입니다. 나머지 64%는 사실상 감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죠. 멀티채널 어트리뷰션에서 막힌다고 답한 비율도 47%에 달합니다.
문제의 뿌리는 따로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측정하기 쉬운 것'만 측정해왔다는 겁니다. 트래픽은 재기 쉽습니다. 그래서 다들 트래픽을 봅니다. 매출 기여는 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들 안 봅니다. 이 게으른 균형이 지난 10년간 콘텐츠 마케팅을 지배해왔습니다.
그런데 AI 검색이 그 균형을 통째로 깨버렸습니다.
지금 B2B 구매자의 절반은 구글이 아니라 AI 챗봇에서 정보 탐색을 시작합니다. AI Overviews의 쿼리 커버리지는 18개월 만에 한 자릿수에서 30~48%까지 치솟았고요. 사람들은 점점 더 AI에게 묻고, AI가 요약해서 답을 줍니다. 클릭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내 콘텐츠는 그 답 어딘가에 인용되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트래픽 그래프엔 안 잡히는데 결정엔 들어가 있는 거죠. 저는 이걸 '보이지 않는 기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기여를 트래픽이라는 자로 재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틀렸습니다.
여기서 많은 팀이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트래픽이 떨어지니까 콘텐츠를 더 많이 찍어냅니다. AI로 글쓰기가 싸졌으니 양을 두 배, 세 배로 늘리죠.
저는 이게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마케터의 94%가 똑같이 AI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로 같은 소재를 비슷하게 찍어내면, 그 콘텐츠는 평균으로 수렴합니다. 그리고 AI 검색은 평균적인 콘텐츠를 절대 인용하지 않습니다. 가장 구체적이고, 가장 고유하고, 가장 신뢰할 만한 걸 인용하죠.
공급이 폭발하는 시장에서 '하나 더'는 거의 가치가 없습니다. 오히려 브랜드의 신호를 흐립니다.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AI가 글쓰기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든 순간 끝났습니다.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AI에게 "B2B 콘텐츠 전략 어떻게 짜야 해?"라고 물었다고요. AI는 수십만 개의 비슷비슷한 글 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몇 개만 골라 답을 만듭니다. 그 몇 개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써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검색 1페이지에 못 들면 의미 없던 과거와 구조는 똑같은데, 이제는 그 문이 훨씬 좁아진 겁니다. 상위 몇 개만 인용되고 나머지는 통째로 사라집니다. 이 좁은 문 앞에서 '많이 쓰기' 전략은 그냥 무력합니다.
사실 저도 한동안 양의 신봉자였습니다. 주 3회 발행을 주 5회로 늘리면 트래픽이 그만큼 오를 거라 믿었죠. 한동안은 실제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6개월쯤 지나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트래픽은 늘었는데 문의는 그대로였어요. 아니, 글 한 편당 전환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양을 늘리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얇고 비슷한 글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독자 입장에선 검색해 들어왔다가 '이거 어디서 본 얘긴데' 하고 닫는 글이었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트래픽은 허영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걸요. 숫자는 오르는데 사업은 제자리인 그 기분, 콘텐츠 팀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발행 편수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줄어든 시간을 한 편을 깊게 파는 데 썼고요. 트래픽은 약간 줄었지만 문의는 늘었습니다. 이 경험이 지금 제 모든 주장의 뿌리입니다.
여기서 잠깐, 제가 말하는 '깊게'가 무슨 뜻인지 짚고 가겠습니다. 더 긴 글을 쓰라는 게 아닙니다. 분량은 본질이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깊이는 '이 글 안에 우리만 아는 게 들어있느냐'입니다. 5천 자짜리 일반론보다 천 자짜리 1차 데이터가 훨씬 깊습니다. 독자도, AI도 그 차이를 정확히 알아챕니다.
그럼 무엇으로 이기느냐. 제 답은 분명합니다. 남이 못 가진 데이터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AI는 웹에 이미 있는 걸 학습하고 요약합니다. 그러니 웹에 흔한 정보로는 차별화가 안 됩니다. 반대로 우리 회사만 가진 고객 데이터, 자체 실험 결과, 현장에서 나온 1차 인사이트는 AI가 다른 데서 가져올 수 없습니다. 복제가 안 되는 이것이 새로운 해자입니다.
숫자도 이 방향을 가리킵니다. 오가닉 콘텐츠로 들어온 리드의 클로징 비율은 14.6%, 콜드 아웃바운드는 1.7%에 그칩니다. 콘텐츠로 데워진 리드가 거의 9배 잘 닫히는 거죠. 콘텐츠는 트래픽 기계가 아니라 전환 자산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트래픽만 재면 이 자산의 진짜 가치를 영영 못 봅니다.
여기서 'AI 검색이 대체 뭘 인용하는가'를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제가 관찰한 패턴은 뚜렷합니다. 구체적인 숫자가 박힌 글, 출처가 명확한 글, 한 가지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글이 인용됩니다. 반대로 '여러 가지를 두루 다룬' 백과사전식 글, 결론을 흐리는 글, 남의 통계를 재인용한 글은 외면당하죠. 흥미롭게도 이건 '좋은 글'의 조건과 거의 일치합니다. 결국 AI 검색은 정직하고 깊은 콘텐츠에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이 변화를 환영합니다. 꼼수가 안 통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니까요.
오해는 막고 싶습니다. 양을 줄이라고 했지 발행을 멈추라고 한 건 아닙니다. 콘텐츠에도 복리가 있어서, 꾸준히 쌓인 글은 서로를 끌어주고 우리 도메인의 권위 신호를 키웁니다. 한 달에 한 편만 쓰는 팀은 아무리 깊어도 존재감을 만들기 어렵죠. 그러니 문제는 양이냐 질이냐의 이분법이 아닙니다. '얇은 양'을 '깊은 꾸준함'으로 바꾸는 겁니다. 더 적게, 그러나 더 깊게, 그리고 멈추지 않고. 진짜 적은 '바빠 보이려고 찍어내는 의미 없는 양'입니다.
저는 콘텐츠 마케팅이 끝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콘텐츠 마케팅이 이제야 시작된다고 봅니다. 지난 10년은 검색 알고리즘을 속이는 게임에 가까웠어요. 키워드를 박고, 양을 늘리고, 트래픽을 긁었죠. 그 게임은 AI가 끝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잔재주로 버티던 콘텐츠가 걸러지고, 진짜 실력 있는 팀이 보상받는 구조로 가고 있으니까요.
이제 남는 건 단 하나, 진짜 가치를 가진 콘텐츠뿐입니다. 남이 못 가진 데이터, 진짜 경험, 정직한 숫자. 이걸 가진 팀은 트래픽이 반토막 나도 매출이 오릅니다. 못 가진 팀은 트래픽을 아무리 긁어모아도 천천히 무너집니다. 둘을 가르는 분기점은 도구도, 예산도 아닙니다. '우리만 아는 게 있느냐'는 단 하나의 질문이죠.
그러니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 트래픽이 왜 떨어졌지'가 아닙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지'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는 절반밖에 안 됩니다. 진짜 승부는 '무엇을 측정하느냐'를 바꾸는 순간 시작됩니다. 측정을 바꾸면 만드는 콘텐츠가 바뀌고, 팀의 평가 방식까지 바꾸면 시키지 않아도 깊은 글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대시보드 맨 위에서 페이지뷰를 내리고 무엇을 올려야 하는지, 그리고 양을 줄이되 멈추지는 말아야 하는 이유까지, 제가 실제로 권하는 다섯 단계의 실행 순서는 원문에 정리해뒀습니다. 트래픽이 반토막 나도 매출이 오르는 팀과, 트래픽을 긁어모아도 천천히 무너지는 팀을 가르는 진짜 분기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de1a2cdb5e63?postPublishedType=ini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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