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노트

"팀장 되더니 변했어"라는 말에 자책할 필요 없는 이유

2026.07.30 | 조회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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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CSO 되고 나서 너무 달라진 것 같아요. 옛날엔 같이 술 마시며 농담 따먹기 하는 사이였는데."

 

꽤나 많은 동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들은 내가 인턴으로 입사해 실무자였던 시절, 그러니까 '동료로서의 나'를 직접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시절의 나를 기준점으로 갖고 있으니, 지금의 거리감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로 옆자리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어느 순간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전사 목표를 회사 로비에서 발표하고 있다면 나라도 변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팀장이 되고 나서 변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쉬이 흘려보내지 못했다. 당시 나는 '팀장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동료들과 편하고 허물없이 소통하는 열린 팀장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내가 변했다는 말은 내가 소통이 잘 안 되는 팀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말이야 난 그대로인데?"라는 반발심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로 팀원들과 예전 같이 편한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대화의 양이 줄은 건 사실이었고, 대화 내용도 건조해졌다. 거리감이 있다는 그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나는 오히려 '내가 여전히 열려있는 팀장'이라는 걸 증명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의 나는 리더로서 하면 안 되는 실수들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걸 수용하는 리더'라는 실수

편하게 소통하는 팀장이 되기 위해서 나는 팀원들과의 거의 모든 대화나 요청에 Yes맨이 되고자 했다. 목표한 일정이 하루 이틀 늦어져도 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었다. 너그럽게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팀원이 업무를 진행할 때 막히는 구간이 있으면 내가 대신 고민하고 뚫어주기도 했다. 그게 모든 팀원들이 좋아하는 팀장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건 큰 착각이었다. 일정이 지연돼도 매번 괜찮다고 하는 팀장의 팀에서는 일정이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다. 애초에 일정을 산정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팀의 속도는 느려지고 성과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도 잘못한 게 없다. 잘못한 건 오로지 팀장이었다.

 

물론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처음 세운 목표 일정이 늦어지는 일은 많다. 그러나 핑계 없는 무덤 없듯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그 목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팀이 어디까지 노력하는가?"가 중요하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 실제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회고를 통해 왜 일정이 늦어졌고 다음엔 어떻게 일정을 준수할 수 있을지 대응 계획을 마련하는 것, 그래서 팀의 퍼포먼스를 장기적으로 우상향 시키는 것. 그것이 목표와 일정이라는 무게감의 효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목표일정이라는 팀 핵심 요소를 불필요하게 만든 게 바로 내가 했던 실수였던 것이다.

 

 

'모든 걸 대신해 주는 리더'라는 실수

한편 팀원이 막히는 부분이 보이면, 아직 팀원의 업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제가 할게요. OO님은 다른 것 해주세요"라던지 "이건 그냥 이렇게 하시면 돼요"와 같이 정답을 친절히 알려주기도 했었다. 이 역시 좋은 팀장이 되고 싶어 했던 나름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 역시 리더가 하지 않아야 할 실수이다. 단기적으로는 속도가 일견 빨라지는 것처럼 보이나, 팀원의 업무 주도성은 낮아지고,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박탈당하게 된다. 팀원의 동기부여와 퍼포먼스가 낮아지면서 장기적으로는 팀 성과 저하를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돌아보면 내가 했던 건 '좋은 팀장'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 전략이었다. 객관적으로 나의 역할을 살피지 않고 지극히 내 개인적인 욕심이 만들어낸 실수였다. 회사도, 팀원도 좋은 팀장이 필요한 것이지, 좋은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이 외에도 억지로 술자리를 만들어서 대화의 양을 늘리고 친해지려 노력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술자리 자체는 하하 호호 즐거웠지만 내가 고민했던 '거리감'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어제는 웃고 오늘은 진지하게 업무를 하는 상황의 온도차가 커서 분위기가 더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팀장이 되면 거리감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결국 깨달은 건 바로 - '거리감이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 예전처럼 아무 거리낌 없는 관계로 돌아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 - 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팀장의 주요 역할이 바로 '팀의 기준'을 세우고, '팀원을 평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팀의 기준은 어떠한 팀원의 기호를 고려하거나 호감을 받기 위해 세우지 않는다. 오로지 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준을 세우기 때문에, 모든 팀원에게 사랑받는 기준이란 존재할 수 없다. 역할 자체가 선(기준)을 긋는 역할인데 예전처럼 경계 없이 아무 이야기나 나누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상대가 나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팀원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도 나의 모든 행동이 평가받을 수 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주제와 팀장-팀원과 이야기하는 주제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동기들끼리 이야기하는 회식에 눈치 없이 끼지 말자. 그들도 숨구멍이 필요하다.)

 

즉 "언제든 내 편"으로만 여길 수 없는 관계가 된 순간, 거리감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건 내가 사람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관계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사람 팀장 되더니 변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건 당신이 나빠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역할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에 가깝다. 오히려 "팀장 돼도 똑같아"라는 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팀장의 역할을 어쩌면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거리감이 다 괜찮은 건 아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이 논리를 방패 삼아 정말로 불친절해지거나 오만해지는 경우도 분명 있다. "나는 팀장이니까 원래 이런 거야"라며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거리감은 다르다.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그 거리감이 공정함과 기준을 지키기 위해 생긴 것인지, 아니면 그냥 팀원을 덜 신경 쓰게 되면서 생긴 것인지. 전자는 필요한 거리고, 후자는 경계해야 할 신호다.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다.

회사는 친목 동아리가 아니다. 특정 비즈니스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모인 '일로 만난 사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쌓아야 할 건 사적인 친밀함이 아니라, 일로서의 신뢰다. 순서가 바뀌면 안된다. 일을 할 때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사적인 친밀함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그 반대는 잘 성립하지 않는다. 먼저 친해진다고 해서 일에 대한 신뢰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실수를 깨닫고 '일이 먼저, 친밀함은 따라온다'는 원칙을 세운 뒤로, 나는 관계 맺는 방식을 바꿨다. 다 같이 모이는 불필요한 술자리는 모두 없애고, 점심시간이나 1on1처럼 일대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자리를 주로 활용했다. 물론 점심시간 때 나온 이야기가 깊어질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1:1로만 진행했고 다 같이 왁자지껄 떠드는 술자리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리고 요즘 팀원들은 팀장과 함께 하는 저녁회식 안 좋아한다)

 

그러니 "팀장 되더니 변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예전처럼 친해 보이려고 애쓰기보다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나는 지금 팀원들에게 명확한 기준을 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거리감은 걱정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잘 가고 있다는 신호다. 팀장은 원래 조금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그 무게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부터, 진짜 리더십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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